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김태산 대리가 한국태양광 회의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9시가 넘어 귀가하고 있다
문래역에서 김태산 대리의 신혼집까지는 서부지법이 빠져나간 길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야 했다
골목이 어두워서 그런지 인적도 드물고 가로등도 어두워 동네 사람들도 가길 꺼리는 길이지만 이 길이 가장 빠르게 집에 갈 수 있는 길이라 하는 수 없이 여길 걸어가야 했다
술을 좀 마신 날은 택시를 타고 가겠지만 오늘은 저녁식사와 반주 수준이라 대중교통인 지하철로 집에 가다 보니 그 길을 지날 수 밖에 없었다
오늘따라 김태산 대리는 뭔가 찜찜한 느낌이었지만 어두운 골목길로 걸어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퇴근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라 인적은 끊겼고 혼자 걸어가려니 좀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따라 길 중간에 있던 가로등도 꺼져 있어 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 걸어가고 있는데 저 건너편에 차 한대가 갑자기 헤드라이터를 켜고 김태산 대리에게 달려들었다
굉음을 내며 달려온 차는 헤드라이터에 놀라 길 한가운데 멈춰 서 있는 김태산 대리를 아슬아슬하게 비켜 지나갔다
김태산 대리는 어두운 골목길에 라이트에 놀라 굳어 버린 고양이 마냥 그 냥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김태산 대리가 정신을 차리고 뒤돌아 봤을 때 차는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없었고 간발의 차로 비껴간 것이 김태산 대리를 노린 것 같다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한발만 옆에 있었다면 아마도 김태산 대리는 뺑소니를 당하고 말았을 것 같았다
김태산 대리는 앞으로 보고 쏜살같이 뛰어갔다
어두운 골목을 벗어나 길 끝에 밝은 조명의 주유소가 보이고서야 가뿐 숨을 토해내며 달리기를 멈출 수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어 식겁한 모습이었다
이때 김태산 대리의 핸드폰이 울렸다
국정원에 남태령 이사였다
김태산 대리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전화를 받았다
"김대리 지금 뭔가를 하고 있다면 하지말라고 말해주려 전화한 걸세"남태령 이사가 다짜고짜 고압적인 어투로 말했다
"지금 이거 그쪽이 한 짓이에요"김태산 대리가 화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남태령 이사가 다시 한번 경고했다
"도데체 일어나지 않는 일이 뭐죠?"김태산 대리가 다시 물었다
"자네같은 인재가 다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네. 더 이상 끼어들지 말고 새로 출근할 곳에서 열심히 살아"남태령 이사가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니 뭘 하지 말라는거야"김태산 대리가 전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김태산 대리의 목소리에 주유소 사람들이 어두운 골목길쪽을 내다 보려 나와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종종걸음으로 어둠속 골목길을 빠져나와 주유소를 지나쳐 집으로 걸어갔다
집에 들어와 보니 거실에서 TV드라마를 보고 있는 와이프가 보였다
"늦었네요" 와이프가 현관문을 돌아보며 김태산 대리를 바라본다
"응 회의가 있어 좀 늦었어"김태산 대리가 답했다
"저녁은 먹었어요?"와이프가 물었다
"응 먹었어"김태산 대리가 안방으로 가 옷을 갈아 입고 씻으러 욕실로 가는데 와이프는 TV드라마를 보는데 빠져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샤워를 하면 식은 땀을 씻어 냈다
증권사에 취업한지 5년여 만에 대리를 달고 국정원의 협박을 받는 일에 휘말릴 줄 꿈에 도 생각 못 했었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 정신이 좀 드는 것같았다
김태산 대리는 욕실을 나와 서재로 가 다시 컴퓨터를 켜고 장 끝나고 어떤 뉴스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정부가 '2050탄소제로' 국제협약에 서명하고 신재생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톱으로 올라와 있었다
선진국들이 2050년까지 탄소사용량을 줄이겠다는 국제협약에 따라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의 발전량을 줄이고 대신 신재생에너지의 사용량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분명 한국태양광과 중화태양광에 호재가 되는 뉴스였다
정부정책수혜주는 정부 예산으로 지원을 받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져도 정부 예산만큼 수요가 있어 실적이 꾸준해 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경기가 나빠 다른 상장사들 실적이 둔화되거나 악화될 때 정부 예산집행의 도움으로 실적을 지켜낼 수 있어 경기방어주로 불리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경기가 나빠지면 경제주체인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 과거 미국의 대공황 때 자유방임주의 경제에 책임이 있다는 반성으로 케인즈학파의 수정자본주의에 따라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을 시장에 작용해 경기를 되살리는 시장간섭주의로 선회한 것이 증시에 정부정책수혜주로 나타난 것이다
김태산 대리에게는 한국태양광과 중화태양광의 사업협력이 고비사막 프로젝트라는 장기적인 일감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정부 정책에 수혜를 입어 실적개선의 절호의 호기로 보였다
김태산 대리는 이번 임시주총만 이길 수 있다면 이 모든 고난이 끝날거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왜 국정원이 민간 사기업의 경영권분쟁에 끼어들어 이런 못된 짓까지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기다 리쩌웨이 중화태양광 전 총경리의 죽음에 리철산 현 중화태양광 총경리가 관계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고 있었다
이철민 한중장 사장이 보여준 동영상에 리철산 총경리와 알 수 없는 한국인의 뒷모습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산 대리는 이철민 사장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의심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오늘 집에 오다 발생한 사건과 국정원 남태령 이사의 경고 전화에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국정원이 보내는 경고의 강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때 와이프가 TV드라마가 끝났는지 서재로 와 김태산 대리에게 과일이라도 갖다줄까하고 물었다
김태산 대리가 과일을 평소 즐기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 일부러 남편이 뭐하나 들여다 보기 위해 괜히 하는 소리였다
김태산 대리는 와이프를 보고 혹시나 와이프에게도 화가 미치는 것이 아닌가 두려운 생각마져 들었다
분명 국정원이 김태산 대리의 일에 끼어들어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는 상황이란 것이 답답할 따름이었다
아마도 김태산 대리가 집근처 파출소나 경찰서를 찾아가 국정원이 자신을 위협했다고 하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것이었다
와이프가 자러 들어간다는 말에 김태산 대리도 PC를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밤은 와이프를 꼭 껴안고 자고 싶었다
앞으로 한달 안에 모든 일이 끝날 것이라 생각하고 김태산 대리는 와이프 옆에 누워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