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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어진 Mar 14. 2024

매력인간보고서04_WJ

까칠한 소크라테스를 소개합니다.

 그의 별명은 소크라테스이다. 내가 지어주었다. 소크라테스처럼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깊이 있게 통찰하는 사람이라 그렇게 지었다. 그 별명을 말해주었을 때 그는 짜증을 내며 "내가 왜 소크라테스에요. 이상한 별명 짓지 마요."라고 했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그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은 애초에 기대조차 할 수 없다. 그는 매우 까칠한 사람이므로.


 그는 항상 자신이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1년 정도 지켜본 그는 예민한 사람이 맞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 것 같다. 어떤 표현을 쓸 수 있을까. 섬세하다? 민감하다? 음. 그것보다는 '상처를 많이 받아본 사람'인 것 같다.


 그에게선 상처가 느껴진다. 대화를 나누면 나도 모르게 느껴진다. 또, 상처를 극복하고자 애를 많이 쓴 사람인 것 같다. 실제로 한때 힘든 일들을 겪었고, 그것 때문에 꽤 오랜 시간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그가 어떤 일들을 겪었을지 감히 물어볼 수 없었다. 어차피 대답해 주지도 않겠지만. 이제는 다 괜찮아졌다고 말하는 그가 진짜로 괜찮아졌길 바랄 뿐이다.


 그는 확실한 사람이다. 그것이 성격이든 가치관이든 말이다. 가지고 있는 색채가 확실하다. 그리고 그 확실한 것들을 모두 표현한다. 생각을 밝히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그런 그가 부럽다. 그러나 그는 그런 면이 자신의 흠이라고 말한다. 자신에 대해 많이 밝히는 사람은 그만큼 공격받을 거리가 많다고 했다. 그로 인해 상처받아본 적이 있나? 그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지 않나? 왜 그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언제나 자신의 생각을 또렷하게 말하는 그가 상처받는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는 몹시 까칠하다. 잘 웃지도 않는다. 특히 사람들 간에 의견 대립이 생겼을 땐 조금도 웃지 않는다. 딱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방어적이다. 그러나 어떤 날에는 몹시 부드럽다. 잘 웃지 않던 그가 해맑게 웃는다. 이따금 장난을 걸어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 모습을 하루에 몇 번씩이나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지. 아직도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러나 확실한 것이 있다. 앞뒤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었다. 그는 앞뒤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까칠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부드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 말을 들으면 아마도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뭐 어쩌라고! 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뿐이라고!"  


 그는 까칠하다. 자기 생각과 다른 말을 하면 마치 소크라테스처럼 "왜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그거 진짜 맞아요?"라고 물어본다. 그러나 그는 부드럽다. 그런 질문들이 유독 빈도수가 늘어나는 때가 있는데, 대화 상대가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듯한 말을 할 때이다. 예를 들면 "전 제가 멍청한 것 같아요.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등과 같은 말을 하면 그는 거의 즉각적으로 "왜요? 그거 맞아요?"라고 묻는다. 그는 질문을 하고 있지만 사실 질문을 하고 있지 않다. 그냥 "당신, 당신 생각보다 꽤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말 한마디면 될 것을, 그는 그렇게 표현하고 만다. 아마 그것이 그의 성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와 응원이 아닐까 싶지만.


 그에게선 흉터가 느껴진다. 이제는 다 아물고 새 살이 차올랐을 것 같은. 그러나 절대 지워지지는 않을 것 같은. 그는 생각보다 더 까칠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부드럽다. 까칠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이상한 사람이다. 이상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서 받는 위로가 이상하게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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