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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어진 Mar 16. 2024

아랑이에게

영혼의 단짝, 유진이가

아랑이에게.


 아랑아. 내 제일 친한 친구 아랑아. 너같이 좋은 사람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제일 친하다'라고 말할 수 있음이. 내게는 감당하기 벅찰 만큼 큰 행운이야. 내게 닥친 인생의 여러 불행들을 떠올릴 때면 '불행 총량의 법칙이 있기나 한 걸까?' 싶다가도 너를 떠올리면 '그래, 있긴 하겠다.' 싶어. 그 불행들과 함께 너를 주셨으니 말이야. 네가 있어서 내 인생도 그렇게까지 불쌍해지지 않는다고 말하면 네게 부담이 될까?


 아랑아, 넌 내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가장 웃긴 사람이야. 존경과 유쾌가 한 사람에게 공존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생각해. 둘은 너무 상반되는 특성이니까. 특히 요즘 세상에서는 더더욱. 하지만 넌 언제나 그 경계를 잘 지키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네가 돋보이는 건 아마 그런 이유에서겠지?


 늘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는 네가 정말 부러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모습이거든. 그런데도 조금의 질투도 나지 않으니 너의 성격은 정말이지. 원래 닮고 싶은 모습을 지니고 있는 사람일수록, 그리고 그 사람이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질투가 나기 마련인데 말이야. 나도 너처럼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리고 그러면서도 주변의 시기 질투를 받지 않고 싶어. 너무 큰 욕심인가? 싶다가도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니까 욕심을 떨칠 수가 없네. 휴.


 너와 대화하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라는 표현이 어쩌다 나오게 됐는지 알 것 같아. 조금의 비난도 포함시키지 않는, 오롯이 공감과 유머로만 가득 찬 너의 화법. 듣는 태도와 리액션. 그동안 쌓여온 이야기들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지만 할 수 있는 조언들. 그 모든 것들이 우리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 같아. 13살에 처음 만났고 29살이 되었으니 이쯤 되면 서로 질릴 법도 한데, 어쩜 그렇게 꾸준하게 재미있니? 16년 동안 단 한 번도 순위 변동 없이 제일 친한 친구가 가능했던 이유는 아마 재미있어서가 아닐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혹은 며칠 되지는 않지만 해가 뜨나 내 인생은 언제나 너와 함께였던 것 같아. 4년 전 엄마 일을 알렸을 때 한걸음에 달려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3일 동안 매일, 혼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줘서 고마워. 그때 네가 매일 찾아와줘서 조금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 2년 전 아빠 일을 알렸을 때 자세히 묻지 않아줘서 고마워. 모든 걸 공유하는 우리라 하더라도 아빠 일만은 말하고 싶지 않았어. 말하는 순간 내가 너무 불쌍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 많이 궁금했을 텐데, 미안해. 항상 나를 너희 집 막내딸이라고 표현해 줘서 고마워. 그 따뜻한 소속감이 난 참 좋아. 이따금 어머니표 요리를 선물해 줘서 고마워. 정성 가득한 그 음식들은 우리 가족을 든든하게 해. 여러 의미로 말이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나 자체로 인정해 줘서 고마워.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너에게서 어떠한 평가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내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하든 나를 비난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 그게 날 안심시켜.


 이 세상에 영원한 관계는 없다고 하잖아. 그 말처럼 우리도 점차 맞지 않는 사이가 될까? 그런 날이 올까 두려워. 지금도 조금씩 변해가는 너와 나니까. 요즘은 지나치게 감성적인 내가 좀 걱정돼. 너의 결에 맞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만약 우리가 멀어지는 날이 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를 그대로 두지 않을게. 어떻게든 다시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 너에게만은 꼭 그렇게 할게. 네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이 글은 2024년 1월에 썼고, 3월에 고쳤어. 그리고 나는 언제나 네가 참 좋아.


영혼의 단짝, 유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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