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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Jun 29. 2024

사람들이 많이 죽은 곳?

때론 알쏭달쏭한 - 노란쌤의 시선의 변화

5·18 

“ 현관 쪽으로 가면 5학년 형, 누나들이 퀴즈 낼 거예요.  맞추고 사탕 받아요. ”


“교장 선생님, 현관이 어디예요?”


“ 코로나 때, 체온 쟀던 곳, 어디인지 알겠어요?”


“아, 사람들 많이 죽은 곳이요?”


“ 엉? ”


    학생자치회에서 '학교폭력예방 퀴즈 대회' 행사 중,

 1학년 학생의 말에 교장선생님과 나는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학교 현관, 오른쪽에는

재작년 4.16 행사에서 전교생이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노랑나비 모형이 걸려 있었고

왼쪽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에 유공자들께

손 편지 퍼즐 엽서를 이어 붙여 만든 5·18 기념탑 사진이 크게 걸려 있었다.


‘아차! 매일 아침마다 이 곳을 지나쳤던 누군가는 이 공간에서 ‘죽음’을 떠올릴 수 있었겠구나.’


어떤 이는 선생님 품에 안겨 4.16 노랑나비를 걸었던 추억을 소환하며

자신이 걸어 둔 나비를 보며 이곳을 지나칠 것이다.

또 다른 어떤 이는 만나본 적은 없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돌아가신 분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손편지 썼던 날을 떠올리며

학교 현관을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통된 경험이 없는 이에게 이 공간은 과연 어떻게 비쳤을까?


학교는 매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만남과 이별이 공존하는 장소이다.


학교 자치의 근간인 ‘소통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롭게 출발하는 이를 위한 섬세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입학생과 전학생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담임교사가 꼼꼼하게 살피듯

낯선 공간에 들어선 학교 구성원들의

밝고 편안한 학교 적응을 위한 노력이 친절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가능한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는 이들이

낯선 환경에 불안감과 불편함을 덜 느끼도록

규제보다는 최소한의 안내로

자발적으로 낯선 환경을 탐색해 보도록 시간 여유를 의식적으로 계획해도 좋겠다.


새로운 시각에서 기존 시스템을 바라보면 개선할 점도 쉽게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feat.  정석 작가님 꽃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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