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캄보디아 사무소(KOPIA) 운영
오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곧이어 농촌진흥청의 캄보디아 KOPIA 센터 소장으로 선발되어 2011년 8월부터 캄보디아 농업개발연구소(CARDI) 사무소에서 근무하였다. 농촌지도 공무원으로서 농업인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임했다. 전임 소장께서 다져놓으신 사료용(Maize) 옥수수 육종과 다양한 사업들을 차질 없이 수행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였다. 직원은 현지인 보조원 2명, 한국 학생 4명, 그리고 운전기사였고, CARDI는 비싼 전기료 때문에 근무시간 외에는 전력을 차단시키므로 미리 전기 공급을 예약하며 일해야만 했다.
부임한 지 3개월째 되던 10월경 장 0진 대사님과 함께 ‘훈센 총리 친구이면서 캄보디아 재벌인 몽리티 회장의 대규모 농장 운영 컨설팅에 참여하였다. 일반 농가들은 모내기를 직파에 의존하였으나 그는 이앙기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경영비 절감을 위한 새로운 방식을 찾고자 하여 ‘무논 골 직파 재배’ 방식을 권장하였고 그는 시험재배에 착수하였다. 그해 11월에 김 0수 대사님이 부임하시자 나는 업무보고에서 ‘캄보디아 농업의 중요성과 KOPIA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사님은 ‘월요일 대사관 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하시어, 매주 활동상황을 보고하고 캄보디아 농업 정보를 대사관 직원들과 공유하면서 농촌진흥청의 위상을 확립하고자 노력했다. 당시 대사관 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석한 KOPIA는 캄보디아가 유일한 사례가 되었고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니 자랑스러운 일이다.
2012년 초 한국의 현대종합상사 정 0혁 회장께서 인근 주재국 임원들을 대동하고 방문하셨다. 현지 농업여건을 충분히 설명하고 헤어졌는데 이튿날 다시 오시어 “소장님이 우리 기업의 대표라면 어떻게 투자했으면 좋겠느냐"라는 질문에 나는 최종적으로 “캄보디아 기상과 토질 여건에 맞는 과수나 관상수를 심어보시라” 하였다. 2014년에 그들은 수도 프놈펜에서 두 시간 거리인 ‘캄퐁 수프’ 주에 260ha 규모의 망고 농장을 매입하고 고품질의 망고를 생산하며 가공 설비까지 갖추어 한국으로 수출하게 되었다. 당시 캄보디아 망고 수출은 현지 정부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나의 조언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해외에는 우리 기업이 생산하는 농산물이 검역과정을 거쳐 수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캄보디아 각처에서 크고 작은 규모의 영농 활동에 임하시는 교민들을 위한 ‘농업기술 정보지’를 매월 발간하여 배부했던 일 또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캄보디아 농정 소식을 알리고 한국인들의 활동 사례, 농사기술 등 수십 페이지의 월간지를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일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어떻게 다 해 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2012년 4월, 농림수산부 National Conference에서 훈센 총리께서는 “내가 선발한 최우수 농가 8명에게 한국 초청연수 기회를 주신 KOPIA에 감사드린다"라며 참석했던 500여 명의 공직자와 함께 박수를 보내주셨다. 당시 한국의 행정자치부와 새마을 중앙회에 ‘최우수 농가 초청연수’ 필요성을 강력히 건의하여 성사되었던 일이었으며 초청연수사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의 보조원이었던 Miss. Vanna 양을 비롯해 3명의 캄보디아 젊은이들을 대구의 영남대학교 석사학위 과정에 입학시켰으며, 최우수 농업인 8명 외에도 2013~15까지 매년 20여 명의 캄보디아인들을 새마을 중앙회의 초청연수에 참여시켜 지도자로 양성하였다. 주재국 젊은이들에게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잡는 방법’을 가르쳐 자생력을 길러주고자 노력하였다.
그해 7월, KOPIA에서 지원한 소규모의 농업연구실 준공식 기념행사가 CARDI에서 개최되었다. 우리 대사님과, 농진청의 국제협력 국장님, 교민회장, 농산업(캄농회) 회장님 등 유명 인사들이 참석하셨고, 캄보디아 농림수산부 장관, CARDI 원장과 직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였다. 나는 지난 1년간의 활동업적을 보고하였고 장관님은 그 자리에서 ‘캄보디아 왕립 정부 훈장’을 가슴에 달아주셨다. 나는 ‘훈장을 받을 만큼 기여를 했든가’를 생각하면서 캄보디아 정부에 감사드렸고 자랑스러웠다. 한국에서 매년 4월 22일은 ‘새마을의 날’로 제정되어 기념식을 개최한다. 2016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46주년 기념식에서는 ‘해외 새마을운동 유공자’로 행자부 장관의 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기도 하였다.
재직 시절 컴퓨터에 능숙하지 못했던 나는 일시 귀국할 때마다 열심히 배워 63세 때 ITQ 정보기술 파워포인트 자격을, 65세 때는 EXCEL 자격증도 취득하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KOPIA 근무기간 동안 농촌진흥청을 대표하는 기관장이면서 외교관 역할을 하였으니 하루하루가 영광스러운 순간들 이였다. 캄보다에서의 활동은 국제협력단(KOICA)의 중장기 자문단으로 계속되어 2018년 캄
보디아 연수원의 전문가 파견에 이를 때까지 8년 차를 캄보디아에 있었으니, 농촌진흥청의 KOPIA 센터는 나에게 제2의 인생을 살게 해 준 특별한 인연이었다. 정말 짧은 인생, 돌아보니 ‘함께 살아가는 세계 시민’으로서 작은 역할이라도 했던 시간들이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