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친구 없지"라는 말

by 어느여름밤

"00~ 너 괜찮나?! 너 동네 친구 있어?! 친구없어서 어떡해~”


결혼 후 몇 년이 지났을 즈음, 친한 고딩 때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날, 그 중 한 친구가 나를 보자마자 했던 말이었다.


“아니 나 동네 친구 있다~ 왜~”

당황한 나는 괜히 웃으며 촌스럽게 대충 대답을 했다.

다른 한 친구도 옆에서 거들었다.

“맞다~ 00 친구 있다 왜~”


이런 대화가 오고가는데, 오자마자 왜 '나의 친구유무'를 주제로 이런 말들을 듣고 또 대답을 해야 하는 거지 싶어 기분이 울적해졌다.

하지만 이내 평소처럼 오랜만에 본 친구들과 반가운 맘에 금새 맛있는 거 먹으며 근황토크도 나누며 신나게 수다를 떨다 집으로 돌아갔다.


재밌게, 신나게 잘 논 하루.

하지만 친구가 내게 건넨 저 말은 몇 년이 지나도 마음에 남는다.


확실히 저 말에 상처를 받은 것 같다. 그런데 그 친구가 밉고 그런 건 아니다.

가끔 사람 기분을 묘하게 긁는 친구는 오히려 따로 있었고, 그 말을 했던 친구는 평소에 누군가에게 기분 나쁠 만한 얘기를 하는 친구도 아닌 애였다. 그날 따라 왜 내가 오자마자 그런 얘기를 내게 건낸건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간다.


확실하진 않지만 친구는 내 글을 이따금 봤었나보다. 모임이 있던 그 즈음, 나는 외롭다는 얘기를 이따금 글로 썼던 것 같다. 글 뿐만도 아니었을 것 같다. 온 몸으로 나 외로워요, 하고 외로움이 얼굴에 묻어났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 또한 나만큼이나 친구가 그리 많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아마 외로운 놈이 외로운 놈을 알아 본 게지 싶다.


친구는 친하다는 이유로 내게 무례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이유로 그 말을 한 친구가 밉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친구가 한 저 말은 이따금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왜 저 말에 속으로 발끈했을까.


“너 친구 없지”


친구가 없다는 말, 외롭다는 말, 남편, 내 여동생 외에는 직접적으로 한 적이 없다. 어릴 때는 못할 얘기가 없었던 친한 이 친구들한테도 이상하게 커서는 이런 얘기는 안하게 된다. 아마 내 자존심 때문이겠지.


그런데, 내가 먼저 말을 꺼내지도, 토로하지도 않은 얘기를 누군가가 내게, 지레짐작해서 확실시하며 내게 건냈고, 마침 그 말이 실은 팩트라서, 나는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던 것이다.


외로운 거 맞다. 외롭고 주변에 사람도 많이 없었다. 평생 지내온 지역에서 살짝 떨어진 곳으로 신혼집을 차렸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생활반경이 좁아지니 인간관계가 점점 좁아졌다.

그래도 나는 친한 베프들이 있으니까, 싶으면서도 늘 나는 먼저 연락하는 것 같고, 친구들은 먼저 잘 연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괜한 자존심에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먼저 잘 안하게 됐다. 다들 결혼한 곳에서 나름대로 둥지를 잡고 친한 엄마들, 친구들도 사귀며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외로운 게 들킬까봐, 누가 알아챌까봐 실은 마음은 어려웠다.



처음엔 외로움 자체로 외로웠다. 그리고 점점 알게 됐다. 누군가가 내가 외롭다는 사실을 아는 게 두려워한다는 것을.


혼자 밥 먹는 일, 외로운가. 그렇지 않다. 나는 어디서든 혼자 밥도 잘 먹고 쇼핑도 잘하고 잘 돌아다닌다.

학교나 회사의 구내식당 낮 12시, 나를 아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서 먹고 있는데 나는 혼자 먹는다면, 나는 분명 외로울 것 같다.



놀이터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 그런데 나는 놀이터 가는 게 마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다. 동네 친구가 많이 없는 나는 놀이터에 가면 외롭다. 끼리끼리 모여있는 엄마들 사이에 벤치에 혼자 앉아 눈으로 아이를 좇을 때가 많다. 엄마가 되면 아는 엄마가 절로 생기는 줄 알았는데, 마음 맞는 엄마 사귀는 일이란 정말 드문 일이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외롭고, 내가 외로운 걸 사람들이 아는 게 부끄럽다.

몇 년 째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게 계속 또 이어질까 두렵다.


-

사람이 없으니 외롭고, 외로우니 또 사람이 안 붙고, 안 붙으니 어두워지고.

외로움, 시선, 반복.


이 패턴을 바꿔보고 싶다.

-

그리고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외로워도 된다. 외로운 게 부끄럽다면 부끄러워해도 된다고.


그치만 정말 변하고 싶다면,

남보다 나를 먼저 봐주라고, 말해주고 싶다.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내가 제일 친한 친구가 먼저 되어줘보라고.

실은 안다. 내가 나와 친하지 않고, 내가 나를 미워할 때가 많으니 외로운 거라는 걸.


또 말해주고 싶다.

외로운 그 마음 안고 지내느라 고생했다고.

글 쓰고 운동을 하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 하고, 자주 웃으려 노력하고, 내가 가진 것 바라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나씩 하나씩 해보자고. 인간으로 태어나 외로운 게 당연한 것일텐데, 그 외로움, 편안하게 바라보고 함께 즐거이 걸어갈 수 있을 때까지, 차근차근 마음을 봐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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