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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인간관계운 - 직장 내 관계 5

어두운 밤이 지나 아침이 밝았습니다


사회초년생 시절 ~

기센 여직원들 틈에서 막내로 숨죽이며 지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게다가 직장 내 분위기는 한시라도 편안할 날이 없었다. 깐깐한 경리 과장님과 일잘러 대리님은 라이벌 관계였고, 두 사람의 기싸움으로 사무실 공기는 늘 차가웠다.


그날은 월말이라 한참 야근 중이었다. 과장님과 대리님은 잠시 대화를 한다며 회의실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틈 사이로 언성이 높아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야, 박 대리! 네가 그만두든 내가 그만두든 그래야 우리는 끝나! 나는 박 대리가 너무 싫어!


“저도 김 과장님이 너무너무 싫어요. 그만두려거든 과장님이 그렇게 하시던가요!”


“뭐야! 나 참 기가서 막혀서 말이 다 안 나오네!”


“제가 뭐 틀린 말 했나요!”


갑자기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내 위치에서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안 말리자니 그것도 이상하고... 대략 난감했다.


이런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문을 발로 차기라도 한 듯 쾅 소리가 났고, 김 과장님은 그 길로 퇴근해 버리셨다.


곧이어 회의실에서 박대리님이 나오시며, “건슬! 남은일은 내일 하고 오늘은 나랑 한잔하자!”


체질에 안 맞아 술을 마시지 못했지만, 그 자리에서 거절하면 나에게 불통이 튈 것만 같아 즉시 “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나는 사회 첫 발을 내디딘 초년생이라 직장 내 인간관계의 갈등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그저 속으로만, 장님이 대리님 좀 다독여서 잘 지내보시지...


아니면, 대리님이 과장님 비위를 맞추는 척이라도 좀 해보던가... 아휴! 참 복잡하다. 복잡해라는 생각뿐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

그 시절 과장님과 대리님의 관계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현재-미래 순서로 타로 카드를 배열했다.


1. 과거 자리에는 13번 죽음 (DEATH) 카드가 나왔다.



그들의 경쟁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었음이 분명했다. 꽤 오래전부터 갈등이 지속됐고, 그로 인해 감정이 차곡차곡 쌓였을 것으로 보였다.


더 이상 한 사무실에서 같이 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13번 죽음 카드가 끝과 시작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 결국 관계의 끝맺음에 다다랐던 것이다.


2. 현재 자리에는 16번 타워(The TOWER) 카드가 나왔다.



두 사람은 갈등은 팽팽하게 맞섰다. 풍선에 공기가 가득 차 갑자기 빵 하고 터지듯이, 언쟁 도중 과장님이 돌연히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은 직장 내 질서가 무너지는 순간을 나타냈다.


탑 카드가 급작스러운 변화와 충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 상황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급격하게 전개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긍정적인 전환이 있을지, 더 큰 혼란에 빠질지는 빠른 시간 안에 결론이 날 것이다.


3. 미래 자리에는 0번 바보(THE FOOL) 카드가 나왔다.



두 분이 크게 다툰 사건 이후, 과장님은 한 달 만에 퇴사하셨다. 퇴사한 그녀와 그나마 친하게 지냈던 직원으로부터 더 좋은 회사로 이직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녀의 빈자리를 허전해할 새도 없이 대리님이 과장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였다.


장님과 대리님의 관계는 과거의 갈등과 현재의 급작스러운 변화를 거쳤다.


그 후, 0번 바보 카드인 새로운 시작의 에너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결국, 과장님과 대리님의 관계는 ‘끝 - 전환점 - 새로운 시작’이라는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장님이 퇴사 후, 나는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업무 도중 창밖을 바라보며 그녀를 회상한 기억이 떠오른다.


여직원 중 리더였던 그녀는 야망이 컸다. 무엇이든지 자기가 일 순위여야 했고, 거래처 유지 및 관리에 열정을 아까지 않았다. 내근직, 외근직 어느 하나 빠짐없이 완벽함을 추구했다.


그때는 그것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해 속이 매스꺼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녀를 이해한다. 그리고 끝내 가슴이 뭉클해졌다.


"당신은 왜 그렇게 차가울 수밖에 없었나요? 갓 스무 살을 넘긴 제가 팀장님이라는 높은 벽을 올려다보기에 너무 버거웠어요.


그저 한번 만이라도 먼저 건슬아 ~ 하고 따뜻하게 불러줄 순 없었나요? 당신이 떠날 때 진심으로 인사 한 번 건네지 못한 게 한동안 마음에 걸렸어요..."


어디에 계시든
무슨 일을 하시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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