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마음을 다시 일으킨 한통의 전화

힘겨움 속 따뜻한 위로


나는 힘들 때 주변 사람들과 그 무게를 나누지 않는 편이다.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나의 지치고 버거운 상황을 주변인들이 알게 되면서, 그들의 마음과 행동마저 무거워지는 것이, 그리고 그런 모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이다.


물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내 마음은 더욱 괴로워진다. 아무리 겉으로 티를 내지 않으려 해도, 가까운 사람은 결국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그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낮에 우연히 길을 지나다 오랜만에 마주친 친구였다.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무엇인가 중요한 말을 할 것만 같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마음의 평안을 찾기 전까지 연락을 잘 받지 않는 편인데, 그날따라 전화벨 소리에서 희미하지만 뭔가 끌어당기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내가 “여보세요?” 하자마자, 친구는 정말 나를 아기 다루듯이 대했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그 당시 나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 수화기 너머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친구에게 그 자체로도 고마웠다. 평소 눈치도 빠른 데다 나의 성향을 잘 아는 친구라,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을 법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나를 안타까워하는 마음과 걱정이 앞서, 용기를 내어 전화를 한 것이었다.


“건슬아, 어디 아픈 건 아니지? 낮에 만났을 때 안색이 조금 안 좋아 보여서... 그게 아니라면 정말 다행이야. 나는 아직도 몇 년 전 너를 처음 만난 날을 생생히 기억해. 너의 맑은 에너지, 그리고 어딘가 소녀 같으면서도 밝은 힘이 느껴지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 너다움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전화를 끊는 순간 울컥함과 함께 온몸에 찌릿찌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나는 그 즉시 거울을 보았다. 가장 먼저 본 것은 눈빛과 안색이었다. 안색은 초췌했지만, 눈빛 깊은 곳에서 반짝임을 보았다.


그 빛을 따라 더 깊이 들어가 본다. 넓고 큰 바다에 강한 파도가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짧다면 짧지만, 그래도 길다면 긴 인생에서의 크고 작은 파도는 원하든 원치 않든 한 번씩 찾아올 것이다. 그 당시의 나는 그중에서도 큰 파도를 만나 삶에서 중심이 흔들렸지만, 이런 상황 또한 영원할 리 없고,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느꼈다.




큰 파도를 헤쳐 잔잔한 파도로 나아가기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파도의 흐름을 타면서 나의 고난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다시 정신을 차려 거울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어두웠던 얼굴이 분홍빛을 띠기 시작했다. 눈이 반짝이며 작은 열정이 서서히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이후로, 한 번씩 힘겨움이 밀려올 때면 나는 거울을 본다. 나의 에너지가 다시금 활활 타오를 수 있을지를 느껴보기 위해서 말이다.



힘겨움, 이 또한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