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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I.P.O vol 1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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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Sep 12. 2023

20. 공매도

I.P.O 웹소설

오후 6시 30분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는 여의도 대한증권 본사 앞에 택시에서 내렸다. 퇴근길에 여의도로 들어오는 길은 아침 출근길만큼 막히는 길이기도 하다

둘은 여의도 한 삼겹살 집으로 향한다

이한호 대리와 조위찬 대리가 벌써 삼겹살을 구으며 소주 한잔을 하고 있다 

조위찬 대리가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를 보고 손을 흔들어 자리로 부르지만 어딘가 표정이 좋지 않다

김태산 대리가 인사하면 묻는다"어째 반기지 않는 모습이네. 무슨 일 있냐?"

조위찬 대리가 이한호 대리를 눈짓으로 가르키며 말한다 "오늘 마바라 짓 제대로 했다"

한용수 대리가 자리에 앉으며 말한다 "왜 또 무슨 사고를 쳤냐?"

이한호 대리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어 말한다 "왔냐? 오늘 제대로 마바라짓 했다"

김태산 대리가 말한다 "또 뭔데? 아버님 돈 다 날렸냐?" 이한호 대리 아버지는 유명한 인테리어 재료상인데 이한호의 취직을 위해 100억짜리 펀드를 가입해 주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의 재력가로 이한호 대리는 아버지 돈을 맡아 관리하며 약정을 채운다고 소문이 나 있다

조위찬 대리가 말한다 "중화태양광을 상한가에 몰빵 했단다. 오늘만 16% 날린거야"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가 놀라며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어쩌다?"

개인투자자들은 연속 상한가 종목을 보면 "상따"라고 상한가 종목을 종가 부근에 샀다 다음날 개장초에 급등해 출발할 때 팔아치우는 하룻짜리 단타치기를 많이 하는데 종가에 상한가로 끝나는 종목들이 그 날 저녁 증권방송이나 신문에 관련 기사가 나오면 다음 날 개인투자자들 중 추종매매하는 사람들이 뒤늦게 아침 개장 동시호가에 무조건 매수주문을 내곤해서 다음날 급등출발하곤 하기 때문에 단타치기로는 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중화태양광은 오후에 상한가를 기록하고 장 종료 30분을 안 남기고 장이 무너져 상따투자를 한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큰 손실을 입은 상태다

조위찬 대리가 말한다 "한호가 아버지 한태 받은 돈 몰빵해 중화태양광에 들어갔다가 오늘 만 1500만원 정도 손해 봤나봐"

급등해 상한가로 끝난 다음날도 급등 출발하지만 급락을 해 종가를 기록한 종목들은 뒤늦게 손절매나 차익실현 매물이 나와 낙폭을 더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조위찬  대리가 말한다 "그런데 오늘 폭락은 중한자산운용쪽 공매도가 나와서 그렇다는 소문이 돌더라구. 중국쪽 투자자들의 주문을 많이 받는 자산운용사인데 아까 중화태양광 공매도를 500만주를 때렸다고 메신저에 돌더라구"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가 대리가 놀란 눈으로 조위찬 대리를 바라본다

조위찬 대리가 말을 이어간다 "나도 메신저로 받은 거라 사실 확인은 못했는데 중한자산운용에서 오후에 상한가에 100만주를 매도하고 상한가가 무너졌는데도 계속 대량매도를 내놔서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하네"

김태산 대리가 물어본다 "오늘 중화태양광 거래된게 2000만주인데 이중 1/4인 500만주를 중한자산운용에서 때린 거라구?" 한용수 대리도 물어본다 "무슨 악재라도 있는거냐?"

조위찬 대리가 말한다 "응 중한자산운용이 때린 건 맞는 것 같아. 주문을 받은 건국증권쪽 법인영업하는 친구가 확인해 주더라구. 자기도 궁금해 물었는데 악재가 있는 건 아니고 중국쪽에서 팔아달라고만 해서 대주주 물량이 움직인 건가 의아했다구"

김태산 대리가 다시 묻는다"아니 중화태양광 최대주주 지분은 락업이 걸려 팔지 못할텐데 다른 기관투자자 물량인가?"

조위찬 대리가 답한다 "중화태양광에 투자한 중국쪽 벤처캐피탈들은 한달 의무보호예수를 약속했으니 한달이 지난 지금 공모가 따블이면 팔만 하지"

한용수 대리가 묻는다 "중화태양광 중국쪽 벤처캐피탈이면 1000만주 정도 있는 걸로 아는데 이 물량이 내일 또 나올라나?"

