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오후 6시 김태산 대리는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 가는 지하철을 타고 있다.
퇴근 시간의 지하철은 늘 혼잡하기만 한데 김태산 대리처럼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고 집으로 귀가하는 사람들도 있고 누군가는 그 날 밤의 근무를 위해 출근하는 길일 수도 있었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태산 대리는 자신도 이런 어둠속을 달리는 전동차와 같이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태양광에 대한 적대적M&A가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늘 같은 트레이딩을 몇 일을 계속하며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는 점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30여분을 달려 문래역에 도착해 신혼집을 향해 밤길을 걸어간다
법원이 나가 자리는 어두운 적막감이 감싸고 있고 가로등마져 띄엄띄엄 켜져 있어 늦가을의 을씨년스러움이 옷길을 여미게 만드는 길이다
한참을 걸어 김태산 대리의 신혼집에 도착했다
한 동짜리 아파트지만 IMF 구제금융 직후에 집값이 올라 전세로 신혼집을 마련한 곳인데 그마져도 전세가격이 뛰어 매년 계약 갱신에 부담이 될 정도였다
"다녀왔어요" 김태산 대리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며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와이프에게 인사했다
"잘 다녀오셨어요" 와이프가 인사하고 저녁식사로 요리하고 있는 된장찌개에 간을 본다. 맛이 잘 나왔는지 와이프가 미소를 짓는다
"어서 씼어요. 저녁 준비 거의 다 되었어요"와이프가 말했다
김태산 대리는 옷을 벗고 씻으로 화장실로 갔다. 밖에 갔다오면 늘 샤워를 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저녁밥상에 앉는 것이 김태산 대리에게는 하나의 규칙처럼 되어 있었다
김태산 대리가 씻고 나와 거실에서 TV켜고 저녁뉴스를 보고 있다
IMF구제금융 여파로 시장에 공급한 유동성이 자산버블을 만들고 있어 한국은행은 고금리 처방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인플레이션이 결국 자산버블로 이어지는 것이라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아시아 외환위기에 이은 우리나라의 IMF구제금융은 환투기세력의 공격에 기인한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세상 물정에 어두워 일방적으로 당한 측면이 있었다
그래도 고금리 정책으로 위기를 잘 극복하고 최단기간 내에 IMF구제금융을 다 상환해 재정정책에 대한 IMF의 간섭을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산버블은 여전했고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의 눈치를 살피면서 금리를 언제든지 올릴 수 있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에 손을 댈 때마다 시장은 요동을 치게 되는데 IMF구제금융 시기 고금리 정책으로 금리를 빠르게 올릴 때 국내 재벌그룹 중 자산순위 1위를 했던 대우그룹도 법정관리에 들어가 공중분해되기도 했는데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 분식회계 규모가 어마어마해 외국인투자자들도 수백억 달러를 못 받게 되기도 해 미국 월가도 휘청할 정도로 위기를 만들기도 했었다
20세기 끝자락의 이야기지만 당시 대우그룹이 법정관리 들어가기 전에 종합상사이자 그룹의 지배회사 였던 (주)대우의 주가가 단돈 몇천원에 불과해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매매하며 짭짤한 재미를 보기도 했는데 결국 그 끝이 법정관리라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을 뿐 아니라 증권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었다
그런 큰 충격을 준 사건의 원인이 금리인상에 있었고 이는 IMF에 의해 강요된 긴축정책으로 결국 부실기업들을 조기에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우량기업들로 시장을 재편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태산 대리는 한국태양광에 집중하다보니 큰 흐름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지구 북반구가 겨울철에 들어가면 겨울철 난방유 소비 증가로 국제유가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가격상승이 나타나고 우리나라와 일본 같이 전적으로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에너지를 수입하느라 더 많은 돈을 사용하게 되면 인플레이션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이 자국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과 수입물가 안정을 위해 강달러정책을 펼치고 있어 원화약세는 추세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우리가 수입하는 에너지에 대한 기축통화 달러결제로 더 많은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결국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써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기준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만들어지고 있었다
M&A도 따지고 보면 유동성에 여유가 있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금산이 갑자기 한국태양광을 인수하겠다고 뛰어든 것도 따지고보면 유상증자로 1000억원대 유동성을 손에 쥐면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시중 유동성이 한은으로 빨려들어가 현금을 갖고 있는 쪽이 더 유리할 수 있었다. 특히 주식과 같은 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앉은 자리에서 자산가치 하락을 당할 수 있는데 금리가 돈의 값이라 현금의 몸값이 더 올라가고 자산가치는 하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김태산 대리는 TV뉴스를 보면서 국제유가가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어 정부 유관부처가 다각도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금산도 보다 빨리 승부를 보려 할 수 있어 임시주총을 서둘러 요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IMF구제금융을 거치면서 고금리 정책에 맛을 들인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으로써 위상이 많이 올라갔는데 기존의 재정기획원은 다시 기획재정부로 격하되어 재정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죄인의 처지가 되었지만 대기업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로 대우그룹을 공중분해시키면서 다시금 위상이 올라가고 있었다
