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방해꾼

본질이 아닌 것을 제쳐둘 용기

by 어느여름밤


한동안 방치(?) 비슷하게 두었던 브런치, 얼마 전부터 조금씩 다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평소 tody 숫자가 5, 8, 1이던 나의 브런치가 43, 73, 하루하루 조회수가 늘더니 100을 넘고 어제는 200명 넘었다. 인기 브런치 작가들의 조회수에 비하면 너무나 소소한 숫자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여러 사람들이 나의 글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했다. 몇 년전 어느 날도 천단위로 며칠간 조회수가 폭발한 적이 있었다. 친한 동생이 다음 메인에 내 글이 뜬 걸 캡쳐해보내주었었다. 이번에도 어떤 한 글이 유독 조회수가 높다. 아마 또 어딘가 인터넷 세상에서 내 글이 얼마간 박제된 채 있는 것 같은데 출처는 몇 군데를 둘러봐도 아직 잘 모르겠다.


이번에 백단위 조회수를 올리고 있는 글이 우리 아이 관련된 글이었다. 아이 뒷모습 사진이 함께 들어간. 많은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봐주고 있다는 감사함, 기쁨과 동시에 마음 한 켠 조금 신경 쓰이는 마음이 있다. ‘누구 아는 사람이 내 글을 보면 안되는데’, ‘우리 아이 뒷모습 보고 내가 쓴 거 아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 내가 이렇게 게으르고, 정신머리 없고, 고민 많은 사람인 걸 아는 게 부끄럽다는 마음. 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보는 건 아닐텐데, 쓸데없는 걱정일텐데도 그런 생각을 하고있다. 한동안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았던 건, 아는 사람들이 팔로우, 이웃이 되어있다보니 언젠가부터 내가 어느 정도 검열을 하고 글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아예 모르는 사람은 괜찮은데, 이상하게 아는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는 게 조금 부끄럽다.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글을 올리는 사람이었다면 덜 그랬을 것 같다. 내 브런치는 오로지 나의 감정, 나의 마음이 일관된 주제였다.


차라리 아예 0에서 아무도 나를 모르는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두달 전 쯤 계정을 새로 파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다시 해보았다. 큰 정성없이 급하게 예전에 써놓은 글 몇 개를 올려놓은 채 신청을 해서일수도 있고 진짜 ‘작가’가 될 실력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고, 어쨌든 보기좋게 탈락했고, 어쩔 수 없이 기존 계정(현재 글을 올리는 시점에서는'예전 계정'을 말하는 것)으로 다시 글을 올리게 됐다. 이건 너무 부끄럽다 싶은 건 서랍에 두고 발행은 하지 않은 채로.



사람은 참 신기하다.

걱정되고 고민되고 신경 쓰이면 그냥 혼자 쓰고 혼자만 보면 될 것을. 어딘가에 글을 흩뿌려놓고는 이래저래 신경을 쓰는 나.

그런데 이게 나의 방식인가보다. 말수도 없고 내성적인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지극히 나는 나만을 생각하며 나의 이야기를 쓰지만, 나라는 개인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고, 위안이 될 수가 있는 게 글의 힘인 걸, 알아서일까.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 책을 출간한 사람들. 그 글이 잘 썼던 못 썼든 모두 대단한 분들 같다. 하나의 글, 하나의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의 노력을 한 것도 대단하지만 세상에 나의 글을, 책을 보여준다는 것은 ‘용기를 냈다’와 동의어로 들린다.


여기다 쓸지 저기다 쓸지, 새로 만들어 쓸지, 다른 데다 쓸지, 누가 볼지, 어떻게 생각할지.. 가끔 빠지게 되는 이런 생각들은 내 글쓰기의 방해꾼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본질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냥 무엇이든 진실되게, 꾸준히 쓰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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