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웹소설
오후 3시 30분 하루 종일 중화태양광 주식으로 전화기를 붙들고 고객들과 실랑이를 벌인 김태산 대리가 의자에서 몸을 추스리고 있다. 증권영업직이라는 것이 책상에 앉아만 있는 것으로 편해 보이지만 고객들과 머리싸움을 벌이는 것이라 하루만 지점에서 영업을 해도 세상 삼라만상을 다 끌어다 주가 변동을 고객에게 설명해야 하는 자리라 머리가 아픈 직업이기도 하다
오늘같이 하한가를 맞은 종목이 있는 날이면 화가 난 고객들의 욕받이도 되야 하기 때문에 영업사원은 정신적으로 거의 죽었다 살아난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김태산 대리는 멍한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려 하고 있다
옆방에 한용수 대리가 김태산 대리 방으로 찾아 왔다. "태산아, 중화태양광 어떻게 될 것 같아?. 덕분에 고객들에게 미리 팔라고 싸인을 줘 욕은 좀 덜 먹었다" 한용수 대리가 말했다
김태산 대리는 한용수 대리를 쳐다보면 골똘히 생각에 잠기며 답을 선뜩 해 주질 못했다
한용수 대리가 좀 기다리다가 다시 말한다 "당장 답할 수 없으면 생각해 보고 말해 줘. 내일이라도 팔겠다는 고객들이 있어 어떻게 할지 나도 판단을 해야 하거든"
김태산 대리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김태산 대리가 정신을 차리고 단말기를 두들겨 중화태양광의 공시내용과 뉴스를 살펴보았지만 아직까지 하한가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뜬 것이 없다
아직까지 중화태양광의 횡령사고에 대해 한국거래소까지 소문이 퍼지진 않은 모양이다
평소같으면 이런 소문에 주가가 하한가로 폭락하면 조회공시라고 한국거래소가 해당 하한가로 폭락한 회사에 주가변동에 대한 공시를 요구하는데 아무래도 중화태양광이 중국법인이고 공시를 대리하는 곳이 한중로펌이라는 법무법인이기 때문에 조회공시에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갑자기 김태산 대리의 테이블에 전화가 울린다. 내선 번호라 본사에서 오는 전화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산 대리가 전화를 받았는데 본사 IPO팀의 허영균 대리의 전화였다
"태산아 우리 팀 보유물량 오늘 다 털었다. 어젯밤에 네가 보낸 문자에 레이다를 돌려 봤는데 확실히 중국법인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지난 번 실사 갔을 때 같이 일 했던 중화태양광 조선족 직원이 큰 일 났다고 하더라구. 리쩌웨이 사장이 출근을 안 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횡령 규모가 큰 것 같아"
김태산 대리는 불안감에 뒷목이 서늘해졌다. 허영균 대리와 통화를 끝내고 다시 단말기를 통해 뉴스를 확인하는데 갑자기 중국기업 "중국연합과학"이라는 기업의 거래정지 공시가 떴다. 상장사는 분기마다 분기보고서를 내야하고 회기말에 사업보고서를 내야 하는데 중국기업 같이 해외 기업은 국내 기업보다 이런 보고 의무를 경감해 주기 위해 보름 정도 늦게 낼 수 있게 배려해 준 것인데 이 날짜를 어기고 보고서를 내지 않아 거래정지를 시킨 것이다
중국기업들의 불투명한 재무구조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보다 후진적인 회계수준의 중국기업을 우리 증시에 상장시킨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국제화 시대에 우리 증시도 국제화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해외기업 유치를 통해 우리 투자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투자기회를 부여해 주겠다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중국기업들이 우리 증시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 가는 창구를 열어준 꼴이 되었다
그래도 어떻게 상장한지 일년만에 상장의무를 지키지 못해 거래정지되는 것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해만 들어와서 벌써 6번째 중국기업의 거래정지로 주주들의 소송 때문에 당장 상장폐지는 못시키지만 사업을 하고 있는지도 불투명한 중국기업들을 거래정지 시킨 상황에서 상장을 유지시켜 주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이다
"중국연합과학"의 공시대리인도 한중로펌인데 우리 증시에 상장해 있는 대부분의 중국법인들은 한중로펌을 공시대리인으로 선정한 것 같다. 한중로펌이 중국기업 국내 상장에 미리 준비를 잘 한 것도 있겠지만 다른 로펌이나 회계법인들이 대리에 나서지 않고 중국기업들이 한중로펌에 공시대리인을 맡기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개장과 함께 중국기업들이 또 폭락하겠구나 생각하니 중화태양광의 주가폭락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 했다
