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행복했습니다
사랑할 땐 자연스레 빨간 하트가 떠오른다.
그만큼 감정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정말 황홀하다. 내 연인이 무엇을 해도 특별해 보이고,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지금은 외모보다는 내면을 더 중요시하지만, 20대 후반 까진 키 크고 근육질인 남자가 이상형이었다.
한참 솔로였던 시절 ~
185cm의 키에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던 그가 나에게 대시했을 때, 기뻤으면서도 겉으로는 새침을 떨며 고백을 받아들였다.
연하를 선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오빠 못지않은 든든함에 푹 빠졌다. 3개월 동안은 지금 생각해도 눈 뜨고 못 볼 정도로 꽁냥꽁냥 행복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가 왜 이렇게 밉상으로 보이는 것인지...
밥 먹을 때 유난히 쩝쩝거리는 모습도,
다툰 후, 집 앞까지 찾아와 병나발을 불며 이건슬, 나와!라고 소리치는 황당한 행동도,
대화를 시도할 때마다 '헤어지면 난 죽겠다'며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도,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상대도 나에게 불만이 있을 텐데...라는 생이 들어 더욱 허탈했다.
갑자기 변해버린 그가 아닌, 그에 대한 환상이 깨진 후에야 현실을 보게 된 것 같아 더욱 혼란스러웠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
그 시절의 나와 그의 관계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현재-미래의 순서로 타로 카드를 배열했다.
1. 과거 자리에는 6번 연인(THE LOVERS) 카드가 나왔다.
6번 연인 카드는 사랑, 조화, 그리고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의미한다.
우리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꼈다.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받아들이며 진실된 교제를 시작했다.
남성성이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그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하지만 연인 카드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나타내기도 한다.
단순한 애정 관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이어갈지, 각자 다른 길을 갈지를 결정해야 하는 때임을 뜻한다.
이는 연인 관계에서 자연스레 찾아오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2. 현재 자리에는 13번 죽음(DEATH) 카드가 나왔다.
13번 죽음카드는 끝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두 가지 기로에서 고민했던 그때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서로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할지, 아니면 그동안의 미련에 얽매일지...
하지만 미련에 사로잡히는 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 카드는 이별의 아픔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위한 불가피한 변화를 상징한다.
그의 곁을 떠나지 못했던 마음도 결국 서로를 위한 큰 변화를 위해 관계를 정리해야겠다는 방향으로 기울어져갔다.
돌이키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있어 보였다. 그의 부정적인 언어습관과 위협적인 행동에서 공포감을 느꼈고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여 크게 실망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다툼이 잦았고, 결국 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3. 미래 자리에는 17번 별 (THE STAR) 카드가 나왔다.
17번 별 카드는 희망과 치유를 의미한다.
죽음 카드에서 이별이라는 큰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그만큼 고통이 따랐음을 뜻한다. 하지만 어두운 밤하늘에도 별은 밝게 빛나고 있다. 이는 희망을 상징한다.
즉, 괴로움(밤하늘) 속에서도 희망(별)이 존재하며, 고통이 점차 옅어지면서 치유가 시작된다는 의미이다.
상처가 아물며 새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희망이 고통을 딛고 높이 떠오를 때 진정한 치유가 이루어짐을 예측할 수 있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의 격한 행동이 나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와의 기억이 아픈 사랑으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대의 새로운 사랑이 밝게 빛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