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서전스 컷"을 보고 나서
(2021년 7월 17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최근에 넷플릭스 추천으로 외과의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서전스 컷" 을 보기 시작하였다.
총 4개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시리즈인데, 각 편마다 한 명의 세계적인 외과의를 다루고 있었다.
1편은 태아 전문 외과의 카프로스 니콜라이디스의 이야기.
2편은 뇌를 수술한 외과의 알프레도 키뇨네스이노호사,
3편은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간 이식수술을 한 낸시 애셔,
4편은 삼장 외과의 데비 셰티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냥 보기 시작한 시리즈였지만...
이들의 삶으로부터 정말 배울 수 있는 점이 너무 많아서, 경외심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이 들어서 소화가 되지 않을 정도였고, 다큐 구성 자체도 굉장히 몰입감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수술 장면을 정말 생생하게 담고 있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래서 아마 다시 보게 될 것 같은 시리즈였다. (개인적으로는 1편과 4편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자면...
1. 매일 매일 하는 일에 정말 진심을 다하고, 최선을 다한다.
2. 외과의로서 한건 한건의 수술을 해낸다는 것을 넘어, 한 사람 한사람의 삶에 관여하는 모습에서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다.
3. 본인의 한 인생에 주어진 목표. 즉, 삶의 소명을 가지고, 대의를 위해 하루하루 앞으로 나아가는 분들의 모습이었다.
4. 엄청난 대가임에도 하나같이 겸손하고, 자신을 낮추어 표현한다.
왜, 부자들도 진짜 백만장자와 졸부가 다르게 행동하듯이 한 분야의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living legend의 위치에 있는 외과의들은, 그냥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외과의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1. 매일 하는 수술, 매일 보는 환자들이 익숙하고, 어떨 때는 사소하게 생각되기도 할법 한데, 이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하고 꼼꼼하게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손끝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아 매 순간 본인의 최고 역량을 발휘하고자 애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1편에서 카프로스 니콜라이디스는 (그는 쌍둥이들에게서 종종 발생하는 쌍태아 수혈 증후군 치료법을 개발한 의사인데) 쌍태아 수혈 증후군 시술을 매일 매일 하지만, 늘 처음 시술할 때와 같은 기분이라고.. 이야기한다.
2. 개인적인 일로 대학병원을 드나 들던 시절.. 의사들 중에서도 외과의사들은 특히 바쁘고 체력 소모도 크고, 또 굉장히 생사가 위급한 사안들을 많이 다루다 보니, 사람의 생명을 쥐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그들에게는 그저 하나의 일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뭔가 인간애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소개된 분들은 하나같이, 수술할 때는 굉장히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마치 환자의 영혼과 연결된 듯이 그들의 삶을 위하는 태도를 가지고 계셨다. 본인 한 사람의 손끝이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생명,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그 무게감을 짊어지고 있는 듯 하였다. (익숙한 일이라는 투의 말투는 정말 1도 없었다)
3편에서 낸시 애셔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몸을 열어 그 장기를 마주하는 외과의야말로, 환자의 삶에 이렇게나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이라고...
3. 그들은 하나같이 본인의 하는 일이 진심으로 가치있는 일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 왜 내가 이 세상에서 이 일을 해야만하는지에 대한 삶의 목적, 즉 소명이라고 하는 것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었다.
4편에서 데비 셰티는, 테레사 수녀의 마지막 4년을 치료하였는데, 테레사 수녀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이 심장이 온전하지 않은 채로 세상에 왔고, 그것을 알게된 신이 그들을 고치게 하기 위해 당신을 보낸 것이다" 데비는 이것이야말로 소아 심장외과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데비는 소아 심장만 하는 외과의는 아니지만.)
4. 내가 의료계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실제 그들의 업적이 얼마나 높게 평가 받는지, 실제 평판이 어떠한지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 하나의 지평을 만들어낸 대가들이었다. 그럼에도 하나같이 겸허한 자세를 지니고 있었다. 늘 실수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마음을 잡고, 다잡고.. 하는 모습. 그냥 재능만 있는 사람이 보일 수 있는 자세는 아니었다.
너무나도 인상적이어서, 매일 아기 재우고 조금씩 끊어서 봤음에도 여운이 많이 남아..
(역시 아기를 재우고난 이 밤에) 조금이나마 감상편을 적어본다.
여러 번 보게 될 것 같은 시리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