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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추억은 추억으로 남을 때 아름답다

그저 좋은 기억으로만


문득, 특별한 이유 없이 지나간 인연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잠시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 사람,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기억을 더듬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이별 직후의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인연이 정리되고 난 뒤에는 참 많은 회상을 하게 된다.

"그때 이별한 게 잘한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조금만 더 지켜볼걸 그랬나..."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음을 다잡는다.



“아니야, 잘한 선택이야. 노력해야 겨우 유지되는 관계라면 앞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고, 견디기 힘든 순간들을 반복해서 겪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야. 그렇게까지 힘들게 인연을 이어갈 필요는 없어. 이미 상대에게도 충분히 많은 기회를 줬고, 나 역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 상태라면,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그 이별은 결국 현명한 선택이었을 거야.”



그렇다고 지난날이 그리워서도, 미련이 남아서도 아니다. 다만 그 시간 속엔 분명 소중한 순간들이 있었다. 함께 즐겨 듣던 노래, 대화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서로 공감했던 시간들, 전체적으로는 안 맞는 부분이 더 많았지만 몇 가지만 놀랍도록 잘 맞았던 지점에서 “오, 그래?” 하며 웃었던 순간들... 그 작고 사소한 장면들이 모여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그저 좋았던 순간은 좋았던 순간대로, 그 시절 그 자리에 아련히 남아 있으면 된다.


지나간 인연은, 그렇게 과거에 머물 때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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