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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들(세번째 이야기)

by 진 스토리


2013년 5월, 눈부시게 화창했던 봄날, 그 햇살은 어찌나 따사롭던지, 세상 모든 것이 생기를 머금은 듯했다. 하지만 그 따스함이 무색하게, 화순 소방서 구급대원들은 아침부터 쉴 새 없이 울리는 출동 벨 소리에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연이은 신고에 밥 먹을 시간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


겨우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려던 참이었다. 가스레인지 위 냄비에서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가 들려왔고, 짧지만 달콤한 휴식을 기대하며 출동일지를 정리하던 그때, 날카로운 출동 벨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구급출동, 구급출동! 화순군 도곡면 00카페, 호흡곤란 환자 발생! 긴급 출동 바람!"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된 듯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주변의 소음도, 배고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구급 장비를 챙겨 들었다. 피곤함도 잊은 채, 온몸은 스프링처럼 튕겨져 나갔다.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며, 구급차는 쏜살같이 도곡면을 향해 질주했다.


차 안에서 한 대원이 다급하게 신고자와 통화를 시도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환자분, 의식은 있으십니까?"

"네, 그런데 숨을 쉬기 힘들어하세요. 쌕쌕거리는 소리가 너무 심하게 나요."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작은 징후라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대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10여 분을 숨 가쁘게 달려, 마침내 구급차가 00카페 앞에 도착했다. 쏜살같이 들것을 내리고 카페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테이블에 앉아 괴로운 듯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환자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때였다. 환자가 갑자기 고꾸라지듯 쓰러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구급대원들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숙련된 몸은 즉각 반응했다. "환자 바이탈 체크!" 한 대원이 재빨리 환자의 맥박과 호흡을 확인했다. 맥박은 희미하게 느껴질 듯 말 듯했고, 호흡은 완전히 멈춰 있었다. 망설일 틈도 없이, 대원들은 환자를 바닥에 눕혔다.


"CPR 시작합니다!"


한 명은 환자의 코를 막고 입을 통해 숨을 불어넣었고, 다른 한 명은 환자의 가슴뼈 아래쪽을 힘껏 압박했다. 깍, 깍, 깍.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듯했다. 깊고 빠르게, 멈추지 않고 가슴을 압박했다. 1분, 2분, 3분…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함이 밀려왔다.


환자의 상태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AED(자동심장충격기)를 꺼내 환자의 가슴에 패드를 부착했다. "충전 완료! 충격 갑니다. 모두 떨어져!"


모두의 신경이 곤두섰다.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찌릿! 전기 충격이 환자의 몸을 강하게 튕겨냈지만, 안타깝게도 심장은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다. 시간이 멈춘 듯한 침묵 속에서, 불안감이 점점 더 커져갔다.


"이송 결정!"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 안에서도, 가슴 압박은 멈출 수 없었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차량 안에서, 식은땀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속에서도, 대원들은 이를 악물고 CPR을 계속했다. 희미하게나마 다시 뛸지 모르는 심장을 위해,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마침내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의료진이 구급차 문이 열리기도 전에 달려 나와 환자를 맞이했다. 환자는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이어받았지만…


"사망입니다."


의사의 짧고 단호한 한마디에,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했다. 숨 막히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구급대원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팔은 격렬한 가슴 압박으로 인해 감각이 없을 정도로 저려왔다. 하지만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오는 죄책감과 무력감이었다.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머릿속에서 후회의 그림자가 끊임없이 되살아났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더라면 살릴 수 있었을까?" "내가 조금만 더 실력이 뛰어난 구급대원이었더라면, 무언가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았을까?"


눈앞에서 소중한 생명이 사라져갔다. 바로 앞에서, 자신의 손안에서. 그 무엇으로도 씻을 수 없는 깊은 슬픔과 자책감이 그의 심장을 짓눌렀다. 그는 그 끔찍한 죄책감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날 이후, 구급차에 오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사이렌 소리가 울릴 때마다, 환자를 볼 때마다, 그날의 끔찍한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는 더 이상 구급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자신이 없었다.


결국, 그는 오랜 고민 끝에 구급대원으로서의 삶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그는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살리지 못한 환자, 지켜주지 못한 생명. 그날의 죄책감은 시간이 지나도 조금도 희미해지지 않은 채,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 여전히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그 무거운 짐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구급대원들은 매일같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한다. 때로는 기적처럼 생명을 살리지만, 때로는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문제는 그 실패가 단순한 실수가 아닌, 한 인간의 삶 전체를 짊어지는 고통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환자를 살리지 못한 구급대원들은 종종 심각한 심리적 외상(PTSD)에 시달린다. 그날의 끔찍한 기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끊임없이 반복되고, 무력감과 죄책감이 그들을 갉아먹는다. 심한 경우, 극심한 불안감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업무 수행조차 어려워진다.


이러한 심리적 문제를 방치할 경우, 구급대원들은 직업적 소진(Burnout)과 우울증에 빠질 위험이 매우 크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이다. 그들은 영웅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고통을 홀로 감내하고 있다.


이제는 침묵을 깨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구급대원들의 트라우마와 심리적 고통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전문적인 상담 치료 및 지원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그들이 건강한 정신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은 우리의 영웅이며, 우리는 그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이 글은 전직(현직)소방공무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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