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밤 9시 강변도로. 김태산 대리는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타고 가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여의도를 택시 창 넘어 바라보고 있다
이때 김태산 대리의 핸드폰이 울리고 동기들이 여의도에서 한잔하고 있는데 올 수 있냐는 전화를 받고 택시기사에게 여의도로 행선지를 바꿔달라 요청한다
여의도 포장마차 앞에 택시가 서고 김태산 대리가 택시에 내려 포장마차로 들어선다
아직은 밤 9시라 포장마차에 손님은 한산해 보였다
김태산 대리는 혼자 테이블에 앉아 출출한 느낌에 국수한그릇을 주문해 먹고 있다
포장마차 밖에 시끄러운가 싶더니 김태산 대리의 동료들이 포장마차로 들어온다
이한호대리가 국수를 먹고 있는 김태산 대리를 보고 방갑게 인사한다 "친구야 혼자 먼저 시작했냐?"
이한호 대리와 조위찬대리, 허영균 대리가 테이블에 둘러 앉는다
모두 1차를 하고 와서 그런지 얼굴에 홍조를 띄고 있다
술만 먹으면 기분이 업되는 이한호 대리가 주문을 한다 "어머니 여기 오돌뼈하고 꼼장어 주시고 소주 한병 주세요"
김태산 대리가 이한호 대리를 보고 말한다 "오늘 상한가라도 잡았냐 기분이 업되었는데?"
조위찬 대리가 답한다 "야 한호 오늘 마바라짓 지대로 했단다. 오전장에 빠지던 중화태양광 다 던지고 한국태양광으로 갈아탔는데 장 끝날 때 중화태양광은 상한가를 가고 한국태양광은 매수한 가격 그대로이니 속터지게 된거지. 고객들에게 한소리 들었다고 하더라구"
이한호 대리가 말한다 "야 주가는 일 잘하는 강남며느리도 모르는 거야. 오늘 하루 종일 뒷북만 치고 다녀 한심한 짓만 했다"
허영균 대리가 말한다 "중화태양광 일본 소프트뱅크하고 고비사막 프로젝트 한다고 장종료 후에 뉴스에 나오더만 그것 때문에 상한가 갔나 보네. 우리가 IPO 할 때 중화태양광측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 하더라구. 그때는 황당해 보이는 이야기라 그런가 보다 했지만 이제는 진짜 될 것도 같은 프로젝트라는 생각도 드네"
김태산 대리가 허영균 대리 말을 듣고 물어본다"그런데 말야 영균아. 너 중화태양광 실사 갔을 때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 경험을 확인했냐?"
허영균 대리가 김태산 대리를 보고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야 그럼 놀러갔겠냐? 지난 번에도 말했지만 중화태양광은 가정용 소형 태양광발전기 설치로 큰 회사야 중국 인구가 10억명이 넘는데 그렇게 큰 시장에서 1위 기업이면 말 다 한거 아냐?"
김태산 대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되묻는다 "그 말인즉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 경험이 없다는 소리네?"
허영균 대리가 깜작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러고 보니 그렇네. 중화태양광은 대형 태양광반전소를 지어본 경험이 없고 순전히 계획만 늘어놨었네"
옆에 있던 이한호 대리가 말한다 "그럼 일본 소프트뱅크하고 함께 한다는 고비사막 프로젝트는 뭐야? 쇼야?"
조위찬 대리가 말한다 "역정보일 수도 있겠네? 대형 태양광발전소와 가정용 태양광발전설비는 분명 다른 거거든. 그런데 중화태양광 주가 오르는 걸 보면 뭔가 있는 것도 같구?"
이한호 대리가 말한다 "내일 중화태양광이 또 상한가를 치면 5일 연속 상한가로 100% 급등한겨"
허영균 대리가 말한다 "아까 장 끝나고 중화태양광 공시대리를 하는 중화로펌 변호사하고 통화했는데 계속 좋은 소식 있을 거라고 하더라구. 구체적인 건 말 안하구. 그건 이 고비사막 프로젝트인가 했지"
김태산 대리가 허영균 대리를 보며 말한다 "고비사막 프로젝트 말고 뭐가 또 있어?"
