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오후 5시 김태산 대리와 장영국 변호사는 서초동 국밥집을 찾았다
초저녁이라 아직 사람들이 없어 둘은 구석자리로 가서 앉아 국밥 두그릇을 주문했다
"오늘 고생했어요. 참고인 조사라는 것이 요식행위로 끝날 때가 많은데 이번에 윤석도 검사는 처음부터 결론을 내고 듣고싶은 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더군요"장영국 변호사가 말했다
"그래서 검사가 자꾸 댓가성 이야기를 하는 거군요"김태산 대리가 답했다
"기술유출의 댓가를 찾으면 죄를 만들어 내는 것도 쉬워집니다. 구주매출이라도 정당한 주가로 평가되어 거래된 것인지 따져 볼 수 있지요"장영국 변호사가 말했다
"아 그게 장한국 대표님이 상해로 날아가 전략적 제휴를 맺으시고 구주매출 계약을 하신 것이라 통상적인 회계사의 주식가치평가보고서 없이 그날 종가로 계약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김태산 대리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구주매출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사인간의 계약이라 합리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범위에서 계약방식과 근거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한국태양광처럼 상장사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있으니 종가로 계약했다는 것만 소명할 수 있으면 가격으로 이슈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장영국 변호사가 말했다
이때 장영국 변호사의 핸드폰 전화가 울렸다
장영국 변호사는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아 한참 통화를 했다
"아 그래요 잘 알겠습니다"장영국 변호사가 통화를 끝낼 쯤 국밥이 나왔다.
"우리 사무장인데 윤석도 검사에 대해 특수통으로 잔뼈가 굵은 꼴통 검사라고 하네요. 아주 고약하게 걸린 것같아요" 장영국 변호사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렇게 꼴통입니까?"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지방에서 서울 중앙지검으로 올라온지 얼마안되었다는데 음주가무에 뛰어나 벌써부터 윗분들 하명수사만 전담하는 특수통 에이스로 인정받고 있다네요"장영국 변호사가 설명했다
"아까 말하는 걸 봐서는 꼴통일 것 같기는 했어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앞으로 또 부를 겁니다. 김대리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을테니까요. 검찰에서 소환전화가 와도 저하고 일정을 잡겠다고 하셔야 합니다"장영국 변호사가 말했다
"예 잘 알겠습니다" 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장영국 변호사는 국밥을 가르키며 어서 들라고 손짓을 했다
둘은 국밥을 먹으며 오늘 있었던 검찰 참고인 조사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을 주고 받았다
식사를 마치고 김태산 대리와 장영국 변호사는 식당 앞에서 헤어졌다
김태산 대리는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뭐한 것도 없이 벌써 하루가 다 간 것 같았다
지하철 입구에 들어서려는데 김태산 대리 핸드폰이 울렸다
정현수 차장이었다. 김태산 대리는 무슨 일인가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다
"김대리 잘 지내지? 지점장님이 연수원 가기 전에 환송식이라도 하자구 해서 언제가 편해?"정현수 차장이 환송식을 해주려는 것으로 이런 걸 참 잘하는 서무대리였다
"금요일 저녁 때 하시죠. 그래야 부담이 없으니까요" 주5일제로 토요일날은 장이 쉬기 때문에 금요일날 오후부터는 주말분위기가 나는게 증권사 지점이었다
"그래 김대리 금요일날 퇴근시간에 맞춰 지점에 와줘. 지점장님께는 그렇게 말씀드릴께. 그래 푹쉬구"정현수 차장이 말했다
김태산 대리는 통화를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김태산 대리는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차창밖으로 지하철의 어두운 벽이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다음 주면 대한증권에 입사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잠실지점을 떠나 연수원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다
문래역에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 김요한 IR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 오후에 시간 되나? 대표님하고 장 변호사님하고 내일 임시주총 일정을 좀 잡자고 하시는데?"김요한 IR팀장이 내일 스케줄을 물었다
"예 내일 장 끝나고 회사로 찾아뵙겠습니다. 오후 4시 정도면 괜찮을까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OK, 장 대표님께 4시로 보고드리고 회의 준비 해 둘께"김요한 IR팀장이 이제는 꽤 친하다고 말을 놓은 것 같았다
내일 오후에 법원의 화해 권고를 받아들여 임시주총을 여는 쪽으로 스케줄을 정할 것 같다는 생각을 김태산 대리는 하게 되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김태산 대리는 칠흙처럼 어두운 서부지법이 나간 뒷골목을 가로질러 가게 되는데 조명도 어두워 남자들이 가도 무서울 길을 지나치게 되었다.
