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하면 안 되나요? 마스다 미리 저자
'뭉클하면 안 되나요?"마스다 미리작가의 책을 연달아 읽었다. 뭉클이 어느 지점일까? 하면서 읽어봤다.
책의 시작하며 머리말에
"세상에는 이렇게도 많은 '뭉클'로 넘쳐나는데!
어떤 때는 길에서, 또 어떤 때는 전철에서.
영화관, 라면 가게, 편의점 계산대 주변, 그 밖의 기타 등등.
뭉클을 믿고 주위를 둘러보면 뭉클하게 만드는 남자가 사방에 널렸습니다. 멋있는 남자의 긴 손가락, 늠름한 팔뚝만 뭉클한 게 아닙니다. 뭉클함이란 뜻밖에 단순하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미 뭉클함이 없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양자역학 남자에게 뭉클
기침이 나서 병원에 갔다. 붐비는 대기실, 옆에 앉은 몸집이 작은 초로의 남성이 곳곳에 연필로 줄을 그으면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다. 하얀 포장지로 표지를 한 두꺼운 책에는 '양자역학'이라고 쓴 글씨가 보였다.
공부를 하는 할아버지에게 뭉클했습니다.
52-53쪽
나의 뭉클을 찾아본다. 책을 열심히 보던 남편은 집중하는 게 멋져 보였다.. 이제 유튜브로 갈아탔다. 오히려 요즘은 무거운 짐을 들어줄 때 좀 뭉클해진다.
"무거운 데 짐 나눠줘요."
"괜찮아."
짐을 쥐고 나에게 절대 건네주지 않는다. 우리 엄마 같다. 이런 게 아빠표 뭉클 인가 생각해 본다. 남편 표 뭉클도 곧 찾아내야겠다.
접는 우산에 뭉클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낸 접는 우산을 보니 나팔꽃 봉오리는 커녕 활짝 펼쳐진 솔방울, 맙소사, 하면서도 아주 조금 미소가 지어진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접다니.
가지런히 접는 게 귀찮았구나. 아니면 접는 법을 잘 몰랐거나. 애들한테는 아직 일러, 하면서 좀처럼 사주지 않았던 접는 우산은 어른의 전유물이었다. 어른의 전유물인데 아이처럼 주름투성이로 접은 어른 남자에게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184쪽
도처에 있다던 나의 뭉클은 어딨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했다.
우리 집 둘째 중학교 때까지 거슬러간다. 중학교 중간고사, 학부모 시험감독을 갔다. 뒤편에 서 있는데 다리가 아팠다.
남자 선생님 이셨고 사회 과목이셨던 걸로 기억한다. 갑자기 의자를 머리 위로 번쩍 드시고 나에게 성큼성큼 걸어오셨다.
"앉으십시오.'
"아, 네."
나는 굽신거리며 의자에 앉았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시던 뒷모습에 후광이 보였다. 아무 생각 없던 선생님이 시험 끝나는 시간까지 잘생겨 보였다. 뭉클 지수 백이었다.
동네 골프장을 운영하신 사장님이셨는데 캣대디이시기도 했다. 입구에 고양이를 키우시고 실내에는 아픈 냥이들의 진정한 아빠이셨다. 나는 산책하면서 냥이들이 이뻐서 가끔 간식을 주었다. 캣대디님은 냥이들에게
"얘들아, 고맙습니다 하고 먹어야지."
'어머, 고양이들 교육까지 시키시는 진정한 캣대디시다!
이건 감탄 뭉클이다!
마스다 미리 작가의 뭉클의 시선은 사람을 보는 여유가 넘친다. 그래서 많은 에세이를 쓰시고 책을 내시는 동력이었을 게 분명했다. 놓치고 살았던 뭉클을 다시 주워 담고 싶다.
특히, 접이 우산을 뭉치로 접는 큰아들을 귀엽게 봐주는 이가 있으면 좋겠다. 그것도 좀 뭉클하게 봐주는 그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