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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매 Oct 01. 2023

EP16. 광고를 전공하고 관광을 연구하는 혼종(1)

오락가락 엉망진창 라이프

아직 내 브런치스토리는 글이 20개도 되지 않는 신생 채널이다. 이제 겨우 열 여섯번째 글을 쓰고 있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딱히 명확한 주제 없가 없어 '오락가락 엉망진창'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트로트를 향한 사랑, 지역 브랜드에 대한 관심, 사장 지망생으로서 갑작스러운 고백까지 마치 내 20대처럼 종잡을 수가 없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애초에 나는 '자아성찰을 위한 장'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브런치를 시작했으니까. 다른 작가님들이 유용한 정보, 교훈 있는 일상, 특별한 경험 등을 전할 때에도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막무가내 작가로 아주 가끔 브런치에 나타날 뿐이다. 하지만 암만 정신없는 일상일지라도, 내 글을 읽는 독자가 손에 꼽을만큼 적을지라도 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뭐하는 애이길래 이렇게 채널에 일관성이 없지? 싶은 의문이 들 수도 있으니까요!


광고를 전공하고 관광을 연구하는 혼종입니다.

나는 커뮤니케이션학부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대학에 합격하고 여기저기서 "커뮤니케이션이 뭔데?"라고 물으면 "그냥 옛날 신방과요"라고 성의없이 대답하기도 했다. 어릴 적 나의 장래희망은 방송국 PD이자 멋진 CEO, 카피라이터, 광고기획자였다.(욕심만큼 많기도 했다.) 내 기준 '멋진 여성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직업군 안에서 장래희망을 정한 것이다. 친구들이 입시 과정에서 전공을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할 때, 나는 고집있게 광고홍보학과에 가겠다고 선언했다. 담임 선생님과 엄마는 '국어를 잘하니 사범대나 교대에 가서 교사가 되라'고 하셨지만, 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6개의 수시 티켓을 거머쥔 겁없는 입시생으로서 어른들과 상의도 없이 '광고홍보학과'에 올인했고 시원찮게 전해오는 '예비합격' 소식에 여기저기서 안타까움 섞인 한숨을 피할 수 없었다. 내심 '엄마 말 들을걸...'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결국 수시 우수입학 대상자로서 '합격통지서'와 100만 원의 장학금을 받고 당당히 광고홍보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실패는 도피의 어머니

본교 커뮤니케이션학부는 광고홍보, 영상콘텐츠, 저널리즘을 포함해 세 가지 세부전공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매년 가을이면 세 전공생들이 모여 학술제를 열었다. 어느덧 3학년이 된 나는 광고학회장이 되어 광고홍보전공생들의 코너인 '경쟁PT' 기획을 맡게 되었다. 보통 특정 브랜드나 상품을 주제로 팀을 정해 경쟁PT를 진행했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하고 싶었다. 당시 매거진 동아리에서 알고 지낸 친구가 대학생으로서 사회적기업을 설립했고 그에 대한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곧장 '이번에는 이 새로운 도전을 테마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아주 독단적인 선택이자 권력 남용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꽤 아는 척을 하며 선후배들을 디렉팅했고 분명 성공할 것이라 믿었다. 결과는 아주 폭망이었다. 외부에 보여지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학술제와 경쟁PT 코너에 대한 고찰이 부족했고, 그랬기에 디렉터인 나조차도 "왜 이걸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당연히 좋은 평을 받을리가 없었다. 대놓고 질타를 받아 마땅한 일이었지만, 그 때는 스스로 너무 수치스럽게만 느껴졌다.


현 시점에서 같은 일을 겪었다면 분명 진지하게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다음을 위해 나아가기 위해 빠르게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22살이었던 나는 '도피'를 선택했다. 왠지 이쪽은 나랑 안맞는 것 같다며 휴학을 선택했다. 그 누구도 나에게 "너 왜 그런 바보 멍청이 같은 학술제를 연거야?"라고 말하지 않았고, 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나누었지만 왠지 모를 자격지심과 후회가 나를 괴롭혀 더이상 학교에 남아있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가 아닌 도피의 어머니로 삼아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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