와이프가 퇴근해서 올 시간이 지났지만 혹시 몰라 골목길 입구에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응 오빤데 지금 문래역 앞인데 어디야?"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어 오빠 지금 문래역에서 내려서 나가. 집으로 가는 쪽 출구야?"와이프가 물었다
"응 올라와 기다릴께" 김태산 대리는 통화를 마치고 와이프가 나올 지하철 출구로 갔다
와이프가 나오며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어쩐 일이야 오빠가 날 기다려주구?"와이프가 자신을 기다려준 것 때문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김태산 대리는 와이프의 손을 잡고 어두운 골목길을 함께 걸어들어갔다
"아까 오전에 검찰에 참고인 조사 갔다왔어"김태산 대리가 와이프에게 말했다
"정말? 오빠가 왜 검찰에 가?"와이프가 깜짝 놀라 가던 길을 멈추고 물었다
"응 한국태양광 기술유출 혐의에 참고인이야. 한국태양광 장영국 변호사님도 함께 가 주셨어" 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그래도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와라가라 하냐, 오빠 모처럼 쉬지도 못했겠네?"와이프가 물었다
"응 오전 9시 출두라 일어나자 마자 나가느라 네가 차려준 아침밥도 못먹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아이고 아깝게 아침에 토스트 만들어 둔 건데 식탁에 그대로 있었으면 말라서 못 먹겠네"와이프가 말했다
"저녁은?" 김태산 대리가 와이프에게 물었다
"아직 식전이지, 오빠는?"와이프가 물었다
"집앞에 일식집 새로 열었더라. 거기서 먹고 들어가자. 한잔 생각나기도 하구"김태산 대리가 와이프의 손을 잡아 끌었다
김태산 대리와 와이프는 집앞에 새로 문을 연 일식집으로 향했다
저녁 때 퇴근길에 보던 새로 오픈한 일식집은 식당 앞에 화환이 아직도 그대로 있을만큼 몇일전에 오픈한 식당이다
김태산 대리와 와이프가 들어가니 홀에 아무도 없어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홀을 보던 여직원이 김태산 대리와 와이프를 방으로 안내했다
둘은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가 정식 2인분과 소주를 주문했다
"요즘 오빠한테 일어난 일에 신경쓰게 해서 미안해"김태산 대리가 와이프에게 사과했다
"아니 오빠가 왜 사과해. 오빠가 뭘 잘못했다구. 내가 볼 때 오빠가 잘못한 거 하나 없어"와이프가 말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앞으로 신경쓰게 하지 않을께"김태산 대리가 다시 사과했다
"오빠가 잘못한 거 없데두. 오빠 일 열심히 한 것도 죄인가. 회사가 그렇게 나오는 것이 잘못이지"와이프가 김태산 대리 편을 들었다
이때 방문이 열리고 일하시는 분이 밑반찬을 식탁에 놓아주었다. 뒤이어 스시맨이 커다란 접시에 숙성회를 담아 내놓았다
"맛있게 드십시요"스시맨이 인사하고 방을 나갔다
"오빠 여기 잘 나온다"와이프가 놀라서 말했다
"응 진짜 잘 나오는데" 김태산 대리가 함께 나온 소주병을 따서 와이프에게 건넨다
"오빠 너무 걱정마. 내가 볼 때 오빠가 잘못한 것 하나 없어"와이프가 두손으로 김태산 대리 소줏잔에 따라며 말한다
김태산 대리도 소줏병을 넘겨 받아 와이프에게 따라준다
"고마워. 다음 주부터 연수원 출근인데 앞으로 잘할께" 김태산 대리가 이렇게 말하며 와이프와 건배했다
김태산 대리는 와이프와 결혼한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든든한 우군으로 항상 힘이 되어 주는 와이프가 고마웠다
"오빠 힘내"와이프가 말하고 소줏잔에 입을 갖다 댔다
"응 화이팅할께"김태산 대리가 말하고 원샷으로 소줏잔을 들이켰다
김태산 대리는 와이프가 든든하게 뒤를 받쳐준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오늘 오전부터 검찰에 불려가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떨어졌던 자존감이 와이프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