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오전 9시 개장과 함께 중화태양광이 치고 나간다. 5일 연속 상승세로 오늘 또 상한가면 정확하게 100% 상승이라 따블이 나는 날이다.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거래량이 터지고 있다.
김태산 대리자리에 전화벨이 계속 울리고 있다. 김태산 대리는 주요 고객들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테이블 위에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오늘같이 아침부터 스타주에 매매전화가 몰려올 때는 주식상담을 하기 어려운데 꼭 이럴 때 길게 통화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진다
특히 처음듣는 목소리의 뜨내기 손님들은 집에서 혼자 값싼 수수료에 HTS로 주문을 내면서도 증권사 영업사원과 통화해 자신의 투자에 정당성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영양가 없는 대화가 길어지면 영업사원도 짜증이 나기도하는데 잠재고객이라는 말은 그냥 말 뿐으로 대부분 이런 전화를 하는 고객들은 수수료가 더 싸다는 이유로 HTS로 주문을 내기 때문에 지점 영업사원에게 인센티브로 떨어지는 것이 없다
그래도 고객이라고 행세를 하며 자신의 투자자산이 얼마라고 자랑하는 사람들도 꽤 되는데 그럴 때는 투자상담을 위해 증권계좌를 열어봐야 하니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말한다. 그러면 십중팔구는 괜찮다고 바로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은데 개중 몇몇은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고객이 되곤 한다
중화태양광과 금산 같은 스타주가 탄생하면 증권사 지점에 전화기는 불이 난 듯이 벨을 울려대는데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 주가가 올라 버리기 때문에 일분일초라도 증권사 영업사원과 빨리 연결되는 것이 더 싸게 사는 지름길이기에 애타게 증권사 영업사원과 통화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많아진다
개장한지 30분만에 중화태양광은 10% 급등세를 타고 있고 이제 상한가까지는 단 5%를 남겨두고 있고 100% 따블까지도 단 3%를 남겨두고 있을 뿐이다
지점객장의 고객들은 이런 날 영업사원들이 전화기에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김태산 대리 방에 아무말 없이 들어와 김태산 대리가 통화하고 있는 책상에 조용히 매매주문표를 두고 간다
김태산 대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통화를 하면서 객장 고객이 두고 간 매매주문표를 능숙하게 단말기에 주문을 넣는데 이럴때 주의하지 않으면 통화하고 있는 고객과 헷갈려 주문가격을 잘못 넣어 주문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날은 전화기 넘어 고객이 너무 시끄럽게 굴어 그만 주문을 잘못 넣고 말았는데 중화태양광 100주를 상한가 12,100원에 매수주문을 넣어야 할 것을 매도주문으로 잘못 넣은 것이다
주문을 넣고 보니 체결이 되야 하는데 이상하게 체결되었다는 답이 없어 주문내용을 체크해 보니 꺼꾸로 넣은 것을 확인하고 쨉싸게 주문취소를 넣고 다시 매수주문으로 바꿔 넣었는데 하마터면 객장 아주머니 고객들에게 한동안 씹힐 꺼리를 줄 뻔 했다
상한가 주문은 말 그대로 상한가라도 주식을 사겠다는 주문으로 단말기에 주문을 넣자마자 바로 체결되는 주문이다. 말 그대로 약정 메타기를 돌려주는 고마운 주문인데 대부분 객장 고객들이 낮은 가격에 주문을 내서 체결이 안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주문은 곧바로 체결이 되기 때문에 증권사 지점영업사원의 메타기를 돌려주는 고마운 주문이다
중화태양광 100주는 12,000원 상한가 직전에 매수되었다. 김태산 대리는 전화기를 들고 통화하면서 객장의 사모님을 보고 주문표를 흔들며 체결이 되었다는 싸인을 보냈다. 주문지를 넣은 객장 사모님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전 11시 30분 점심식사를 가야하는데 중화태양광이 상한가를 기록하기 위한 마지막 급등세를 타고 있어 자리를 뜨기 어려웠다. 5일 연속 상한가로 100% 따블의 순간을 놓치기 싫어 김태산 대리는 점심식사를 포기하고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오후 12시 드디어 중화태양광이 상한가에 진입했고 주가는 12,100원 상한가를 기록했다
김태산 대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번쩐 들어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며 혼자만의 100% 따블을 자축하는 춤을 추고 있다
그때 문뜩 김태산 대리의 머리에 "팔아야 돈이다"라는 증시격언이 생각났고 증권저축계좌를 꺼내 계좌를 살펴봤다. 중화태양광의 평가금액 총액이 1000만원을 넘고 있었다
증권맨은 자신의 연봉 100%까지 증권계좌로 매매할 수 있었는데 1/5을 채운 셈이다
