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금산의 역습

I.P.O 웹소설

by 김태훈

오전 8시 대한증권 잠실지점 회의실 태양광랠리에 주가가 잘 올라주니 분위기 좋게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역시나 조용한 지점장은 태양광 테마주가 잘 오르고 있을 때 고객들 주식을 잘 팔아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주가가 오른다고 좋아할 분위기가 아닌게 이러다 갑자기 상승이 멈추고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 고점에서 못 팔았다는 것으로 고객과 영업사원 간 분쟁이 발생하곤 하기 때문에 가급적 주가가 올라서 팔아주는 것이 고객에게도 영업사원에게도 좋은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태양광 적대적M&A는 이미 지분경쟁으로 들어간 상황이라 어느 한쪽이 손을 들때까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된 양상이다

30분의 회의가 끝나고 김태산 대리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고객에게 오늘 시장에 대한 전략을 간략하게 정리해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이때 김태산 대리의 핸드폰이 울리고 국제전화라는 발신번호가 떠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아 통화하고 단말기를 두드려 화면에 뜬 숫자들을 읽어준다

어느샌가 김태산 대리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지는 모습이다

오전 9시 개장과 동시에 한국태양광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금산의 공개매수가격을 넘어선 이후 금산과 한중명일자산운용측에서 추가적인 멘트가 나오지 않아 공개매수가 실패한 것으로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매물을 내놓은 것이다

이미 투자자들 중 약삭빠른 스마트머니들은 한국태양광 적대적 M&A가 끝났다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 같았다

금산의 주가도 폭락하고 있는데 한국태양광에 대한 적대적M&A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린 것이 결국 기대감이 사라지자 신기루처럼 주가가 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태양광의 주가가 빠지자 김태산 대리 앞에 전화기에 불이 나는데 고객들 중 빨리 한국태양광을 팔아달라는 읍소의 전화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왠일로 김태산 대리는 고객의 요구에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 좀 더 기다려 보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떨어지는 주가에 눈이 돌아간 고객의 요구를 마냥 거부할 수 없어 평소 친분이 있던 고객들은 다독여 보지만 그렇지 않은 고객의 요구는 그냥 주문을 받아 한국태양광 주식을 매도해 주었다

개장과 함께 30분 사이 한국태양광 주가는 -7%까지 빠지며 다시금 금산의 공개매수가격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금산측이 아직까지 아무말 없이 침묵으로 시장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투자자들의 성급한 판단이 자신들의 공개매수가격을 올릴 필요없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 때문인 것도 같았다

옆방에 한용수 대리가 한국태양광 주식을 어떻게 해야 하냐는 카톡이 왔다. 한대리도 몰려오는 고객 전화에 자리를 뜰 수 없어 카톡으로 문의한 것 같았다

김태산 대리는 고객의 전화를 받으며 한 대리에게 카톡으로 자신의 의견을 보내준다

한국태양광 주가가 차익실현 매물에 흘러내리고 있는 동안 중화태양광은 강보합에 머물며 주가가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데 아무래도 "고비사막 프로젝트"라는 대형프로젝트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에 주가 차이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오전 10시 한국태양광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도 차차 잦아지면서 주가는 소강상태에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한국태양광도 중화태양광과 함께 고비사막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기에 중화태양광 주가가 견조한 모습에 한국태양광 주주들이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관망하는 자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기업실적이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보이면 투자자들은 지금보다 더 좋아질 미래 회사의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이 싼 가격이라고 생각하며 주식을 매수하지만 그렇게 주가가 올라 현재의 기업가치보다 부풀려진 주가에 이제는 주가가 비싸보인다고 매도를 하게 된다

이게 동시간에 두개의 가격을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식매매가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는 이치이다

영업사원들은 양쪽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주가가 싸 보이는 이유를 제시하고 매도하려는 투자자에게 주가가 비싼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존재였다

하루에 한 종목에 대해 서로 상반된 시각을 말해야 하니 어느 한쪽은 거짓말이 될 수 밖에 없지만 이게 메타기를 돌려 영업약정을 달성하는 것이라 양심을 버린 댓가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김태산 대리는 비교적 양심적으로 어느 한쪽에 서서 투자자들에게 합리적인 투자조언을 해 준다고 생각해 왔지만 요즘같이 주가가 급변하는 때는 방향을 잃고 고객이 원하는대로 매매를 해 주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

한국태양광은 적대적 M&A가 시장에 알려지면서 단기간에 100% 이상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아직도 차익실현 매물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개장 초 1시간 동안 쏟아지던 매물을 -7%대에서 잘 막아내면서 추가적인 하락보다는 주가가 횡보하는 눈치장세가 펼쳐졌다

금산의 공개매수가를 넘어서는 주가에 금산측의 멘트가 나와줘야 하는데 가타부타 말이 없으니 투자자들도 금산의 멘트를 기다리며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태산 대리는 오전의 국제전화를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전의 국제전화는 뻬이징에 날라가 있는 장한국 대표에게서 걸려온 국제전화로 금산의 최강희 대표가 일요일 저녁 장한국 대표에게 전화를 해 이번 한국태양광 공개매수로 확보한 약 100만주의 주식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달라는 제안을 해 왔다는 내용이었다

