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애매 Feb 10. 2024

[부정맥 일기] 엄마, 백화점이 무너지고 있잖아.

 다행스럽게도 병원에 다니고 꾸준히 약을 먹은 이후로는 부정맥 증상이 조금씩 나아졌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스스로 부정맥 증상에 적응하면서 덜 심각하고, 덜 아프게 느껴진 것 같다. 어느정도 두근거리는 증상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지내게 될 때즈음 몸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2023년 연말은 의도치 않게 사람 때문에 힘들고, 사람 때문에 낙심했던 시기였다. 그 여파는 생각보다 엄청났기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부디 그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었기에 매일 친구나 가족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소중해진 때이기도 했다.


 하루는 퇴근 후 엄마와 함께 백화점에서 소소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티 타임을 갖기로 했다. 엄마는 급하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고 나는 먼 산을 바라보면서 내일은 회사에서 어떻게 지낼지 고민하며 에이드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백화점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진이 일어난 걸까? 백화점과 연결된 기차역이 무너진 걸까? 대형사고가 일어난 것이 분명했다.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순간 주변에 사람들을 살펴 보았다. 엄마는 여전히 웃으며 통화 중이었고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 뿐이었다. 백화점 직원 그 누구도 사람들을 대피시키지 않았고 모두가 평화롭게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심장이 너무 뛰어 귀까지 울릴 지경이었고,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미쳤어, 다들 미쳤어. 지금 백화점이 무너지게 생겼는데 이렇게 웃고만 있다고?'


 여전히 통화 중인 엄마를 재촉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뒀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더 급해졌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 지상으로 나갈 때까지 부디 아무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 때까지도 엄마는 통화 중이었고 평소와 다른 내게 이끌려 운전대를 잡고는 영문도 모른 채 백화점을 빠져 나왔다. 나는 백화점에서 한참 멀어지고나서야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지진 나는거 못느꼈어? 백화점이 무너지고 있었잖아. 진짜라니까?"

작가의 이전글 [부정맥 일기] 난생 처음 주치의가 생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