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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 Jun 28. 2024

어떤 걸 써야 할지

 쓰는 행위를 하고 싶은데 어떤 걸 써야 할지 모르겠을 때, 정말 답답합니다.

가방 속에 아이패드나 작은 수첩을 넣어 다니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몰라서인데요. 실제로 어떠한 생각이 딱 스쳐서 종이를 펼친 적은 거의 없고요. 무언가를 '쓰고'싶어서 펼친 적이 대부분이에요. 영감 없이 펼친 거라 의미 없는 낙서나 당장의 눈앞에 있는 걸 가볍게 그린 스케치, 생각나는 몇몇의 단어들, 지금 나오는 노래 가사 등등. 거창한 거 없이 흘려보낼만한 것들입니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고 싶은 사람치고 열정도 없고 노력도 없고. 그냥 예술인을 꿈꾸는 한량에 불과해요. 예술은 저에게 낭만 같은 존재라. 이걸로 돈을 벌 만큼 실력이 없는걸 잘 알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기웃거립니다. 낭만은 원래 그런 거니까요.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고 있으면 달빛이 나에게 비칠 때 내가 달의 일부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제게 예술이 그래서요. 맴도는 것만으로도 꽤나 가까운 사이 같아서 계속 서성이는 것 같습니다.

 사실... 쓰고 싶은 건 많은데 마무리할 자신이 없어요. 내 머릿속에 있는 걸 꺼낼 자신이 없달까요.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고, 막상 꺼냈을 때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볼품없는 내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엔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그게 조금 상하기도 하고요. 자신 없는 내 창조물을 마주하기 어려워 회피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가장 비겁한 행동이지요.

 어디서 본 글인데 원래 무언가를 시작할 때 본인이 가장 좃밥같은 시기를 견뎌야 성장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공감합니다. 아직 좃밥인 저를 받아들이기 어려운가 봐요. 사실 이렇게 글을 올릴 때 가장 크게 생각했던 게 '어제보다 나아지는 거면 됐다'였는데. 그때 그 마음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바쁘다는 핑계로 긴 글쓰기를 미뤄왔습니다. 그러나 저 스스로는 알죠. 바쁘단 건 핑계고 그저 긴 글을 쓸 자신이 없어서 외면했다는 것을요.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해 보려 합니다. 원래도 거창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며, 제 글을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단순히 기록용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상기시키면서요. 여러 이유로 안 쓰니까 실력이 늘기는커녕 유지도 안되고 퇴보 되고 있어서요.

 일기든, 감상평이든, 짧은 메모든 최대한 자주 써보려고요.

제 글의 열혈 독자는 제 자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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