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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I.P.O vol 1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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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Sep 07. 2023

17. 주가뽕에 빠지다

I.P.O 웹소설

오전 9시 개장과 함께 잠실지점 전광판에는 붉고 파란 숫자들로 도배가 되고 있다. 객장의 고객들은 자신의 종목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다. 대부분 중년 이상의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객장에 나와 직접 주가를 확인하고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사랑방 같은 곳으로 증권사 객장을 이용하고 있다

김태산 대리는 중화태양광과 한국태양광, 바이오톡신 그리고 금산의 주가를 확인한다

중화태양광은 오늘 시초가에 또 올라 5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고 한국태양광과 바이오톡신은 그에 비해 보합권에 머무는 수준이다. 금산의 주가도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냉각캔 뉴스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화태양광이 오늘 계속 올라 상한가를 기록하면 5일 연속 상한가로 정확하게 따블이 나는 날이다

고비사막 프로젝트 호재도 있지만 너무 단기간에 시세분출이라 당황스런 투자자들도 많이 있는데 뒤늦게 추격매수를 해 달라고 무조건 사달라는 고객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 위험하다고 말리는 말도 이제는 안 통하는 상황이 되었다

김태산 대리는 중화태양광의 파죽지세 급등에 이제 질릴 정도로 사달라는 전화에 위험하다는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매수주문을 내주고 있다. 단기급등에 너무 위험하다는 말은 이제 투자자들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그렇게 말렸다가 장 막판에 상한가라도 들어가는 날이면 장 끝나고 전화로 고객들의 욕을 바가지로 듣게 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웃긴 건 상한가로 끝난 날 장이 끝나고 가격을 확인하는 전화가 오면 기분이 좋아진 고객들은 듣기 좋은 말로 김태산 대리를 쪽집게 증권맨으로 치켜세워주곤 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사는 때가 있으면 차익실현 하는 때가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중화태양광의 급등세가 점점 더 두려워지고 있던 찰라였다

내선전화로 조위찬 대리가 전화가 왔다. "어 위찬아 무슨 일이야" 김태산 대리가 얼릉 수화기를 들고 답한다

"응 조금전부터 외국인투자자들이 중화태양광 매도주문을 뭉테기로 넣고 있어. 거래량이 크니 소화는 되는데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 아닌가 생각되서 혹시 몰라 전화해 준거야"조위찬 대리가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김태산 대리가 수화기를 든체 중화태양광의 주가챠트를 올려 분챠트를 확인하다"응 확실히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네. 그래도 물량 받고 올라가는 걸 보면 확실한 전주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조위찬 대리가 말한다"응 난 말해줬다. 그럼" 짧은 통화가 끝나고 김태산 대리는 증권저축 계좌에 중화태양광 주식을 팔아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500만원이 거의 1000만원 가까이 되었으니 성공한 투자이기는 한데 주가 따블에 대한 욕심에 쉽게 손이 나가지 않고 망설이고 있었다

주식을 사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잘 나가는 주식은 내가 팔고 나서 더 오르면 어쩌나 하는 맘에 쉽게 팔지 못하고 그대로 지켜보다가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손해 보기 쉽상이다. 그래서 증시에는 "팔아야 돈이다"라는 격언이 생긴 것 같다

김태산 대리는 중화태양광이 상한가를 치면 바로 팔아서 한국태양광으로 갈아타리라 마음먹는다

김태산 대리는 김요한 IR팀장에게 전화해 좋은 소식이 있는지 물어본다

"안녕하십니까. 지난 번 이후 중화태양광에서는 좋은 소식 없나요?" 김태산 대리가 말한다

전화기 너머로 김요한 IR팀장이 답한다 "아직 중국법인에서 별다른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연락이 오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김태산 대리는 전화를 끊고 중화태양광과 한국태양광을 번갈아 쳐보며 현재가를 확인하고 있다

오후 2시 중화태양광은 상한가를 단 1%를 남겨둔 상태다. 이에 반해 한국태양광은 오전장보다 떨어져 -1%를 기록하며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때 객장에서 탄성이 나온다. 고개들어 소리가 난 쪽을 살펴보는데 몇일전에 금산을 사준 고객이 상한가를 기록했다고 주변인들에게 자랑하면서 객장이 웅성웅성하고 있다

