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와 내려놓음의 차이

by hyncollection

생각해보면 나는 늘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수능 공부를 시작했던 이유도, 그 도전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던 이유도 내 인생에 치열한 순간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가 만족하는 내가 최선을 다했던 순간은 인생에 있어 정말 순간 뿐, 건강이 상하도록 공부를 했던 딱 그때 뿐이었다.



미치도록 노력했던 그 때만을 나는 최선의 노력이라 인정했다. 그리고 최선의 기준이 “미침”이 되는 순간, 나는 왠만한 노력으론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나 자신를 채찍질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 미쳤던 나의 모습은 건강만 악화될뿐 돌아오지 않았고 오히려 성적도 떨어지고 자존감도 떨어지는 악영향만 끼쳤다.

나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것의 기준을 정하는게 너무나도 힘든 사람이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련하게도 나는 내가 세운 기준을 바꾸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다. 그때의 치열했던 내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남아있기에.


우울을 품고 마지막 수능을 준비하며, 나는 더 이상 미치게 열중하고 싶지 않아졌다. 아니, 어쩌면 내겐 그럴 힘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나는 그것이 포기인줄 알았다. 그러나 머지않아 그것은 포기가 아닌 내려놓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수능을 위해' 미치고 싶지 않았다. 늘 최우선의 가치로 여겨왔던 수능이, 더이상 내게 중요한 가치가 아니게 된것 이다. 간절하지 않은데 간절한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것은 불가능하다. 열정이 없는데 열정을 가지려고 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이제 나는 내게 더 중요한 가치를 찾았고 수능에 목매고 싶지 않아졌는데, 어떻게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열정이 없어서 열정을 갖고 싶었지만 그건 불가능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열정이라는 것은 단지 의지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었나보다.


그제서야 나의 최선의 정의를 내렸고 포기와 내려놓음의 차이를 구분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했고 이만하면 충분히 했기에 미련이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에 그 일을 그만두는 것은, 포기라기보단 내려놓음의 의미에 더 가깝다.




정말 노력해본 사람은 노력이 어떤 식으로든 우리에게 결과를 남긴다는 것을 언젠가 깨닫게 된다. 그 결과가 비록 처음에 계획하고 꿈꿨던 1차적목표는 아닐지 몰라도,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했다는 분명 더 값진 것을 얻는 경험을 하게 될것이다. 그래서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정에 집중하는 행위만으로 한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다. 넘어지더라도 다음으로 나아 갈 수 있는 힘을 주기에.


그걸 인정하고 나니 내 과거의 모습들이, 그리고 노력들을 부정하지 않게 되었다. 수능에 집중하지 못한것은 사실이고 아쉬움은 또한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뒤늦게 깨달은 사실이지만, 첫 수능 이후로 내게 중요한 가치는 '나를 찾는 일'에 있었다. 그리고 되찾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그 노력들이 비록 공부에 방해가 되었고, 노력했음에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예전의 나는 더 나은 나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내가 내가 되는 것이었다. 비록 그 어느때보다 고통스러운 한해를 보냈지만 나는 그 고통이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목표를 향해 달리는 나의 모습도 최선을 다한 것이지만 그전에,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노력한 나 또한 최선을 다했던 나의 모습이다. 결과에 치중해서 상황을 바라보면 인생은 후회와 아쉬움, 자기혐오로 가득찰 수 밖에 없다. 세상이 알아주는 건 결과이지만, 자기 자신은 스스로에게라도 그 과정 속의 나도 한번 바라봐주었으면 한다. 최선을 다했다는 기준을 너무 높게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때 당시의 우리는 모두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지금 와서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그건 우리가 지금 그 상황에 놓여있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나는 지치고 힘들고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끈을 놓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 노력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수고했다고, 부족했다면 앞으로 더 잘해나가면 된다고. 세상이 잘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노력했던 나의 과정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 자신만큼은 수고한 나를 꼭 안아주길 바란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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