허영균 대리가 답한다 "중화로펌 변호사는 말을 아끼는데 예전 중화태양광에 실사를 갔을 때 중국정부가 전력난에 앞으로 짓는 모든 신축 아파트에 태양광설비를 법적의무조항으로 넣는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
김태산 대리는 허영균 대리의 말을 듣고 고비사막 태양광발전소보다는 중국 신축아파트에 태양광설비 설치의무화가 중화태양광에는 더 호재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원래가 중화태양광이 해 오던 사업이 이런 가정집에 소규모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해 주던 일이기 때문이다
옆에서 이 말을 들은 이한호 대리가 "야 그걸 왜 이제 말해? 오전에 고객들 중화태양광 다 차익실현 했는데. 50% 60% 먹여주면 뭐하냐 장 끝나고 중화태양광 상한가로 끝났다고 그거 못 먹었다고 욕해 대는데, 내 더러워서 때려친다"
증권영업을 하는 친구들은 매일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더러워서 때려친다"라는 말인데 조석으로 바뀌는 주가로 인해 고객들과 갖가지 마찰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냥 더 먹을 수 있을 것을 못 먹었다고 원망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지만 개중에는 매도를 권유해 팔아 손해를 봤다고 회사에 진정하거나 법적 소송을 벌이는 고객들도 간혹 있기는 하다
조위찬 대리가 입을 연다 "그런데 말야 이번에 중화태양광 주가가 급등하면서 외국계 증권사 창구로 매물이 많이 나오더라. 시장에 거래량이 많아 고가에 다 받아내기는 하는데 외국계 창구로 매물이 계속 출현하고 있어. 우리가 거래하는 외국인투자자들도 이제는 중화태양광을 팔아달라고 하는데 매수쪽은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
이한호 대리가 화색을 보이며 말한다 "내가 잘 판거네."
김태산 대리가 소줏잔을 마시며 생각한다 "고비사막 프로젝트 같은 대형 호재가 있는데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판다고? 이거 냄새가 나네"
김태산 대리가 허영균 대리를 보며 말한다 "너 중화태양광 실사 갔을 때 뭐 이상한 점 없었어?"
허영균 대리는 뭔가 생각하는 모습을 하다 "아 몰라 몇 달 된 일이라 솔직기 잘 기억도 안 난다. 그런데 실가 갔을 때 함께 움직인 조선족 직원이 그러더라구. 상장이라는 걸 하면 돈이 얼마나 한국에서 중국본사로 들어오냐고? 그리고 한가지 더 공모자금 넘겨준 계좌가 중하태양광 법인계좌가 아니라 대표인 리쩌웨이 개인계좌였어. 중국에서 그러는게 관행이라고 해서 대표 개인계좌로 쏴준걸로 알아"
김태산 대리가 허영균 대리를 보고 말한다 "대표 개인계좌로 3000억원 공모자금을 다 쏴준거야?"
