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오후 5시 김태산 대리는 고객들에게 그날의 매매상황을 보고하고 전쟁같은 하루를 마치며 지점을 나섰다
연희동까지 가려면 잠실에서 택시를 타고 서울을 관통하여 대각선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너무 늦으면 퇴근길 러시아워와 만나 더 늦어질 수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택시를 타고 올림픽 대로를 따라 달리며 창밖의 풍경에 무상무념의 세계로 빠져든다
늘 장중에 뭔가 생각하고 선택해야 하던 시간에서 그저 달리는 택시에 몸을 맡기고 아무 생각없이 창밖을 내다보는 것을 김태산 대리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뭔가 머릿속이 다시 쿨링된다고 해야 할까 좀 전까지만 해도 한국태양광이 어떻고 금산이 어떻구 하던 생각들이 모두 리셋되고 그저 창밖 지나치는 풍경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박형탁 박사와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해서 서둘러 간다지만 강북으로 넘어가면 강남보다 길이 좁아지고 차들이 많아 좀 막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김태산 대리는 오후 6시가 다 되어 연희동에 있는 바이오톡신 회사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아마 저 3층짜리 작은 꼬마 빌딩 안에 박사와 석사 같은 가방 끈 연구자들이 가장 밀집해있는 건물일 거라는 생각을 바이오톡신 본사를 바라보며 하고 있었다
6시 정각에 박형탁 박사가 1층 현관문을 나서면 김태산 대리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며 말한다
"오랜만에 오셨어요. 잘 지내셨죠"박형탁 박사의 인사에 김태산 대리도 인삿말을 전한다
"잘 지내셨조. 제가 좀 바빴습니다. 바이오톡신이 발모제 전임상을 발표해 시장이 난리가 아니에요"김태산 대리가 너스레를 떨며 말한다
"하하하 발모제는 언제적 이야긴데 아직도 그런가요"박형탁 박사가 말하며 식당으로 가자고 손짓을 한다
"예 오늘은 뭐 맛있는 거 사주실려구 부르셨나요?"김태산 대리가 연희동까지 부른 이유가 궁금해 넌지시 물어봤다
"연희동에 대만학교가 있어 화교들이 많이 사는데 그래서 중화요리집이 유명하고 또 하나가 연희동 칼국수라고 다른 동네와 다른 아주 맛있는 칼국수집이 있어요"박형탁 박사가 연희동칼국수집에 가자고 하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철민 사장의 한중장도 연희동에 있었다는게 생각이 났다
김태산 대리와 박형탁 박사는 연희동칼국수 집에 들어가 테이블에 앉아 칼국수를 주문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초저녁부터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주문과 동시에 칼국수 두그릇이 바로 테이블로 나왔다
"자 드셔보세요. 다른 동네와 다른 연희동만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박형탁 박사가 먼저 먹어보아 권했다
"예 그럼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하고 수저를 들어 국물맛을 보는데 확실히 알고 있던 그 칼국수 국물맛이라 뭐가 다른가 좀 의아하기는 했다
그런데 김태산 대리가 젓가락을 들어 칼국수면을 먹어보자 확실히 다른 칼국수집과 다른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면발 자체가 다른 칼국수집과 다른 특색있는 집이었다
"어때요? 확실히 다르지요" 박형탁 박사가 물어봤다
"예 국물맛은 비슷한 것 같은데 확실히 면은 특색있고 맛있네요. 이런 칼국수 처음 먹어봅니다"김태산 대리가 답했다
"면을 우리가 익히 먹는 칼국수면인 넙적한 면을 쓰지 않고 가느다란 실같은 소면을 사용하지만 중화요리에 들어가는 면처럼 식감도 살아 있어 확실히 차별화된 칼국수지요"박형탁 박사는 연희동 칼국수에 나름 부심이 있는 듯 이야기 했다
"그런데 연희동 칼국수 때문에 부른 건 아니시죠"김태산 대리가 혹시나 박형탁 박사가 진짜 연희동 칼국수 먹자고 부른게 아닐까 생각되어 또 다시 넌지시 물었다
"하하하 당연히 아니죠. 우선 식사 맛있게 하시고 자리 옮겨서 긴히 할 말이 있습니다"박형탁 박사가 웃으며 말했다
김태산 대리와 박형탁 박사는 식사를 마치고 연희동 칼국수를 나와 근처 바로 향했다
연희동엔 작은 카페 같은 술집들이 많은데 사랑방같이 대학 각 과들의 교수들이 대학원 학생들과 소규모 세미나도 하고 술자리도 하기 좋은 그런 곳들이다
박형탁 박사는 바이오톡신 임직원들이 자주 가는 술집이라고 한 곳을 가리키며 오늘은 그 곳을 피해 조금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 새로운 작은 술집으로 들어갔다
박형탁 박사는 그 곳 여주인장과 아는 사이인지 눈 인사를 하고 안쪽 자리를 안내받아 앉았다
"자 이제 이야기 해 주시죠, 왜 부르셨는지요"김태산 대리가 궁금해 재촉하기 시작했다
"아 다름이 아니라 지난 번에 IR할 때 설명한 한국뱀독을 이용한 항암제 개발에 대해 기억하시죠?"박형탁 박사가 말했다
