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소설집을 준비하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현실의 무게에 눌려 소설에 매진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소설을 열심히 쓸 수 있었을 때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오 년 전부터 걷기를 멈춰버린 어머니와 함께하는 동안 내 몸의 여기저기서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내내 바이러스에 감염된 증상 같은 무기력감을 버텨야 했다. 날마다 다가오고 물러가던 현실이 새삼 버거웠다. 글을 쓰지 않고 지나가는 시간은 견디기가 힘들었다. 몸에 마음이 끌려다니다니…….
멈추지 말고 써라.
원하든 원치 않든, 좋든 좋지 않든 그 어떤 상황에 놓일지라도! 다행히 그간 단련해온 마음의 되새김과 어떻게든 담금질하는 습관이 세 번째 소설집을 내도록 다그쳤다. 가까이 두고 돌보지 않으면 어느새 멀리 가버리던 소설은 하나의 인격체였다. 현실적 어려움으로 글과 멀어지려 할 때 길을 나선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걸으면서 좋은 사람들과 만났다. 온기를 나눠준 일련의 일과 삶의 자세를 깊이 찔러준 지인들에게 감사하다. 벌판에서 재료를 모아두고 집짓기를 망설일 때 소설집을 기꺼이 내주신 실천문학사 윤한룡 대표님과 편집진에 감사드린다. 고민을 들어주고 힘이 되어준 남편과 두 딸에게 감사하다.
길목을 응시하면 낮에도 어둡다. 이제는 여기를 떠나 저기를 서성거릴 참이다. 사방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다시금 한줄기 빛을 찾아 길 떠날 채비를 한다. 당신을 사랑하므로.
2022년 끝자락에
정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