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
시간이 금인 요즘 세상에 내 얘기를 진득하니 들어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마땅히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없는 경우엔 가슴속 답답함이 더욱 밀려온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내담자가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것을 나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도록 이끌어낼 수 있을까에 몰두하며, 결론을 내는 것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니, 복잡할 필요가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오히려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꼬치꼬치 캐묻기 보다는 내담자가 스스로 편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이 부분은 나조차도 이 일을 하기 전부터 느꼈던 점이다.
그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도 할 사람이 없을 때 답답함을 토로하고 싶어 전문가에게 찾아갔다. 그런데 마치 무슨 조사하듯 캐물으며 그건 내담자님이 잘했다, 잘못했다를 분석하고 비판하며 다그치는 것은 다 큰 성인을 훈계하는 것도 아니고, 영 어디에 갖다 붙일 명분도 확실치 않다. 나는 그때 정말 그랬다. 이런 분위기가 싫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무엇이 궁금한가요,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라고 묻기보다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더욱 추구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너무 뻔하디 뻔한 “괜찮아요, 다 잘될 거예요.”라는 말보다, 이쪽 방향이 좋다, 저쪽 방향이 좋다는 판단보다, 그 순간만큼은 내담자가 오롯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묵묵히 들어준다.
밝은 불빛으로 이끌되, 내담자의 속도에 맞춰 함께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이 되려 노력한다.
그대는 이야기 하고...
나는 들어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