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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I.P.O vol 1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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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Sep 08. 2023

18. 공대친구

I.P.O 웹소설

오후 7시 수원에서 올라오는 공대친구 박종순의 퇴근은 회사 버스로 오는 길이지만 늘 7시 넘어 강남으로 오기 때문에 김태산과의 약속시각은 늘 오후 7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신천성당 앞에는 만남의 장소마냥 퇴근 시간에 늘 사람들이 많은데 술친구를 기다리거나 애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7시가 지나고 기다리고 있는데 종순이가 도착했다 "여 친구 오래 기다렸어? 미안미안 내가 맛있는거 사줄께"

김태산이 돌아보며 반갑게 박종순을 맞는다 "야 빨리빨리 좀 다녀"

둘은 신천거리를 걸으며 어딜 들어갈까 술집들을 기웃거리고 있다

간만에 만나기도하고 저녁식사도 해야 하니 삼겹살집으로 들어갔다

둘은 테이블에 앉자마자 삼겹살 2인분과 소주 한병을 주문했다

김태산이 먼저 말한다 "그래 잘 지냈구?" 박종순이 답한다 "나야 늘 똑같지 회사가 매일 혁신을 이야기 하니 없는 걸 만들어내야 하고 머리에 쥐나는 날의 연속이지, 그러는 넌? 요즘 주식시장 핫하던데 돈 많이 벌었냐?"

시장이 핫할 때는 늘 증권맨 친구들이 물주가 되긴 하는데 월급보다 인센티브라고 주식시장에서 메타기 돌린만큼 즉 약정을 하는 만큼 영업결과로 성과급을 받기 때문이다

장이 좋을 때는 그냥 앉아서 월 1000만원은 쉽게 버는데 몇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장에 한껏 돈을 벌어놔야 보릿고개 같은 몇년을 버틸 수 있다고 지점장이 몇 번이고 강조하곤 했다

김태산 대리가 답한다 "나야말로 똑같지, 매일 메타기 돌리는 챗바퀴 같은 날의 연속, 요즘은 벤처기업들이 많이 IPO를 해서 기술도 이해를 해야 하니 공부도 계속해야 하구. 그건 그렇고 너 냉각캔 뉴스 들었냐?"

김태산 대리는 벤처기업의 신기술에 대해 늘 박종순을 만났을 때 묻곤하는데 기술에 대해 잘 아는 친구라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줘서 애널리스트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분석보고서보다 훨씬 도움되는 경우가 많았다

박종순이 능숙하게 삼겹살을 불판 위에 올리면서 답을 한다 "아 그거 저녁 뉴스 시간에 봤는데 신기하긴 하더라. 맥주나 사이다를 늘 시원하게 마시면 좋겠지. 아마 냉각캔 개발한 사람은 노벨상 탈거야. 냉장고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환경오염의 주범인 프레온 가스도 덜 쓰게 되니까"

종순이 말을 듣고보니 금산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순이가 소줏병을 들어 김태산 대리의 잔에 따라주고 김태산 대리는 병을 넘겨받아 박종순의 잔을 채워준다

둘은 건배를 하고 안주를 쌈싸먹는다

쌈을 먹으며 종순이가 말한다 "그런데 말야 냉각캔 기술은 이미 업계에 알려진 것이라 그렇게 놀라울 것은 없어 보이는데 그걸 캔에 적용했다는 것이 좀 더 놀랐더라구. 순간냉각 기술은 잘 알려진 기술이지만 부피가 좀 있는 대상에 적합한 기술로 알려져 있었거든. 그런데 이번에 TV에 나온 회사는 작은 맥주캔에 기술을 적용했다는 것이 놀랐더라구"

김태산 대리가 말한다 "니가 보기에도 그렇게 대단한 기술이냐?"

박종순이 김태산 대리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한다 "이래서 문과생들에게 새로운 걸 보여주면 안된다니까. 일일이 설명하려니 입만 아프지" 박종순이 소주를 마시며 말을 이어간다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순간냉각기술은 이미 개발이 된 기술이고 이걸 작은 캔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운데 어찌어찌 한개는 보여주기 용으로 만들 수 있지만 이걸 대량으로 양산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구"

박종순의 말을 듣고 있던 김태산 대리는 아차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 그래, 양산이 어려운가 보지?" 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박종순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뭐든지 개발만 되면 공장에서 블록 찍듯이 그냥 쏟아져 나올줄 알지. 하지만 공장에서 양산을 해서 경쟁력 있는 가격에 만들어 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야. 삼송에서 스마트폰 모델을 매년 새롭게 만들어내지만 수율을 맞추기 위해 양산 초기에 엄청 고생해. 직원들 뿐 아니라 연구원들도 몇날 몇일 밤을 새워 수율을 잡을 때까지 공장 양산 라인에 내려가 야전침대 깔고 살지 그렇게 해서 1대 가격이 150만원짜리가 소비자 손에까지 가는거야"

김태산 대리가 박종순 쪽으로 몸을 기울여 열심히 경청하고 있다

"그런데 1000원자리 캔음료에 개당 50만원이 넘는 순간냉각기술을 적용한다고 그럼 50만 1천원짜리 맥주를 너 마실 수 있냐?"

