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석이나 벌크헤드석, 통로석을 확보하라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코로나 감염병은 온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죄 없는 사람들이 사상 최대의 희생을 치르고서야 이제 좀 사그라진다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갇혀있던 사람들이 일상 회복 해방감으로 해외여행 차 공항을 찾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해외여행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장시간 비행할 때 좌석표는 누구에게나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비행시간이 짧은 국내선이나 일본, 중국 정도의 거리라면 체크인 카운터에서 주는 대로 앉으면 되지만, 5~10시간 이상 소요되는 동남아, 북미나 유럽, 또는 아프리카 등 장거리 여행에는 항공권 예매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같은 항공료를 지불하며 기왕이면 좀 편한 자리를 차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코로나 이전까지는 캄보디아 등 동남아국을 자주 출장하였다. 그러면서 항공권 확보하는 방법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었다. 주로 대한항공(KAL)을 이용했는데 좌석 예약은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고, 공항에 남보다 일찍 도착하여 좋은 자리를 확보해 보고자 하였다. 출국 당일은 '차질 없는 탑승'에만 신경 써야 하므로 모든 준비는 하루 전날까지 마쳐야 한다. 남들이 공항에 2시간 전에 도착한다면 나는 3시간 전에 도착한다. 한 시간 일찍 서둘러 장시간 비행하는데 좀 더 편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면 한 시간이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항공기는 일등석 또는 우등석(프리미엄, 비즈니스))이 있고, 일반석(이코노미)이 있다. 대개 일반 승객들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여객기 좌석 배열을 보면 중간중간에 1 열정도 빈 공간열이 있다. 비상구를 이용하기 위해 비워둔 열인데 바로 뒷자리는 그만큼 넓은 여유공간이 있다. 비행기 양측으로 비상구 쪽의 자리를 비상구석(Emergency seat)이라 하고, 가운데 부분의 좌석을 벌크헤드석(Bulk head seat, 항공기 동체 칸막이)이라 한다. 승객들은 비상구석이나 벌크헤드석은 서로 앉고 싶은 자리이다. 좌석 앞이 넓어 다리를 뻣을 수 있고 옆좌석 승객의 양해를 구할 필요 없이 움직일 수 있는데도 항공료는 같기 때문이다.
항공권 예매 시 비상구석이나 벌크헤드석은 인터넷 예약 창에 나타나질 않고, 출국 당일 항공사의 체크인 카운터에서만 좌석을 배정한다. 대신 비상구석에 앉을 승객은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비상구를 작동할 수 있는 신체 건강한 사람이어야 하며, 비상구 작동방법이 적힌 팸플릿을 이해할 정도면 된다. 외국 항공사는 승무원과 협조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을 대비하여 영어가 가능한지를 확인한다. 다리가 아픈 환자나, 젖먹이 아이가 있을 때 앞이 넓은 자리에 앉고 싶으면 벌크헤드석을 요청해보라. 통할 수가 있다. 국내 항공사는 누구나 체크인할 때 부탁하면 선착순으로 배정해 주므로 공항에 일찍 도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3년 전 미국 여행할 때도 남보다 일찍 공항에 도착하여 비상구석을 이용했고 올 때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비상구석에 앉았다. 14시간의 왕복 비행시간도 여행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신경 쓰고 노력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이렇듯 좋은 좌석은 한정돼 있어 나에게 찾아오기란 쉽지 않으므로, 인터넷에서 항공권 예매 시 미리 통로석이라도 확보한 후에 시도해 보시길 바란다.
캄보디아에서 일할 때 새마을 중앙회로부터 받은 새마을 조끼 50벌을 갖고 탑승했던 일이 기억난다. 당연히 1인당 수하물 23 kg을 초과하여 70달러 정도를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새마을 조끼가 내 개인 물건이 아닌 한국의 새마을 운동 확산에 필요한 공공물품임'을 주장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당시 카운터 여직원은 나의 항의에 난처해하면서 상급자와 무언가를 상의하더니 '탑승하시면 자리가 바뀔 수도 있을 거'라고 혼잣말처럼 했으나 나는 무슨 뜻인지를 몰랐다. 그런데 기내에 탑승하자 승무원이 나를 비즈니스 석으로 안내해 주었다. 카운터에서 실랑이했던 직원이 수하물 요금 추가에 미안해서 상급자 승낙을 얻어 좋은 자리에 앉게 해 주었던 거 같았다. 요행히 당일 비즈니스석이 빈자리가 있었기에 누워서 편하게 여행했던 일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기분 좋은 기억이다.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항공권 확보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먼저 공항 출국 수속 카운터에 일찍 도착하여 좋은 자리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대개의 이코노미 좌석은 앞뒤가 좁아 장거리 여행 시는 보통 고역이 아니다. 더구나 이코노미석 열의 가운데 자리는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옆자리 손님에게 양해를 부탁하며 움직여야 하므로 매우 불편하다. 그나마 통로 쪽 자리라도 앉으면 다행이다. 문은 두드리는 자에게 열린다고 하였다. 항공권 예약 시 비즈니스석은 어려움이 없겠지만 이코노미석은 미리미리 서두르면 통로석은 확보할 수 있다. 비행기 꼬리 쪽은 흔들림이 심하므로 앞쪽이 좋을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가슴 설레는 희망의 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포기하지 말고 될 때까지 시도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