400만주를 공개매수 했는데 여기에 응한 주주들이 초기 100만주 정도 밖에 안되고 이후 한국태양광 주가가 급등해 결국 공개매수에 실패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 금산 최강희 대표는 공개매수에 응한 주주들의 주식을 사서 곧바로 한국태양광 장한국 대표에게 프리미엄 가격을 받고 팔 궁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사기꾼이라지만 대단한 잇속이고 탐욕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에 대해 장한국 대표가 단호하게 거부하고 한국태양광에 대한 적대적M&A를 중단하라고 호통을 치셨다고 한다

이제 금산은 한국태양광 공개매수에 응한 100만주라도 살지 아니면 기간을 더 늘려 추가적으로 한국태양광 주식을 사들일지 그도 아니면 공개매수가격을 올려 확전을 할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전 10시 30분 금산의 최강희 대표가 증권방송에 출연해 공개매수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최강희 대표는 이번 공개매수에 투자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마치 적대적M&A가 성공한 것처럼 말하고 있었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공개매수 목표수량인 400만주를 다 채우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최강희 금산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주주들의 요구에 공개매수가격을 50% 올려 200만주를 추가로 더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말이 추가지 앞에 400만주의 공개매수가 실패해 공개매수가격을 올리면서 수량을 줄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국태양광 주식에 매수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한국태양광은 -7%에서 순시간에 보합까지 급등하며 거래량도 폭발하고 있는데 금산의 공개매수가격 인상은 투자자들에게 한국태양광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김태산 대리는 오전에 한국태양광 주식을 매도한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한국태양광이 다시 반등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었는데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고객의 주장을 밀어붙인데 대한 소극적인 복수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주식을 팔고나서 주가가 오르면 그것만큼 약오르는 일이 없기 때문에 지점영업사원들 중에 말을 안 듣는 고객은 이런 식으로 영업사원 말을 듣게 길들이곤 했다

금산의 최강희 대표가 쩐의 전쟁을 하자고 다시금 선전포고를 해 왔으니 이제 이쪽에서 응전을 해야 하는데 장한국 대표에게는 솔직히 돈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대책이 있지는 않았다

이제 투자자들을 직접 설득하는 기업IR에 희망을 걸 수 밖에 없었다

김태산 대리는 본사 홍보팀 홍성철 대리에게 전화해 기업IR준비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문의했다

기본적으로 각 지점에서 기업IR행사에 참석할 투자자 명단을 작성하고 대관을 하게 되는데 상장사 CEO를 모셔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직접IR을 하는데 투자자들이 별로 안 와 있으면 모양이 빠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투자자들이 참석할 수 있는 지 확인을 하고 기업IR을 하게 된다

이번 경우는 적대적 M&A가 걸려 있어 좀 급하게 서두른 측면이 있었다

"응 이번건은 금산의 공개매수도 있고 해서 좀 서두른 측면이 있지. 이번 수요일날 여의도 본사 강단에서 할거야. 이따가 오후에 공지를 할 거야"홍성철 대리가 한국태양광 IR에 대한 준비사항을 알려주었다

"고마워 투자자들은 많이 온데?"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지금 시장에서 핫한 종목이라 지방에서도 올라오겠다는 분들이 있어, 그래서 장 끝나고 오후 4시에 하려고 해"홍성철 대리가 분위기를 알려주었다

"OK 고마워" 김태산 대리는 그래도 뭔가 한국태양광 쪽에 말해 줄 것이 생겼다고 기분이 좋아졌다

김요한 한국태양광 IR팀장이 전화가 왔다. 오전에 장한국 대표와 통화한 내용을 다시 말해 주려나 보다 하고 생각하며 김태산 대리가 전화를 받았다

"큰일났습니다. 한빛은행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합니다"김요한 IR팀장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역력했다

"예, 갑자기 왜요. 주가도 올랐는데 한빛은행이 갑자기 왜 그런데요. 장대표님도 아시나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대표님께는 보고드렸습니다. 오늘 저녁 비행기편으로 귀국하신다고 합니다"김요한IR팀장이 말했다

"뭐라고 말씀하셨나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일단 귀국하셔서 지점장을 만나보신다고 합니다"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도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김태산 대리는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금산이나 한중명일자산운용에서 한빛은행에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고 일개 사기업이 압력을 넣었다고 100억원이 넘는 주식담보대출을 포기하고 앞으로 수천억원대로 성장할 수 있는 거래처를 놓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이렇게 생각이 미치고 나니 국정원이 생각이 났다

김태산 대리가 생각할 때 국가가 최대주주인 한빛은행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국정원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데체 왜 자꾸 국정원이 사기업 싸움에 끼어들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빛은행이 주식담보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하면 지금 한국태양광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상황인데 장한국 대표의 지분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상황은 순시간에 금산측에 유리하게 역전된 것으로 한국태양광은 방어지분을 시장에 내놓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김태산 대리는 앞에 이면지에 양측으 지분율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장한국 한국태양광 대표의 지분율이 30%로 앞서 있지만 금산과 한중명일자산운용 그리고 한국태양광주주연합회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20%가 넘고 있었다.

장한국 대표가 주식담보대출이 중단되어 시장에 주식을 내다 팔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사 한국태양광주주연합회에 가담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날 수 있었다

김태산 대리가 볼 때 외통수에 걸린 상황이었다. 금산이 한빛은행을 움직인 것은 신의 한수이면서 한국태양광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정확하게 찌른 것이다

김태산 대리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허공에 대고 소리없는 욕을하며 화를 냈지만 방법이 딱히 없었다

지금은 주식담보대출로 사들인 주식을 우호주주를 찾아 넘겨야 하는 상황으로 그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한국태양광 주가의 급등은 지금 가격으로 사줄 우호주주를 찾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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