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극장
코로나19가 한참 극성을 부리던 어느 여름날
아주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본 영화 "자산어보"의 예고편을 보고 동네 후배에게 영화가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니 일요일날 영화보러 가자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계획에도 없던 영화 관람을 위해 동네후배가 말한 강변역 CGV를 찾아 갔습니다
코로나19팬데믹으로 극장을 찾아가 영화를 관람한지 어언 1년여가 지나서 조금은 생경하기는 했는데 일요일 낮시간인데도 강변 CGV에 영화를 관람하러 온 사람보다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더 많았습니다
직원들이 우리 둘만 바라보고 있으니 이게 좀 부담된다고 할까요
그렇게 표를 구매하고 극장을 여기 저기 둘러 보는데 테크노마트 10층에 있어 창 밖 한강 풍경도 예쁘고 CGV중에 가장 먼저 생긴 대형극장이라 4D 영화도 상영하는 최신식 대형극장이라는데 사람이 너무 없으니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우리 시대에 이렇게 극장에 사람이 없는 모습을 다시 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 사진으로 기록에 남기게 되었습니다
벌써 일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사진이 더 빛 바래기 전에 글로 담아둬야겠다는 생각에 그날의 호사를 남겨 봅니다
이때는 극장 안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던 때라 순수하게 영화만 관람해야 했고 이게 오히려 영화관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 것 같아 좋았던 것 같습니다
CGV강변은 CJ그룹이 처음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을 시작할 때 첫번째로 만든 극장으로 CGV의 안테나샵 같은 느낌인데 아마도 전국의 CGV중에 가장 잘 꾸며진 극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CGV강변에는 예술영화 전용관도 있는데 이때는 전도연관으로 이름을 개칭해 아무도 찾지 않고 있었지만 열심히 홍보하고 있던 때로 기억합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극장 여기저기 둘러보다 전도연관이라는 예술영화 전용극장을 보고 신기해 쭉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CGV강변의 극장 한개를 통째로 빌려 보듯이 동네후배와 둘만 앉아 그 큰 극장의 영화를 관람하니 평생 이런 호사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극장 맨 가운데 앉아 듣는 영화음향은 거친 흑산도 바다의 거센 물결을 4D가 아니더라도 직접 바닷가에 서서 느끼듯이 나의 귓청을 때리는데 시청각적으로 최고의 영화를 본 날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사극 영화 잘 만드는 이준익 감독의 흑백영화 "자산어보"의 감동은 집에서 TV나 모니터로 시청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데 21세기 흑백영화로 사극을 담아내어 더 역사성 있는 감동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영화 속 정약전의 말이 귓가에 지금도 떠도는데 "이 나라의 주인이 성리학이냐? 백성이냐?" 이 질문에 답은 여지껏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세상이라 그런가 봅니다
정약전의 저서 "자산어보" 서문에 나오는 "창대"라는 젊은이를 통해 조선후기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들을 보여주면서 여전히 21세기 민초들의 삶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영화를 만든 이준익 감독의 사극이 갖고 있는 메세지를 느끼게 됩니다
2시간여의 호사를 누리며 영화를 보고 나올 때 반백의 나이에 좋은 추억을 하나 갖고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면서 영화속 장면들과 대사들로 묵직한 감동을 안고 나오게 됩니다
인생이란 이런 소중한 추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쌓여 완성되어 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