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타로상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건슬 작가 Mar 16. 2024

01. 운 흐름 읽는 여자




운 흐름 읽는 여자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고민이 존재한다. 부자는 부자여서 지킬 것이 많아 고민이다. 궁핍한 자는 금전적, 정신적으로 헛헛해서 고민이다.


이처럼 부자나 궁핍한자나 고민의 결은 다르지만 고민이라는 그 체 성질을 벗어나지 않는다. 곧 이 세상에 삶이 존재하는 한, 저마다의 인생사에 건강, 금전, 인간관계 등 에서 오는 고민으로부터. 그 어느 누구도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나약한 인간이기에 크고 작은 고민으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 개미군단에 채용이라도 된 듯. , , , , , 토요일에는 업무와 마주하며 빡빡한 일상을 보내야만 했다. 물론 너도 나도하는 취업에 바짝 안달이나 서두르긴 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이었다. 


안정적이면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누가 들어도 배부른 소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지루하다. 더군다나 20대의 피 끓는 청춘이라면 심신이 간질거린다.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싶은 열정과 욕망이 끌어 오르는 이유다.


하루에도 여러 번 이직을 고려하고, 이대로 현재의 직장에 뼈를 묻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내 미래에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나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참 편안해 보인다. 나름대로 본인의 삶에 만족을 느끼는가 싶다. 내 사상에 오류가 났나 하는 걱정에. 친한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면 늘 묻곤 한다. “삶이 행복한가요?”

대답은 하나같이 비슷하다.

그냥 사는 거죠 뭐.”  


예상과는 다르게 싱거운 대답이다. 그냥 산다고? 아니 내 인생인데 어떻게 저렇게 성의 없게 말하지... 그 후로 주변 사람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내 고민을 털어놓아도 그렇다 할 속 시원한 조언을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고민 몇 가지를 보태주어 발목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찬 기분이 들 지경이다. 무엇이 나를 그리 옭아 매고 있었던 것인지... 나는 내 길을 찾아야만 했다. 


마침 절친 중 점집 마니아가 있다. 우연히 친구와 점집에 동행한다. “건슬아 이 점집 장난 아니야. 소름 소름.” 나는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눈 맞춤을 한다. 잠시면 된다. 맑으면 된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놀랄 노자이다. 무속인이 너무 잘 맞춰서 소름이 아니라 탁한 눈빛이 나에겐 소름이다. 차라리 나 자신을 믿는 편이 났겠다 싶은 생각이 빠르게 스친다.


지쳐간다.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들에게 행복하냐고 묻는 것도... 내 고민을 털어놓는 것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깊은 밤 백지장을 빤빤하게 펴고 펜을 든다. 나는 나 자신과 진지한 대화를 시도해 본다.

나 자신아 네가 보는 나는 어때?”

내가 보는 너는 영혼이 맑아. 그러니 마음이 기쁜 일을 해.”


잠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긴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다. 종이에 적는 동시  분명 두성으로 울렸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이 기쁜 일이 무엇인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깊이 넣어둔 서랍 속의 타로카드를 꺼내본다. 마음이 기쁜 일을 알아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가슴 한편에 어머니의 말씀이 저장되어 있다. 얼마 전 회사 퇴근 후 사람들의 타로점을 봐준다는 말에. 어머니의 어두운 반응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건슬아 엄마가 인생을 살아보니. 튀는 자는 타인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고. 굴곡 있는 삶을 살게 되더라. 엄마는 우리 딸이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구나.” 


그 당시에는 타로 마스터라는 직업이 지금처럼 환영받지 못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