어제도 망설였지만 오늘도 김태산 대리는 팔고나서 중화태양광 주가가 더 가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등장하면 가격조정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배고픔도 잊어버리고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오후 1시 중화태양광 매수잔량은 상한가 가격이 100만 여주가 쌓여 있었다. 상한가 매수대기자금이 121억원이 넘는 규모이지만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상한가 잔량이 사라지는 것은 순시간이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김태산 대리는 체결수량을 체크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매물로 보이는 몇십주나 몇백주짜리들이 나올 뿐 대량매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태산대리는 증권저축계좌의 중화태양광 주식을 매도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데 저녁에 집에가서 와이프에게 자랑할 껄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구름위를 걷고 있는 것 같아 붕뜬 느낌이다
객장에 사모님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객장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중화태양광이 상한가를 치면서 모두 기분이 좋은지 웃음꽃이 피면서 박장대소하며 박수를 치는 고객도 있고 증권사 객장에 웃음꽃이 피고 있다
오전에 중화태양광 100주 매수 주문을 낸 사모님이 김태산 대리 방을 찾아 매수주문이 잘 체결되었는지 확인하고 다시 객장으로 돌아가 자랑을 하고 있다
증권사 객장을 찾은 고객들 중 그 날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을 갖고 있는 분이 주인공으로 주변 손님들의 부러움을 사면서 종목을 추천해준 자기 증권사 영업사원을 홍보해 주곤 한다
그러면 이야기를 듣던 아주머니들이 슬그너미 김태산 대리 방에 찾아와 종목 상담을 하며 거래 영업사원을 갈아타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대부분 관리고객 계좌로 선배 증권영업사원들의 사번이 들어가 있어 별 영양가 없는 고객이 되곤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객장을 찾아 주문을 넣는 고객들은 지점장 직권으로 관리사번을 넣지 못하게 하는데 이래야 진짜 주문을 대행한 직원이 인센티브를 온전히 받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후 2시가 넘어가며 이제 점점 허기가 찾아오고 있다. 중화태양광 상한가로 기분은 점심을 건너뛰어도 배가 부르지만 실제 몸은 밥 때를 놓쳐 먹을 껄 달라고 아우성이다
이래서 증권사 지점영업을 오래하면 다 위장병이 걸리는 것 같다
오후 2시 30분 중화태양광 주가는 여전히 상한가를 지키고 있지만 아까보다는 상한가 잔량이 줄어든 상태다. 김태산 대리는 불안하기도 하고 "팔아야 돈이다"라는 증시격언이 귓가를 맴돌고 있어 중화태양광을 차익실현하고 한국태양광으로 갈아타려고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같은 태양광 주식이라 중화태양광의 상한가로 한국태양광도 10%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한국태양광에 좋은 소문이 있다고 주식시장에 퍼져서 한국태양광 매수세력이 많아진 모습이다
중화태양광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 한국태양광도 무너질 수 있어 아무래도 같은 태양광으로 갈아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서 바이오주인 바이오톡신 주가를 확인해 봤다. 바이오주들은 시장에서 소외되어서 그런지 주가가 강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그 순간 순시간에 10만주 상한가 잔량이 사라진 것이 김태산 대리 눈에 보였다. 김태산 대리는 반사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겨 증권저축계좌에 있는 중화태양광 주식 전량을 상한가에 매도해 버렸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김태산 대리도 정신을 차리고 증권저축계좌에 중화태양광 주식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김태산 대리 내부에 탐욕이라는 괴물이 중화태양광을 매도한 것을 자책하기 시작했다. 김태산 대리가 자신의 증권저축계좌에 중화태양광 주식을 전량 매도해 차익실현에 성공했지만 또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에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조금만 사 볼까?"이렇게 복잡한 생각으로 머리속이 소용돌이 칠 때 중화태양광의 상한가가 무너졌다
뚝이 홍수에 무너지듯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차익실현 매물에 중화태양광은 빨간색 장대양봉이 쪼그라들고 있다. 김태산 대리는 상한가에 판 것이 천만다행이다 생각하다가 곧 고객들 계좌가 생각이 났다
집에서 HTS를 보고 있던 고객들의 전화가 한꺼번에 몰려든다. 핸드폰도 테이블의 전화기도 한꺼번에 울려대기 시작한다
김태산 받아든 핸드폰 속 고객도 중화태양광 주식을 어떻했으면 좋겠냐는 걱정스런 질문이다. 이미 90%가까이 수익이 난 상태인데도 100%를 못 먹었다고 자책하며 상한가에 팔았어야 한다는 자책을 하는 전화다