김태산 대리는 불안한 맘에 단말기를 두들기며 중화태양광 관련 뉴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중국연합과학"은 사업보고서를 제 때 내지 않아 거래정지 된 것이지만 중화태양광은 횡령사건으로 인해 거래정지가 될 수 있는 상황이고 횡령규모에 따라서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시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중화태양광은 그런 불확실성이 가장 커진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여기다 같은 중국기업인 "중국연합과학"의 거래정지는 중국기업 전반에 불신을 가져오는 사안이라 자칫 "중화태양광"도 거래정지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안 좋은 일들은 어떻게 어깨동무를 하고 한꺼번에 찾아 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김태산 대리는 조위찬 대리에게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태산인데 너 한중로펌 알지? 중화태양광 때문에 그런데 방문IR 좀 알아봐줄 수 있어?"
한중로펌이 공시대리를 하고 있으면서 중국상장법인의 한국 사무소 역할도 하기 때문에 중국기업IR을 대행하기도 한다. 큰 회사는 변호사가 직접 IR을 하기도 하고 작은 회사는 사무장이 중국기업의 회사 자료를 받아 IR을 하곤 한다
김태산 대리는 조위찬 대리와 전화통화를 끝내고 잠실지점이 보유하고 있는 중화태양광 주식수를 체크해 봤다. 30만주나 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아무래도 지점장이나 부지점장 고객자산에 많이 물려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선번호로 전화벨이 울린다. 지점장이다. 김태산 대리를 지점장실로 호출하는 전화였다
오후 5시 지점장실에 김태산 대리가 들어간다. 조용한 지점장은 지점영업으로 30년을 커온 베테랑 증권영업맨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라 할 수 있다
지점장 책상에 담배가 수북히 쌓여있는 걸로 봐서 오늘 제대로 물린 모양이다
지점장이 김태산 대리를 방으로 부르는 것은 개인 영업실적을 쪼기 위한 것과 뭔가 다른 걸 시킬 때 뿐이다
지점장 테이블 앞에 쇼파가 있는데 거기 앉으라는 손짓을 지점장이 한다
지점장이 김태산대리에게 말한다 "김대리가 좀 알아봐줄께 있어. 중화태양광 알지, 몇일 전에 본부장이 와서 말한 우리 회사가 상장시킨 중국회사?" 지점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걸 봐서는 제대로 물린 걸 눈치로 알 수 있었다
지점장도 임원을 달기 위해서는 실적을 내야하는데 직원들의 실적 뿐 아니라 본인 영업실적도 내야했다. 당연히 인사권을 갖고 있는 본부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중화태양광에 고객자산을 쏟아 부었고 우리 지점이 갖고 있는 중화태양광 주식의 2/3는 지점장 고객들의 투자인 것도 같았다
김태산 대리가 답한다 "예 그렇지않아도 본사 법인영업팀 동기에게 공시대리인 한중로펌에 방문IR을 요청해 달라고 말해 두었습니다"
조용한 지점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잘 했어. 중화태양광이 고비사막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만 해도 좋았는데 요 몇일 폭락하는 걸 보면 심상치 않아. 최대한 정보를 구해봐. 서두르고"
지점장도 안테나를 돌려보았을텐데 중국기업이라 정보를 얻는데 한계를 느끼는 것 같았다
김태산 대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지점장실을 나섰다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등뒤를 서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방으로도 돌아온 김태산 대리에게 회사내선으로 전화가 왔다. 조위찬 대리가 한중로펌과 중화태양광 관련 방문IR 날짜를 잡았다는 전화였다. 중국기업에 대해 정보가 너무 없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공시대리인을 만나려하는 것이다
김태산 대리는 한중로펌을 방문하기 전에 최대한 중화태양광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상장할 때 중화태양광이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사업보고서가 그저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공모를 권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 실제로 투자자에게 투자여부를 판단하게 만드는 중요한 지표로 상장 직전까지 상장을 하려는 회사의 모든 정보가 망라디어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사업의 위험이나 분석조서에서 발행사가 의도치 않게 회사의 문제점들을 노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업보고서를 꼼꼼하게 읽어보면 의외로 좋은 투자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중화태양광에서 발생한 횡령사건이 상장 후에 발생한 이벤트이기는 하지만 그 전부터 회사경영에 뭔가 문제가 있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구심도 김태산 대리는 갖고 있었다
