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슬플 때 청소를 해

250514 수요일 일기

by 문지

*브런치북 이전 시리즈가 마감되어 다시 올립니다. 올리자마자 라이킷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까지 방황의 결과 아주 깨끗한 방을 갖게 되었다. 정리 정돈은 얼추 됐지만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 상태였는데, 수납 아이템의 도움으로 더 깔끔해졌다. 괜히 이 상태가 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다시 열심히 해볼까 싶고.


아마 지난 3일 그 많은 수업을 다 빠지면서, 학기 초부터 지금까지 쌓아 올렸던 게 꽤 많이 무너졌을 것이다. 일단은 올출 하겠다는 내 목표는 이미 불가능해졌다. 무자비하게 빠른 진도도 더 밀렸겠지. 그래도 잘 쉬었으니 되었다고 생각하련다. 하도 수업 안 오니 같이 수업 듣는 친구한테 카톡이 왔다. 뜻밖의 위로를 들으니 최소한 그 수업은 가야 될 것만 같다. 수업은 빠져도 근로는 하는 나는 내일 오전에 어쨌든 학교로 향해야 한다. 그 김에 수업도 들을까?


다년간 유리멘탈로 공부를 쭉 하던 어느 날 이렇게 슬럼프에 빠져버리는 짓을 반복했다. 밑바닥에서 헤매다 보면 언젠간 반드시 회복된다는 걸 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쉬는 그 끝자락에는, 어딘가 불편한 마음이 든다. 그 마음은 공부를 하지 않아서이다. 처음엔 공부를 하다 지쳐서 쉰 것인데, 마지막엔 쉬다 지쳐 공부로 복귀하게 된다.


더구나 작년까지만 해도 쉴 땐 종일 유튜브만 잔뜩 보거나 인스타 등등 하루 종일 도파민에 절여지는 날을 보내다 보니 남는 게 정말 하나도 없었다. 작년 10월쯤 인스타를 지우고, 올 4월쯤 청소에 맛 들렸다. 차라리 밀린 집안일을 해치워버린 게 됐다. 심심해서 청소한 적은 있는데 물걸레질까지 해치우는 오늘 같은 경우는 드물었다. 겨울 옷도 싹 치우고 수납 도구도 언젠가 필요했던 걸 구비하게 된 데다, 먼지 청소까지 했으니 지난 3일의 방황은 좀 애교로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한다.


이런 나를 너무 미워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날 달래면서 나아갈지 고민하기로 한다. 이 와중에 정리 실력 엄청 늘었다. 이상하게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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