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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가족이라는 이름 하나로

혈연은 물보다 진하다


명절날 모이는 것도 부모님 살아생전에나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해마다 조금씩 쇠약해지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문득, 우리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더 남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 엄마 생신 때 가족이 모인 적이 있었다.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따뜻함이 느껴졌고, 참 행복했다. 그때 장녀인 언니가 한마디 했다.


“우리 형제, 나중에 부모님 돌아가시더라도 지금처럼 잘 지내자. 이렇게 한집에 모여 얼굴도 보고 밥도 먹고 얼마나 좋아."


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형제들은 손을 가운데로 모아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다짐하듯 “우리 가족 파이팅"을 외쳤다.


그 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다들 배우자가 생기고 아이를 출산하며 가족 수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만큼 마음의 흐름도 다르다 보니 점 점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란 쉽지 않았다. 때로는 오해가 생겨 갈등을 겪기도 하고, 그 속에서 서로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럴 때면 가족 행사 때 “가네, 안 가네”라는 말이 나오기도,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불참하기도 했다. 그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다음 행사에는 또 다른 가족이 사정이 생겨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한 명도 빠짐없이 전체가 모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리 혈연관계라 하더라도, 모든 것을 이해하고 수용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남이 아닌 가족이기 때문에, 삶 전체를 다 포용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서운함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직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때로는 모이기 힘든 상황일지라도 부모님을 중심으로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여전히 비할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라는 점이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형제들 살아생전에
자식들 살아생전에
마음의 흐름이 역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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