맵고 짠 식생활에 변화를
맑은 공기 마시며 텃밭 일구는 일은 나에겐 힐링이다. 5년 전 텃밭농사를 시작할 때, 일이 서툰데도 한 해씩 경험을 쌓다 보니 취미가 되었다. 이른 봄 3월에는 감자를 심고, 초여름 5월에는 고구마를 심어 내 손으로 가꾸어 나누어 먹는 것은 새로운 낙이 되었다. 작은 감자 조각 하나에서 탐스러운 열매들이 달려 나오는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신비롭다. 시들 거리던 줄기 하나에서 굵직한 덩이뿌리들이 주렁주렁 매달리는 것을 보면 흙 이야말로 인류에게 조건 없이 주기만 하는 생명의 원천임을 깨닫는다.
감자가 나오는 6월부터 5개월간, 고구마가 나오는 10월부터 6개월간 번갈아가며 제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타고난 사람만의 복이다. 이제 아침식사로 쌀밥과 찌개와 김치를 먹는 것은 나에게는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하루 세끼 쌀밥을 먹었던 식습관이 아침엔 감자와 고구마로 변한 지도 다섯 해가 되었다. 여기에 야채와 과일 몇 조각과 우유 한 잔이면 충분하다. 조리도 간단하고 실속 있는 영양식이니 아침식사로 가뿐하다. 먹을 것이 넘쳐나고 음식문화도 변하니 쌀 소비량도 많이 줄었다. 젊은 세대들의 식습관이 서양식으로 변해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식 문화의 변화이다. 나 역시 감자와 고구마의 맛에 매료되어 체질은 변하였고 내방식의 식단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Ι 감자 Ι
감자는 '감사해하면서 먹으라'라고 했다. 그만큼 몸에 좋다는 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로 조리법도 다양하다. 서양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감자라는 것은 외국을 가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우리도 삶아먹고, 구워 먹고, 튀겨먹고, 반찬으로도 별미여서 언제나 소중한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땅속의 사과라고도 불리는 감자는 비타민 C가 사과보다 3배나 많으며 피부에도 좋다. 단백질과 무기질이 많으며, 칼륨 성분 때문에 알칼리성 식품으로 분류되어 산성화 된 우리 체질을 바꿔주는 특성이 있다. 또한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이 있으며 소화가 잘되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이다.
감자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며, 퇴비를 충분히 주면 농사가 잘 되는 작물이다. 특별히 농약을 치지 않아도 텃밭농사 정도는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다. 종자는 조리용(수미)과 쪄서 먹는 것(대서)으로 구분하는데, 강원도 산을 구입해야 바이러스 병을 예방할 수 있다. 알이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며 큰 것은 싹이 돋아날 눈을 중심으로 두세 쪽으로 잘라서 사용하고, 작은 알은 엄지 손마디만 한 것도 좋다. 두둑을 치고 비닐을 피복하고 씨감자를 정성 들여 심는 것은 한 해 농사를 기대하는 농민의 소박한 희망이다. 꽃이 피고 알이 굵어지기 시작할 때, 날이 가물면 물을 주어 잎이 시들지 않게 해야 한다. 6월 하지 무렵 장마 전에 수확해야 부패를 막을 수 있다. 수확한 감자는 밭에서 표면의 수분을 말린 상태에서 상자에 넣어 빛이 들지 않게 보관한다. 감자에서 푸른빛이 나면 독성이 생기며, 상자 안에서 싹이 나면 맛이 없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I 고구마 I
어른들은 추석 무렵이면 고구마를 수확하여 몇 가마니씩 사랑방에 보관하면서 겨울 양식으로 쪄서 먹거나 아궁이에 구워 먹거나 생과로도 먹었다. 농촌에 간식거리가 없었던 어릴 적엔 최고의 먹거리였다. 소나 돼지에게는 삶아서 주기도 하였고, 겨울엔 쥐들도 가마니에 구멍을 내거나 창고 벽까지 뚫고 들어와 먹고살았다. 요즘의 고구마는 건강식품으로 누구나 좋아하여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고구마는 비타민 C가 많아 피로 해소에 좋고 신경 안정에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가 많아 변을 부드럽게 하며 장운동을 도와준다. 혈당지수도 낮아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며, 함유 성분 중의 베타카로틴은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피의 콜레스톨을 감소시킨다. 항산화 효과도 있어 피부 노화와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고구마는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는 작물로 5월부터 순을 잘라 본밭에 심는다. 적기에 심으려면 이른 봄부터 시설 하우스에서 육묘를 시작해야 한다. 텃밭농사에서는 싹을 기르는 번거로움 없이 고구마 순을 사다 심으면 된다. 이처럼 순을 길러 소득을 올리는 것도 농촌에 짭짤한 소득원이 되고 있다. 심어만 두면 특별한 농사기술이 없어도 잘 자라므로 빈터만 있다면 심어야 한다. 정식 후엔 초여름 뙤약볕에 어린 순이 말라죽을 수 있으니 기상예보를 들어가며 비 오기 전날 심는 것이 좋다. 고구마는 기름진 토양을 싫어한다. 새 땅일수록 농사가 잘 된다. 그러니 고구마밭에 비료를 함부로 주면, 알은 실속이 없고 줄기만 무성해진다.
9월쯤 되면 고구마 고랑이 부풀어 올라 갈라지는데 이는 땅속에서 고구마가 실하게 자라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때부터 농민들은 수확의 기대에 설렌다. 고구마는 서리 오기 전에 수확한다. 대개 추석을 전후하여 심은 지 5개월 정도에 캔다. 수확한 고구마는 상자에 넣어 너무 춥지 않은 실온에서 보관하면 좋다. 크기가 작은 것일수록 일찍 마르고 부패하기 쉬우므로 먼저 먹어야 한다.
I 내 몸의 변화 I
감자나 고구마는 과거 먹을 것이 없던 시절 가난한 사람들의 구황작물로 알려졌지만, 오늘날은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아 누구라도 즐겨먹는다. 감자를 수확하면 여름 한철 걱정 없고, 고구마를 쌓아두면 겨울 한철 든든하다. 쌀 위주의 식단에서 감자와 고구마를 철 따라 먹을 수 있다면, 맵고 짠 음식을 피할 수 있어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아침 메뉴로 감자와 고구마를 즐기다 보니, 식단 준비가 편해졌고, 적당량 섭취로 속이 편하고, 황금색 변으로 장의 활동도 좋아졌다. 새벽잠이 없어 아침식사 준비는 내가 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내 손으로 준비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이 들수록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 아침 한 끼 맵고 짠 음식을 감자와 고구마로 대체했다고 체질이 바뀐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10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건강을 오랫동안 지키려면 나에게 맞는 음식과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과 발을 놀리지 않아야 몸이 가볍고 머리도 맑아진다. 작년엔 3월 상순경 감자를 심었으니 금년에도 미리 퇴비와 석회를 뿌리고 밭고랑도 만들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