허영균 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 중국쪽에서 그게 관행이라고 해서 법인계좌 대신 개인계좌로 보내줬지"
김태산 대리는 뭔가 이상하다는 불길한 느낌을 받게 된다
혀영균 대리가 말을 이어간다 "그런데 지난 번 실사에서 분명 고비사막 프로젝트는 몇 년 더 걸릴거라고 했는데 너무 일찍 꺼내든 것 같아. 일본 소프트뱅크도 아직 투자비도 마련하지 못했을텐데, 그 사업이 10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사업이라고 했거든"
김태산 대리가 알기로도 고비사막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것은 중국 화북지역과 우리나라 일본까지 연결하는 송배전 설비까지 포함하는 사업이라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중화태양광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벌리기에는 너무 덩치가 큰 사업이라 FI로 참여하는 소프트뱅크와 같은 확실한 전주가 있어야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대형프로젝트였다
김태산 대리가 묻는다 "그럼 중화태양광이 뭔가 든든한 돈줄을 마련한 것인가? 중국정부라도 뒤에 나서준거야?" 허영균 대리가 답한다 "지난 번 실사에서 중화태양광 임원들이 자신들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고 꽌시를 그렇게 자랑하기는 하더라구. 뭐 원래가 사업하는 중국인들은 꽌시가 있다고 자랑하는 건 입버릇이긴 하지만 말야"
중국정부가 나서서 고비사막 프로젝트를 진행시킨 것이라면 굳이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기다릴 필요까지 없었을 수 있었다.
김태산 대리와 허영균 대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한호 대리가 얼굴을 양손으로 쓸어내리며 말한다 "뭐야 나 진짜 마바라짓 한거야?"
김태산 대리가 친구들을 둘러보고 말한다 "사실 좀 전에 한국태양광 김요한IR팀장 만나고 온 길이야. 중화태양광에서 태양광패널 견적의뢰가 들어왔다구. 아무래도 고비사막 프로젝트가 규모가 크기 때문에 태양광패널 납품업체에 한국태양광도 넣어줄 모양이야"
김태산 대리 말에 이한호 대리가 금새 기분이 좋아져 말한다 "그럼 한국태양광도 기회가 있는거네. 아, 다행이다. 진짜 뻘짓을 한 건 아닌 셈이네" 이한호 대리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김태산 대리가 말을 이어간다 "그런데 기존에는 한국태양광 패널이 비싸다고 한번도 중화태양광이 사간 적이 없다는데 이번에 대규모 프로젝트에 견적을 달라고 하는 걸 보면 뭔가 석연찮아 보이기는 해."
김태산 대리 말에 허영균 대리는 뭔가 생각 난 듯 말해 준다 "아 어쩌면 이건지도 몰라. 지난 번 실사에서 중화태양광 기술자가 그러던데 중국산 태양광패널은 기술수준이 떨어져 내구성이 떨어지고 잔고장이 많데 거기에 비해 한국산 태양광패널은 가격은 비싸지만 잔고장도 없고 발전효율이 좋아서 부잣집들은 한국산 태양광패널을 선호한다고 하더라구"
일리가 있는 말이다. 중국산 저가 제품들은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샘플은 기가막히게 잘 만들지만 정작 대량발주가 나가면 품질관리가 엉망이라 납품받은 제품의 반은 불량품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중국정부가 중화태양광의 전주라면 한국산보다 중국산 태양광패널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어차피 신재생에너지사업으로 전력난도 해결하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는 기회인데 한국산 태양광패널을 수입해 쓰면 국부유출 논란도 있을텐데" 대화를 듣고만 있던 조위찬 대리가 한마디 한다
김태산 대리가 답한다 "그렇기는 하지 아직 중화태양광이 한국태양광에세 생산케파와 패널 견적을 문의한 정도니까 내부 예산을 수립하기 위한 걸 수도 있어. 한국태양광을 들러리로 삼으려는 것일 수도 있구. 하지만 우리나라로 송배전설비를 연장설치하려면 한국기업의 참여가 필요하겠지"
고비사막 프로젝트가 중국과 한국, 일본 그리고 북한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라 생각해 봐야 할 것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분명 확실한 건 중화태양광이 고비사막 프로젝트를 조기에 시작했다는 것이고 일본 소프트뱅크가 이미 줄을 대고 있고 이제는 한국태양광까지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한호 대리가 소주병을 들고 친구들 잔을 채워주며 말한다 "머리 아프다 공장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이제 막잔하고 가자. 내일 새벽에 나오려면 힘들다"
그렇게 막잔을 따라 건배하고 일행은 포장마차를 나서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