사모님 몇 분들이 몰려와 상당을 하겠다고 금산을 왜 추천 안 해 주었냐고 따지듯이 물어보는데 객장 내에 증권영업사원의 추천을 받아 상한가를 기록하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추천을 못받아 사지 못한 고객들은 증권맨의 방을 찾아 상담을 빌미로 푸념을 늘어놓으며 핀잔을 주기 일쑤다

그래도 요즘 보는 종목이 뭐가 있다고 귀뜸을 해 주면 웃긴 건 그런 사모님들은 오랫동안 거래했던 정현수 차장이나 박현주 차장에게 가서 주문을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객장을 찾는 동네 주민 고객분들의 포트폴리오가 증권영업사원별로 다른게 아니라 거의 비슷비슷해 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종료 30분을 남겨두고 중화태양광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지막 1%를 밀어붙여 상한가를 만들려하고 있는데 차익실현 매물도 만만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매수와 매도의 공방전은 누가 더 돈이 많은가로 판가름 나는데 어느 한쪽이 압도를 해야 끝나는 게임이다

이번에도 매수가 이겼는데 추격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나온 매물을 다 잡아 먹고도 상한가 매수잔량을 100만주나 쌓아 놓고 있다

이러면 내일도 개장과 함께 급등 출발할 수 있어 김태산 대리는 증권계좌의 주식을 차익실현 할까 고민에 빠졌다. 김태산 대리도 이미 탐욕에 빠져들어 이성적 판단을 못하게 된 상황 같았다

이렇게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단기간에 100% 급등의 따블을 치고 나면 계속 상한가 행진을 벌일 것 같다는 환상에 빠져들고 마는데 종국에는 마약과 같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환상속에 살게 만들어 손해를 보게 만든다

경험이 많은 증권영업맨들도 이런 경험은 흔치 않기 때문에 뽕맞은 기분에 취해 팔자는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증권계좌에 있는 중화태양광도 못 팔고 있는데 고객의 중화태양광 주식에 대해 차익실현하자는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중화태양광과 금산 주식의 상한가를 바라보며 아무 생각이 없이 그저 기분이 좋은 김태산 대리는 몇일전 중화태양광 주식을 팔자고 한 어리석은 모습에 후회가 되었다

연속 상한가에 도취되면 이제 그 종목은 상한가 행진을 벌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뽕 맞은 상태에 투자자들도 영업사원도 빠져드는데 이렇게 만든 것이 작전세력들의 기술인지 아니면 시장이 만든 마법인지 알 수 없지만 여기서 빨리 깨어나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길이란 걸 김태산 대리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기분이 구름위에 떠 있어 지금을 즐기고 싶기도 했다

그때 고객들에게 팔자고 하지 말고 더 사자고 했어야 했는데 스스로를 자책하는 맘이 생기기도 했다

중화태양광은 거래량도 3천만주를 기록했는데 오늘 거래된 종목중 거래량으로 열 손가락 순위에 드는 모습이라 시장의 핫한 종목이 되어 있었다

오후 3시 장이 끝나고 중화태양광과 금산은 이제 연속 상한가 행진에 들어가 투자자들을 집단 최면에 빠지게 만들고 있었다

장이 끝나고 고객들에게 오늘의 마감시황과 거래결과를 보고드리는 전화를 돌리고 있는데 지점을 가득채웠던 전화밸 소리도 잠잠해지며 하루 일과가 끝나가고 있었다

오후 4시 김태산 대리는 그 날의 매매를 끝내고 의자에 지친 몸을 파 묻고 생각에 잠겨 있다

이제 중화태양광과 금산을 언제 팔아야 고객들에게 욕을 덜 먹나를 셍각해야 할 때이다

언제나 답이 없는 문제에 답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 지고 어지러워질 정도다. 

퇴근길 술 한잔 생각이 나서 고교동창이자 대학친구인 박종순에게 문자를 넣는다. 삼송전자 연구소에 근무하는 똑똑한 친구인데 김태산 대리 친구중 몇 안되는 공대나온 친구이다. 

핸드폰에 답장이 오고 둘은 퇴근길에 신천역에서 한잔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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