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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고지리 Mar 25. 2022

식량위기, 코앞에 닥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유증 우리에게 위협

우리 국민은 쌀을 주식으로 살아왔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하면서 초근목피로 배를 채우며, 보릿고개의 서러움을 겪었다. 우리 부모 세대들은 쌀밥을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피눈물을 흘렸던가.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새마을운동 확산과, 기적의 볍씨라 불리는 통일벼가 전국으로  보급되면서 1977년 식량 자급 달성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이루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경제 10대 강국으로 성장하면서 식문화도 급변하여 쌀이 남아도는 세상으로 변하였다. 매년 쌀의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다양하고 풍요로운 식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량사정을 파고 들어가 보면 그 심각성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현재 식량(곡물 중 사료용을 제외한 주식용 곡물) 자급률은 45%이며, 곡물(쌀, 보리, 콩, 사료용 작물) 자급률은 21%에 불과하다. 주식인 쌀은 자급률이 100%에 가깝지만  밀, 옥수수, 콩  등은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밀과 옥수수 자급률은 각각 1% 수준이다. 밀과 옥수수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서 수입한다. 이 곡물들은 인간에게 식용은 물론, 가축 사료용으로 축산농가들의 목줄이 달려있는 것들이다. 곡물 자급률이 저조한 것은 식생활이 쌀 위주에서 밀 등 다른 곡물 식품으로 변했기 때문이며, 식량 사정이 불안하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지 못하는데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농촌에는 노인과 부녀자들뿐인 데다 인건비와 농자재 값 인상으로 방치되는 농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가뭄, 폭우, 이상저온 등의 기상재해는 어려운 농촌을 더 힘들게 한다. 또한 코로나-19 전염병으로 농촌에서 큰 역할을 했던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떠나버려 일손부족은 심각하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우리는 3~4개월 정도의 비상식량을 항상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공공비축제도이다. 양곡 부족으로 수급이 불안하거나, 자연재해, 전쟁 상황 등 식량위기에 대비하여 일정량의 식량을 국가에서 비축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에게 식량의 안정적 확보는 다른 나라와는 그 격을 달리하고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세계 밀 수출량의 20%를 점유하는 러시아는 밀수출 1위 국가이며, 옥수수 수출 15%를 점유하는 수출 4위 국가이다. 금번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서방국가들이 각종 제재를 가하자 그에 대한  대응으로 2022년 3월부터 6월 말까지 밀, 보리, 호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러시아는 세계인들의 원성을 사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우크라이나 역시 밀수출 4위 국가인데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농작업용 트랙터가 전쟁터에 동원되면서 밀 생산량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곡물수입량의 9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있는 동아프리카 국가들은 곡물수입에 차질을 빚어 기아상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옥스펌이 전했다. 또한 세계 비료수출의 15%를 차지하는 최대 비료수출국 러시아가 서방국의 경제제재에 보복 차원에서 비료 수출을 중단하여 비료값이 40%가 폭등하였다.    


세계 밀 수출국 2위인 미국의 최대 생산지인 켄사스주는 2021년 10월부터 눈 비가 거의 없으며,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주 역시 심각한 가뭄으로 흉작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겨울 태풍으로 농경지 흙이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면서 토양의 영양분이 손실된 데다 가뭄까지 겹쳐 밀의 작황은 최악의 상태라 한다. FAO에 따르면 금년 2월 중 세계 식량 가격지수가 140으로 1996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개발도상국인 캄보디아는 인구수 1천5백만 명 대비, 벼 재배면적이 300만 ha나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벼 면적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그들은 매년 남아도는 벼를 유럽 쪽으로 수출해 왔는데, 2년 전 코로나-19로 국제 곡물가가 인상 기미를 보이자 훈 센 정부는 벼 수출 중단 조치를 내렸다. 베트남도 쌀 수출을 중단했고, 카자흐스탄 역시 밀, 설탕, 당근, 양파 등의 수출을 중단했다. 국제 곡물시장에서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조치도 불사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각 나라는 종자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최근 먹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과학기술이고, 종자 안전은 중국 안보와 직결된다면서 종자산업의 자주성과 통제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량자원이 국방력과도 직결되는 시대가 오고야 말았다.    


국내에서 식량자급률 감소의 주요 원인은 농지 감소로 인한 생산 기반의 약화와, FTA 체결, 기상이변, 일손부족 등 여러 원인이 있다. 한국은 저출산이 문제이지만 21세기 중반까지는 세계 인구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금 세기말에 닥치면 쌀을 대체할 감자 옥수수가 지구 온도 상승으로 생산량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추는 90%까지 감소하며, 사과, 배, 포도, 복숭아는 아예 생육이 불가하거나, 사과 면적은 현재의 2% 정도만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온성 작물인 양파는 150% 정도 증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AO에서는 2050년까지 세계 인구는 97억 정도로 예상하며, 이런 상황에 놓이면 식량은 현재 소비량의 1.7배 정도가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식량문제는 세계 각국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거나 아니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식량 확보 방안에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나 전염병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매년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이다. 미국은 물론  지구촌 여러 나라에서 대형 산불 피해와 폭우, 이상저온 등 농작물에 타격을 주는 기상재해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온도 상승(섭씨 1.8도)은 세계 평균(섭씨 0.7도)의 두 배를 넘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2050년 우리나라 극한기후는 폭염이 현재의 3배, 열대야가 6배, 집중호우가 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업계에서는 한반도 지대별 대응 작물을 선택하여 재배기술 연구에도 집중해야 할 때이다.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OEDC 국가 중 최 하위로 총체적인 식량 위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이 많은들 식량을 구입할 수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농경지 면적의 지속적인 유지와 기후 변화에 따른 대체작물 선택, 아열대성 재배기술 도입, 국산 농산물 소비 촉진 등 신 정부가 들어서면서 농업 농촌정책을 보다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대책을 세워 주기를 국민들은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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