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암 진단 후의 스토리
비 온 뒤 이침 산책을으로 며칠 언덕길을 다녔다.
어느새 이렇게나 커져버린 나무가 울창하고 풀냄새가 난다. 겨울에 왔던 곳이 아니다.
사이사이 심어 놓으신 내가 아는 작물과 마주친다. 그저 반갑다. 고추, 캘리그래피로 그렸던 가지, 꽃이 핀 호박, 상추, 깻잎에 사진도 꾹 눌러본다.
한송이 피었던 나리꽃이 게송이가 다 피어 우리 친정 언니들과 세 자매로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니 저 하늘은 수채화였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자연의 색이 있었다.
내 마음에 수채화 한 폭을 폭 안고 내려온다.
오늘 2개의 병원을 가는 날이다. 에스병원은 로봇 수술만 된다고 했다. 그래서 씨 대학병원으로 가 보았다.
의사 선생님의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다. 신장암은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 절제 후 아닐 수도 있다고 하신다.
그리고 오히려 로봇보다 손상 없이 직접 하시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신다. 오늘 발걸음 한 보람이 있었다.
딸이 동행해 주고 아들도 차로 픽업해 주어 고마웠다. 그래서 몇 군데 더 가보고 결정해야 되나 보다.
어제는 나의 친구가 깜짝 선물처럼 와 주었다. 그 친구는 지중해성 기후처럼 온난하게 이야기한다.
못 만났던 삶의 자락을 나누어보았다. 어려울 때 만나는 친구의 손길과 꽃 같은 언어로 기운이 났다.
하지만 우리의 안고 있는 문제는 여전하다.
겨울이었던 언덕길은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분명 자연은 가을을 선물해 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