김태산 대리는 박종순의 말에 머리를 망치로 한대 맞은 듯 했다. "맞네 경제성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의미가 없네"

박종순이 김태산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 말한다 "빙고 그래서 사람은 배워야 하고 경험을 쌓아야 하는겨. 연구소에서 별 이상한 걸 개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양산을 염두에 두지 않고 창의적이라고 개발만 하는 사람은 어느샌가 책상을 빼더라구. 제조업은 항상 양산을 염두에 두고 개발 해야 하는거야"

삼송전자 연구원인 박종순의 뼈때리는 말에 김태산 대리는 어느샌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오늘도 큰 깨달음을 주네. 종순이 넌 어떻게 문과생 보다 더 문과생 같냐?" 뭔가를 개발하는 연구원보다는 경영을 하는 관리자 쪽이 더 좋아 보인다는 의미로 항상 이말을하면 종순이는 기분이 좋아서 자신이 술을 사곤 한다. 종순이가 술값을 내게하는 마법의 주문이지만 오늘은 김태산 대리가 배움이 있었으니 당연히 김태산 대리가 사야할 일이다

"TV에 나온 냉각캔은 아마도 실험실에서 한개 만든 것에 지나지 않을거야. 진짜 상업화하기 위해서는 급속냉각기술에 들어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냉장고 판매도 줄어들고 우린 일자리를 잃을 지도 모르지" 종순이가 말하는데는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느껴지기도 했다

김태산이 또 물어본다 "니가 볼 때 냉각캔 기술이 상업화 되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냐? 그냥 니 생각에 말야?"

박종순은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아마 그런 일은 없을거야. 캔에 적용하기 위해서 사용하기에는 급속냉각 기술 비용을 낮추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으니까. 우선 냉매가 그렇게 싸지 않고 무엇보다 맥주캔가격이 비싸지않으니까"

김태산 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종순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시장참여자들은 신기한 기술이 나오면 곧바로 상업화 될 것을 생각하고 주식을 사기 바쁘지만 이런 성질급한 모습을 역이용해 주가 관리에 나서는 기업들이 꽤 있다는 현실을 잠시 잠깐 간과한 김태산 대리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결국 금산의 냉각캔 기술은 주가를 끌어올려 유상증자나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려는 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투자자들이 이런 환상에서 쉽게 깨어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투자자들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에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져 상투에 물린 줄도 모르기 때문에 괜히 섣부른 투자조언에 욕먹기 쉽기 때문에 아예 외면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태산 대리는 주식시장에 코스닥시장이 생기면서 기술 중심의 벤처기업들에게 자금마련의 기회가 생겼지만 투자자들에게는 기술에 속아 투자금을 날릴 기회도 함께 늘어난 꼴이라 공부하고 이해하지 못한 신기술에는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하면 밀레니엄 시기 미국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워런버핏 회장은 기술주 투자를 외면하다 좋은 기회를 놓치면서 이제는 늙었다는 소릴 들었지만 이후 기술주 몰락의 광란이 지나고 나서 그가 현명했다고 다시 칭송하고 있으니 시장의 변덕은 조석으로변하긴 하는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김태산 대리는 내일장부터 금산을 사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을 어떻게 해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기는 했지만 지금은 종순이에게 물어볼 것들이 많아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한다

둘은 1차를 마치고 2차로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LP뮤직바 "백도어"라는 당골집으로 이동한다.

LP뮤직바 "백도어"는 주인장이 음악이 좋아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퇴직금으로 차린 곳으로 지하에 있어 임대료가 싸다고 하는데 주인장의 음악 선곡도 좋고 금요일 저녁에는 인디밴드의 공연도 볼 수 있어 신천에서 저녁을 먹을 때는 한번씩 들리는 곳이다

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야 요즘 삼송전자 스마트폰 신제품은 어때?"

박종순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니가 그럴줄 알았지. 냉각캔이나 물어보려 만나자고 했겠어. 이 형님이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해 주지. 이번에 새로 만들고 있는 스마트폰은 이전과 다르게 카메라 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여서 100배 줌을 할 수 있는 놈이야"

김태산 대리가 놀라서 다시 물었다 "100배줌? 기존 10배 줌의 10배란 말야?"

박종순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응 지금 나와 있는 스마트폰의 10배로 줌기능을 강화하면서도 두께를 줄인 것이라 더 슬림해지면서 카메라 성능은 확 올린거야"

김태산 대리가 말한다 "와 대단한데 애플하고 성능차이가 확나겠네"

미국 애플에는 국내 업체가 카메라모듈을 납품하고 있는데 경쟁관계 가전사라 삼송과는 기술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다. 스마트폰이 단순히 전화만 하고 인터넷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는 카메라 기능도 있어 판매의 요인으로 다양한 요소들이 거론되는데 최근들어 카메라 기능 경쟁이 치열해 진 느낌이었다

박종순이 말한다 "카메라모듈은 우리가직접 하진 않고 외부 광학회사가 납품하는데 꽤 기술이 좋은 것 같아. 아이디어도 좋구. 그런 강소기업이 많아져야 삼송 스마트폰도 경쟁력이 더 좋아질텐데 단순히 원가절감만 하다가는 이런 기술력 있는 중소하청기업들이 살아남기 어렵지. 그런 점에서 우리 연구원들하고 경영진하고는 생각이 좀 틀린 것 같아. 삼송도 어느샌가부터 기술력 보다는 원가절감을 더 앞에 두니 혁신제품이 나오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야"

김태산 대리가 볼 때 삼송의 스마트폰이 예전만 못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이 원가절감에 주력하고 수익성에 매몰되면서 정작 소비자가 원하는 성능과 혁신성을 보여주지 못해 애플로 넘어가는 고객들이 많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김태산 대리와 박종순은 맥주를 몇병 더 마시며 스마트폰 시장과 기술에 대해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었고 그렇게 밤을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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