조위찬 대리가 답한다 "무차입 공매도는 아니니까 대부분 매물로 나온다고 봐야지. 중화태양광에 벤처캐피탈들이 주당 500원 액면가로 들어간 걸로 아는데 10,000원대 주가에서 차익실현하면 2,000% 수익이니 대박이 난거지

이 말을 듣고있던 이한호 대리가 소주를 연거퍼 들이키며 한숨을 쉬고 있다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도 고객들 계좌에 중화태양광을 잔뜩 들고 있어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일동 건배없이 각자의 소줏잔을 마셔 비운다. 조위찬 대리가 소주를 따라주며 말한다

"내가 내일 법인영업망 돌려서 좀 더 알아볼께. 무슨 악재가 있는 건 아니니까 중한자산운용 매물이 소화되면 다시 반등할 수 있을거야"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가 조위찬 대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고개를 푹 숙이고 술만 마시던 이한호 대리도 고개들고 말한다 "나쁜 놈들 팔 때 판다고 말이나 해주지"

이말에 일동 웃음이 빵 터졌다. 기관투자자들이나 외국인투자자들이 차익실현 할 때 "나 팔아요"하고 미리 말해 줄리도 없고 대량매매를 하기 때문에 주가 방향을 결정하는 기관투자자들이 개인투자자들 사정을 봐줄리도 없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은 냉혹한 세계로 오직 수익률로 승자와 루저를 구분하고 루저의 변명은 고객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음식점 벽시계가 7시를 가르키고 있다. 조위찬 대리가 시계를 보고 말한다 "영균이하고 주희도 온다고 했는데 자리를 옮길까? 그 친구들은 아직 식전일텐데"

한용수 대리가 말한다 "영균이랑 주희오면 옮기지"

마침 허영균 대리와 송주희 대리가 식당에 들어섰다

김태산 대리가 허영균 대리와 송주희 대리를 보고 반갑게 맞이한다 "늦었네? 뭐 그리 바빠?"

허영균 대리가 말한다 "응 중화태양광 수수료하고 거래내역 회계법인에 보내주느라고, 반기 감사 받아야 한다고 자료요청하더라구"

송주희 대리는 모시는 안형수 상무가 퇴근을 해야 퇴근할 수 있는 비서라 늘 퇴근시간이 7시를 넘기기 일쑤라 달리 늦은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한용수 대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오랜만에 노량진수산시장 가서 회에 한잔할까?"

조위찬 대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한호 대리 어깨를 다독이며 말한다 "야 울상 좀 그만하고 2차 가자. 노량진에서 회에다 매운탕으로 한잔 더 해야지"

그렇게 일동 자리에서 일어나 노량진수산시장으로 향한다 

김태산 대리는 노량진수산시장으로 향하는 택시 속에서 중한자산운용의 공매도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벤처캐피탈 중에 의무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 차익실현에 나서는 곳이 많기는 하지만 이번에 중한자산운용의 공매도는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고 5% 룰에 따라 조만간 공시를 할 것이라 시장에 충격이 시간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어 낙폭이 깊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산 대리에게 동기들이 큰 힘이 되어주곤하는데 동기가 100명이라 각 파트별로 없는 사람이 없고 무엇이든 증시 안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볼 곳이 있기에 든든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도 법인영업팀에 근무하는 조위찬 대리 덕에 중화태양광의 급락이 중한자산운용의 공매도에 기인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김태산 대리는 최소한 중화태양광의 급작스런 주가 폭락이 누구에 의한 것이고 어떤 이유일까를 추정해 볼 단서를 갖게 된 것이다

이제 고객자산에 대해 어떤 포지션을 취할 것인가 결정해 내일 아침부터 세일즈를 해야한다

고객 대부분이 수익이 난 상황이라 차익실현에 대해 말하기는 쉽지만 중한자산운용의 매물이 정리되면 곧바로 튀어오를 수 있어 자칫하다가는 재매수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어 어려운 결정이 될 것도 같았다

김태산 대리는 꼭 팔아야 할 고객과 결정장애를 갖고 있는 고객들을 머릿속으로 추리면서 내일 장에 대해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본다

고객 수익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에 메타기를 제대로 돌려서 약정도 채워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일 오전부터 매매를 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부터 전화를 해야 한다

증권영업이란 것이 고객이 고민 할 것을 대신 먼저 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약정을 위해 고객을 움직일 것도 생각해야 하는 자리이다

이런 생각에 무심히 바라보던 택시 창밖에 노량진수산시장 입구 간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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