"예 알고 있지요. 전임상 끝나서 그것도 결과보고서를 쓴다고 하지 않았나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전임상에서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항암제인 BT101의 결과가 꽤 좋게 나왔어요. 기존에 나와 있는 항암제들은 암세포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상세포도 함께 죽이기 때문에 암환자들이 이를 견디지 못해 함암치료를 포기하게 되는데 BT101은 암세포만 표적화해 죽이는 것으로 나왔습니다"박형탁 박사의 말에 약간 흥분된 느낌이 있었다
"오 그럼 좋은 거 아닌가요?'김태산 대리가 두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었다
"예 좋은거죠. 관련해 보고서를 세계적인 학술잡지인 셀지에 싣게 되었어요" 박형탁 박사가 자랑삼아 말했다
"와 셀지에 싣는다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으신거네요. 축하드립니다"김태산 대리가 축하의 말을 건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박형탁박사는 더 할말이 있다는 뉘앙스로 말을 이어갔다
대부분 국내 바이오신약개발사들의 연구는 국제적 학술지인 "셀CELL"지나 "네이처"지에 싣는 걸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학술적으로 의미를 가지지만 돈과 연결되려면 첩첩산중에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연구비가 들어간다는 소리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 버는 소리가 아니라 돈 쓰겠다는 소리로 밖에 안들리는 것이었다
솔직히 바이오 1세대라는 "바이로메드" 같은 회사도 따지고보면 상장하고 10여년 동안 독자적으로 연구개발한다고 시장을 통해 1조원 넘는 돈을 조달해 가면서 투자자들에게 내놓은 것은 유명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다인데 이게 연구자 개인이나 회사입장에서는 유명 대학에 교수로 갈 수 있는 경력이 되고 특허를 낼 수도 있겠지만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허울뿐인 성적표에 불과했다
박형탁 박사의 말은 아직까지 다른 바이오신약개발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말은 김태산 대리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말이 이어졌다
"얼마전에 셀지와 논문 내용에 대해 이메일로 여러가지 질의 응답을 하고 있었는데 검증하시는 교수님들 중에 글로벌 제약사 릴리의 신약개발 고문으로 계신 분이 있어서 릴리와 사업협력을 논의해 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받았어요"박형탁 박사가 설명을 이어갔다
"릴리라면 정신병약으로 유명한 다국적 제약사 아닌가요?"김태산 대리가 놀라며 물었다
"예 맞습니다. 일반인들은 정신병약으로 릴리라는 회사 이름을 들어 보셨겠지만 그 약을 기반으로 항암제쪽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박형탁 박사가 설명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김태산 대리가 궁금해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분 소개로 릴리와 만나왔고 우리 연구결과에 놀라와 하더군요. 셀지에 우리 논문이 실리면 아마도 임상은 릴리와 함께 할 수 있을 것같아요" 박형탁 박사가 자랑삼아 말했다
"와 그럼 릴리가 임상 비용을 대주는 건가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예 그렇게 될 것 같은데 임상은 임상 대행사가 따로 있어서 릴리와 계약을 하고 이후 릴리쪽에서 임상계획을 내놓을 겁니다. 우리보다 경험이 더 많으니까요"박형탁 박사가 말했다
"와 대단하네요. 항암제 BT101이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예전에 보여준 누드마우스 사진 기억하시나요. 암을 발현시켜 BT101실험용으로 쓴 누드마우스요"박형탁 박사가 말했다
"아 기억납니다. 비포아 애프터 사진으로 등에 큰 혹모양의 암을 달고 있던 쥐사진이요. 애프터에 깨끗하게 암세포가 사라진 모습이었죠"김태산 대리가 기억을 되살려 말했다
"예 그 애가 아직도 살아 있어요. 실험을 하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살아 있는 건 암세포가 완전히 소멸되었다는 증거지요. 릴리도 이 점을 높이 사고 전략적 제휴를 제안해 온 것 같습니다"박형탁 박사가 말했다
"그럼 언제쯤 릴리와 전략적 제휴를 하게 될까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아마도 셀지에 논문이 실릴 때니까 앞으로 일주일 정도요. 그래서 제가 전화 드릴려고 했다고 한 겁니다"박형탁박사가 자랑하듯 말했다
"아이쿠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바이오톡신의 주주입니다. 지난 번 IR받고 너무 좋아보여서 장기투자할려고 한국태양광에 투자한 돈을 다 바이오톡신으로 돌려놓았죠. 요즘 한국태양광의 연상에 솔직히 열받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뭐 좋은 소식 없나 전화드린 것도 사실이구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이번 라이센스 아웃은 우리가 국내와 중국시장을 가지고 릴리가 그외 월드마켓을 가지는 구조로 이야기 되고 있어요"박형탁 박사가 기분이 좋으니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 그럼 중국시장도 바이오톡신이 직접 컨트롤하는 건가요? 중국 인구가 13억명이 넘어가는 엄청 큰 시장인데 와 대단하네요"김태산 대리가 그 짧은 순간에 중국시장 인구까지 감안해 바이오톡신의 항암제가 성공할 경우 엄청난 수익이 가능하겠다는 생각까지 한 것이다