중화로펌에 방문하기 전에 최대한 정보를 끌어모아 중화태양광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알아내야 한다
김태산 대리는 고객들이 물려 있을 뿐 아니라 조용한 지점장의 특별한 지시도 있어 부담을 갖고 사업보고서를 살펴보고 있었다
한참을 사업보고서를 읽어내려가다가 공모가를 정하는 부분에서 비교가치를 뽑는 대상기업에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된 한국태양광외에 해외시장에 상장된 미국과 EU의 기업들이 비교가치 선정대상에 있는 것을 보고 김태산 대리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우리 증시와 해외증시의 평균PER가 다르기 때문에 개별기업들을 직접 비교할 때는 가중 평균PER를 구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우리증시와 해외증시가 너무 차이가 나고 선진국 증시에 상장된 태양광 업체들은 업력에서 앞서 있어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순이익이 발생하고 있는 기업들이라 이들과 적자를 이어가는 중화태양광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렇게 만들어진 공모가로 상장을 한 것인데 공모가를 제시한 대한증권 IPO팀도 문제지만 이를 허용한 금융감독원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기업이 이렇게 해외기업과 비교한 기업가치로 공모가를 부풀려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금감원은 당장 "정정" 명령을 내려 공모가 밴더를 더 낮추라고 하기 일쑤였는데 중화태양광은 너무 쉽게 그냥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김태산 대리는 혹시나 해서 "중국연합과기"도 사업보고서를 찾아 분석조서 부분을 읽어 보았는데 이 회사도 해외기업과 PER를 비교해 공모가격이 부풀려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금감원이 어떤 이유에선가 중국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않고 무사통과시켜 주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점점 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장심사에서 거래소가 상장여부를 심사하고 이후 공모가를 정하는 유가증권신고서를 통해 금감원이 가격을 심사하게 되는데 두번의 게이트 키핑이 중국기업 상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김태산 대리는 중국기업 상장 뒤에 뭔가 큰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중국기업은 상장을 위한 공모가 끝나고 납입일이 지나면 바로 다음 날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증국계좌나 홍콩계좌로 이체되어 국외로 빠져나가는데 이런 공모자금을 모으는 공모가격 자체가 잘못선정되고 있고 이에 대해 감독당국의 게이트키핑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김태산 대리는 깨달았다.
중국기업의 상장과정에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코스닥 상장기업의 평균 상장 유지 기간이 11년인데 비해 중국기업은 평균 2년여 밖에 안된다는 점도 이상하기는 한데 아직 상장한 기업도 많지 않고 중국기업 상장을 허용한 기간도 2년여 밖에 되지 않아 시장의 평균과 차이를 가진다곤 하지만 너무나 이례적인 경우들이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증시에 상장시키는 중국기업들은 그래도 일반적인 중국기업들 보다는 나은 기업들일거라는 상식적인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이 김태산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중국기업의 상장과 이해하기 힘든 조기 상장폐지 사이에 뭔가 숨겨진 이면이 있다는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국기업의 상장대리를 하는 한중로펌을 방문할 때 뭔가 실마리를 잡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실지점의 밤이 깊어가며 김태산 대리는 점차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 했는데 지점 다용도 실에서 컵라면을 하나 꺼내와 먹으며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김태산 대리는 중국기업 상장에 뭔가 큰 힘이 작동한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