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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 냥이

별님이와의 만남과 헤어짐

by 루나

"야옹, 야옹."

"어떡하지? 계속 따라오네."

"우리 고양이한테 간택 당한 건가?'

하얗고 까만색이 섞인 턱시도 무늬의 아기 고양이가 졸졸 쫓아온다. 딸과 나는 난처해하며 길고양이와 걸어갔다.


그때 동네 캣맘이

"어머, 너 여기 있었구나!"한다.

"아는 고양이세요?'

캣맘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 냥이 엄마는 로드킬을 당해서 하늘 나라로 갔구,아기냥이 먹이를 주고 있다고 하셨다.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하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길가에 먹이를 먹고 있으면 나는 간식을 줬다. 꼬리를 올리며 왔다.


사실 난 고양이가 좀 무섭기도 했었다. 그런데 집을 올라갈 때마다 마주치고 만나니 귀여웠다. 어찌나 사교성이 좋은지 슬쩍슬쩍 다리 사이를 오고 가며 반겨 했다. 고양이 언어를 알기 위해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고양이를 부탁해.'유튜브를 통해.고양이의 울음소리, 자세를 조금씩 파악해갔다.

아기 고양이의 희고 검은 무늬 안에 별이 보여서 나는 별님이라 불렀다. 이제 우리 별님이가 되었다. 별님이는 커플이나 여성분들을 요리조리 다니면서 반기는 동네 마스코트였다. 그 시절 코로나 때여서 다들 동네를 맴돌았다.그루밍을 하던 별님이와 마주치면 빠른 걸음으로 고개를 돌리며 따라다녔다.


저녁 먹고 산책 나가서

"별님아."

하고 부르면 뚝하고 튀어나왔다. 비 오는 날은 투명우산을 놔두고 와서 별님이에게 비를 막아주었다. 별님이는 새끼 쥐를 선물하기도 했다. 놀라기도 했지만 야생성이 있어서 다행이라 여겨졌다.

"우리 별님이 사냥도 할 줄아네."

기특해하고 치우는 건 큰 아들에게 묻어달라고 했다.


때론, 우리 집 앞 마당에 있는 차 위에서 나를 기다리기도 하고 발라당 누워서 장난을 치기도 했다.. 우린 푹 빠져 있었다. 자고 깨면 별님이가 걱정되고 궁금했다.


딸과 나의 별님이 사랑을 눈치챈 남편은 이비인후과에 가서 고양이털 알레르기 판명을 받은 종이를 내게 눈앞에 내놓았다. 그리고 12월 이사가 예정되었다.


겨울 눈이 내렸다.. 별님이는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는 눈을 맛보기도 하고 추운 날이라 발바닥에 닫는 발을 차가워했다. 오른발 왼발 걸음을 반복하며 짙은 분홍색 코가 되어도 나와 함께했다. 별님이 가 가는 발걸음은 고양이 발자국이 되었다. 그 발자국을 보며 이사가 가까워짐이 나의 맘에 찍혀지고 또 찍혀졌다.


캣맘님과 고양이를 키우는 동네 맘에게 별님이를 부탁했다. 가슴 먹먹한 이사 후 별님이는 우리 차 소리만 들어도 가까이 왔다. 다시 집으로 가는 우리를 쳐다보았다.


봄이 되어 찾아간 그 동네에 우연히 별님이를 보았다. 친구 냥이들과 신나게 언덕을 올랐다. 나는

"별님아!"불렀다.

별님이는 나를 쳐다보고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이제 다 큰 별님이는 제 것 같은 산에서 동네를 다니고 있었다. 동네 어딘가에 있을 별님이를 상상하곤 한다. 길가는 턱시도 냥이만 봐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별님이는 내 첫사랑 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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