"일주일 후에 릴리 부사장이 셀지 잡지를 들고 국내에 오기로 했어요. 아마 그날이나 다음날 우리와 릴리의 전략적제휴가 발표될 겁니다"박형탁 박사가 구체적인 날짜까지 말하는 걸 봐서 이미 이야기가 다 된 것 같았다
"축하드립니다. 그럼 계약금으로 얼마나 받으실 것 같나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기술수출이라 부르는 라이센스 아웃은 바이오신약개발사들에게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데 이를 받아가는 상대방이 글로벌 제약사일 경우 상당히 큰 금액의 계약금을 받을 수도 있고 임상 단계별로 "마일스톤"이라는 개념으로 추가적인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어 바이오신약개발사에게는 주된 수익원이라 할 수 있었다. 일반투자자들은 바이오신약개발사들이 그저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같은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연구개발하는 것 같지만 선진국인 미국과 스위스의 바이오신약개발사들은 중간에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를 상대로 연구성과물을 라이센스아웃 해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챙겨 자체적으로 연구개발비를 조달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여기서 주목해 봐야 할 것은 라이센스 아웃에 성공했다는 것은 그 동안의 연구성과물에 대한 연구진실성이 제3자에 의해 검증되었다는 사실이고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으로 성공가능성과 성공 후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개발될 수 있는 것은 계약금이 커서 중간에 다른 글로벌 제약사가 채가지 못하게 하는데 다국적 제약사간에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될성싶은 바이오신약회사는 개별 연구성과물이 아니라 스타트업이나 바이오신약개발베처기업일 때 아예 경영권을 사버리는 경우까지 있을만큼 글로벌다국적제약사들은 좋은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제3자에 의해 연구성과물의 평가와 검증이 필요한 것은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와 같이 자체적으로 임상을 끝까지 한다며 꼬박꼬박 시장을 통해 조 단위의 돈을 받아가면서 연구성과라고 논문을 내놓지만 이게 임상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임상 3상에 가서 성공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막말로 임상3상까지 10여년이 걸려 갔는데 만에 하나 라벨링이 잘못되어 임상 3상이 실패했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으면 그동안 시장이 투자해 준 몇 조원의 돈이 그냥 매몰비용으로 낭비된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태산 대리가 계약금과 계약조건에 대해 물어본 것이다
"계약금은 아직 협의 중이고 계약조건은 일반적인 마일스톤 조건으로 될 것 같습니다"박형탁 박사가 말했다
"혹시 저 말고 또 말씀하신데가 있나요?"김태산 대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직 없는 것으로 알지만 회사직원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이라 입단속은 시켰지만 가족들에게 자랑하는 것까지 막을 수 있나요"박형탁 박사가 말했다
"예 그렇지만 사안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같아서 조심하는 것이 좋아 보이기는 합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바이오톡신으 주가가 지지부진하게 횡보하고 있어 아직까지 시장에 알려진 것 같지는 않았다
바이오신약개발사가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라이센스 아웃을 성공했다는 것이 우리나라 바이오연구사에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 될 수 있는데 처음 한번이 어렵지 누군가 첫 테이프를 끊고 지나면 그 다음 두번째는 보다 수월하게 그 길을 가게 될 것이고 그렇게 여러 바이오신약개발사들이 지나다 보면 아마도 우리나라 바이오신약개발사에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사건에 김태산 대리가 함께 했다는 사실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오늘 술값은 제가 내야 할 것 같습니다"기분이 좋은 김태산 대리가 술값을 쏘기로 했다
"아이구 그럼 감사하게 잘 마시겠습니다"박형탁 박사도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