김태산 대리가 말한다"그럼 지금이라도 팔아 차익실현할까요?" 그러면 십중팔구는 "아니요 내일 보고 팔지요"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게 짧게 통화를 끝내고 단말기를 바라보면 이번에는 테이블에 있는 전화를 받았는데 역시나 중화태양광을 어떻해야 하느냐는 전화였고 앞과 같은 대화가 이어지고 내일 보고 팔기로 했다
이런 대화를 하는데 벌써 중화태양광은 보합까지 밀리면서 동시호가에 파란색 음봉을 만들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었다
2시 50분 장 종료 동시호가에 벌써 중화태양광은 2,000만주 가까이 거래되었는데 그동안 중화태양광의 주가 급등으로 망설이던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사자에 달라붙으면서 매물을 다 받아주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불나방 같은 매매는 전형적인 상투잡기로 망설이던 개인투자자들이 뒤늦게 차익실현 매물로 주가가 흘러내릴 때 뛰어들어 매수에 가담하기 때문이다
김태산 대리의 고객들은 대부분 중화태양광 주식을 들고 있기에 사는 것보다 차익실현에 나서야 하는데 좀처럼 팔자는 주문을 받아내지 못해 고객들 수익율이 떨어지는 모습을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오후 3시 장이 끝나고 중화태양광은 거짓말같이 마이너스 1%에 종가를 기록해 상한가에서 16%나 흘러내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아니었다면 주가는 더 흘러내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산 대리는 아까 상한가 잔량에 한꺼번에 쏟아져나온 10만주가 맘에 걸렸다.
김태산 대리는 법인영업팀 조위찬 대리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위찬이니?"
조위찬 대리가 바쁜 목소리로 답한다 "응 지금 좀 바쁜데 이따가 퇴근해 여의도로 와라 . 한호하고 술 한잔 하기로 했는데 그때 이야기 하자"그렇게 바쁘게 전화를 끊었다
김태산 대리는 뭔가가 터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단말기를 통해 고객들의 계좌들을 확인하고 일일이 전화를 해 시황을 설명하는데 모두 중화태양광의 급락에 놀란 모습이다.
내일 중화태양광을 본격적으로 팔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자신만 증권저축계좌로 100% 수익을 맛보고 고객들 계좌에 중화태양광을 상한가에 못 판게 안타깝기도 했다
주식을 살 때도 팔 때도 고객들은 망설이고 주저하게 되는데 이런 결정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붓돋아 주는 것이 영업사원의 역할이기도 하다. 물론 시장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움직이면 괜한 매매를 부추겨 메타기 돌리는 영업사원으로 의심받고 욕도 먹게 된다
증권사 수익시스템을 영업사원들은 메타기라고 부르는데 지점별로 차이가 좀 있지만 지점영업사원별로 한달에 얼마 이상 약정을 하도록 목표량을 설정해 두는데 일정금액 이상 약정을 할 경우 그 때부터는 인센티브가 몇배로 뛰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고객들의 주식을 무리해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들이 수익이 나던 손실이 나던 매매가 이뤄져야 회사가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무리해서 매매를 하게 되는 구조인데 막상 계좌에 수익이나지 않고 과도한 매매로 손실이 쌓여가면 고객과 증권사 지점영업사원 간에 법적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나마 예전에는 개인의 문제라고 회사가 모른척했지만 요즘에는 회사 이미지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법무팀에서 개인을 대리해 고객과 소송을 해 주는 편이다.
다른 대형증권사들은 이런 폐단을 고치겠다고 고객위탁자산에 관리수수료 1%를 적용하고 위탁매매수수료의 발생비율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지만 미국과 같은 자본시장선진국처럼 관리수수료율이 높아지지 않으면 지점영업사원들은 여전히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을 위한 사고팔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중화태양광처럼 상한가에서 갑자기 약보합까지 무너진 종목은 그 날 저녁뉴스 시간을 장식해 줄 기사꺼리가 되는데 이러면 다음 날 개장전에 엄청나게 전화가 쏟아져 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걱정만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게 되어 있다. 김태산대리는 중화태양광을 갖고 있는 고객들에게 시황설명과 함께 일단 차익실현에 들어가는 것이 어떤가 조언을 해주는 전화를 모두 돌렸다. 개중 몇몇 고객들은 내일 개장과 함께 시장가로 팔자고 시원하게 답을 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내일 시장을 보고 판단하자는 말을 내놓았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김태산 대리는 한용수 대리와 여의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