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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매 Aug 03. 2024

[어쩌다보니 결혼준비] 내가 가장 먼저 갈 리가 없어.

"우리도 이제 결혼할까?"


나와 함께 술을 한 잔 걸치고 그가 내게 말했다. 프로포즈도 뭣도 아닌 애매한 질문이었다. 그를 처음 만났던 스물 여섯 살, 종종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면 "30살 넘어서 할거야. 아직 난 너무 어려."라는 말로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곤 했다. 하지만 한 달 뒤면 공식적으로 서른이 되는 시점, 이제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막상 공식적으로 결혼 제안을 받으니, 이제는 결혼을 준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생각은 하루도 가지 않아 사라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내가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는 다양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부분은 "돈"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다 갚고, 아빠가 진 빚을 엄마와 내가 청산하며 살아가다보니 사실 모아둔 돈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사정을 그가 모를리 없었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는 "어차피 돈은 살아가면서 같이 벌고 모으면 되는 거니까 걱정하지마."라는 말로 위로했고 나는 그 말을 믿고 일단 결혼, 까짓것 해보자고 결심했다.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제일 먼저 갈 수 없어!!"라는 고집 때문이었다. 서른이 넘어야 결혼하겠다는 말이 그냥 내뱉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들 중에서 결혼 준비를 고려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기에 이대로 결혼을 준비하면 내가 가장 먼저 "유부" 딱지를 달게 생긴 것이다. 일을 사랑하고 혼자 지내는 걸 좋아하는 나를 아는 주변 친구들은 갑작스러운 나의 결혼 소식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네가 제일 먼저 갈 줄 몰랐어..." 라며 멍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렇다고 친구들의 속도에 맞춰 결혼을 미룰 수는 없는 문제였다. "너희 아직 남자친구도 없잖아. 너네 기다리다가 나도 노처녀 되겠다. 먼저 갈게!" 라고 씩씩하게 말은 했지만 여전히 얼떨떨한건 마찬가지였다.


내가 결혼준비를 시작했다는 걸 현실로 받아 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친구들 중에 결혼을 경험해본 사람이 없다보니 직장 선배, 스레드 친구들을 통해 정보를 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들 자기 삶을 찾아 여행도 다니고 퇴사도 하며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나는 앞으로의 내 인생을 결혼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걸어도 되는 걸까? 두려움의 연속인 날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금방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생각보다 도전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아직 친구들이 가보지 않은 그 길을 내가 먼저 개척해서 나아간다는 생각을 갖고 공격적으로 준비해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내 생각보다 일찍 결혼해서 두렵다는 마음보다는 "그나마 내 삶에서 가장 어리고 예쁠 때에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을 한다"는 마음을 장착한지 6개월째. 어쩌다보니 결혼준비는 순항 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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