IMF구제금융 직전만 하더라도 재정기획원은 한국은행을 중앙은행으로 보기 보다는 자신들의 남대문출장소 정도로 여기고 한국은행법 개정에 반대하며 한은의 독립성을 공공연히 무시하는 지들끼리 싸움박질에 나라 곳간이 비는지도 모르고 있다 IMF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당시 책임이 있는 경제관료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20세기 끝자락 1997년은 30대 재벌 중에 17개가 자빠지는 대혼란기였고 20세기를 마무리하는 말 그대로 격동의 시대였는데 지금 21세기에도 그 당시의 여파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제뉴스에서 미국이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은행이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오빠 저녁 준비 다 되었어요"와이프가 몇 번을 불렀는지 이미 목소리는 앙칼진 톤으로 올라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정신을 차리고 리모컨으로 소리를 키우고 식탁으로 가서 앉았다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해요. 여러번 불렀는데"와이프가 식탁을 다 차리고도 김태산 대리가 식탁에 오지 않으면 좀 퉁명스럽게 굴기도 한다
이때 대답을 잘 해야지 자칫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김태산 대리도 결혼생활을 좀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응 뉴스에서 국제유가가 오른다고 해서 시장이 또 어려워지겠구나 생각이 들어서"김태산 대리가 말한다
"집에 왔으면 회사 일은 잠시 접고 쉬어요. 오빠 그러다 스트레스 받아서 쓰러지겠어요"와이프가 걱정스레 말을 건냈다
"응 요즘 신경 쓸 일이 많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오빠 그나저나 지난 번에 말한 그 바이오 회사 어떻게 되었어요?"와이프가 물었다
"어디? 바이오톡신? 혹시 샀어?"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뭐 샀다기 보다는 어떤가 해서"와이프가 말 끝을 흐리는 걸 봐서 이미 산 것이 틀림없었다
"응 이제 곧 좋은 소식 올거야. 금리인상에도 바이오톡신은 걱정이 없어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왜 무슨 좋은 일 있어요?"와이프가 뭔가 기대하는 눈치로 두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어온다
"지난 번에 말 안 했나? 바이오톡신이 개발하고 있는 항암제가 임상 1상 결과가 나올거라구"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오빠가 거기까지는 이야기 한 것 같아"와이프가 뒷이야기를 해 달라는 투로 말했다
"임상 1상을 끝냈다는 의미는 곧 관련 보고서가 나온다는 것이고 그럼 연구성과로써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는 의미가 있는거야. 여기다 임상1상부터는 라이센스 아웃에 있어서 몸값도 올라서 꽤 큰 돈을 챙길 수 있지"김태산 대리가 최대한 요약해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봐야 와이프가 다 이해하기도 어렵고 결국 듣고 싶은 말은 회사가 좋아지냐 아니냐이니 딱 거기까지만 설명을 해 주었다
"오 좋은거네. 다행이다"와이프가 말했다
김태산 대리는 자신의 추측같이 와이프가 이미 주식을 산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때 전자렌지에서 뭔가 끝났다는 땡소리가 들렸다
"어머 내 정신 좀 봐"와이프가 서둘러 전자렌지로 가 데워놓은 김치찜을 꺼내왔다
"아까 집에 오다가 고등어김치찜 맛집이 있어 좀 사왔어요. 아까 한번 팔팔 끓였는데 오빠가 늦게와서 전자렌지에 좀 데운다는 걸 깜빡했네"와이프가 말하며 전자렌지에서 김치찜을 꺼내 식탁에 올려놨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이 된장찌개 보다 김치찜에 먼저 손이 나가게 만들었다
"야 맛있겠다. 이거 밥값했다고 사온건가?"김태산 대리가 농담을 하며 순가락으로 김치찜 국물을 떠 먹어 본다. 진실의 미간이라고 톡쏘는 쉰김치의 맛이 국물에 스며들어 진하고 달달한 맛에 미간을 찡그러 뜨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빠 금리인상하면 주식시장은 나쁜거 아냐?"밥 먹다가 와이프가 물었다
"응 장내 유동성이 빠져나가니까 안 좋기는 하지, 하지만 바이오주들은 금리인상에도 타격받지 않을거야. 벤처기업육성정책으로 자금지원을 받고 있으니까"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그런데 신기하게 바이오업체들은 돈도 못벌면서 주가가 저리 비싼 건 참 아이러니해요"와이프가 물었다
"응 그건 원래부터가 실적에 상관없이 신약개발 기대감으로 주가에 버블이 끼어 있어서야. 기대감이 만든 주가는 실적으로 증명되야 유지된다지만 바이오신약개발사들은 워낙 오랜 투자와 임상단계별로 검증이 되기 때문에 늘 기대감이 살아 있게 되지"김태산 대리가 최대한 쉽게 설명했다
"하긴 신약개발하는데 20년 걸린다고 그러긴 하더라"와이프가 말했다
"20세기에도 그러더니 21세기에도 신약개발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긴하지. ICT기술이 발전해도 신약개발하는데 시간이 단축되지 않는 것이 신기하기는 해"김태산 대리도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바이오톡신은 좋은거지?"와이프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김태산 대리는 와이프가 자신이 이미 산 바이오톡신 주식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하고 김태산 대리에게 확인을 받아 투자에 대한 책임을 분담하려고 묻는 것 같았다
"그래 좋은 회사야. 괜히 샀다 팔았다 할 바에야 그냥 물려 있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어"김태산 대리는 평소 생각을 말해 주었다
"맞아맞아 샀다 팔았다 해 봐야 수수료만 더 나가지"와이프가 말했다
김태산 대리가 볼 때 와이프도 고객들과 같은 입장이라 자신이 샀다 팔았다를 반복해 시키고 있는 고객들도 저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나 다 먹었어"김태산 대리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서재로 가 컴퓨터를 켰다
저녁뉴스 시간에 본 국제유가가 불안하게 움직인다는 뉴스와 미국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뉴스가 맘에 걸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외국인투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었다.
원화가치 방어도 금리를 손대는 것이 가장 손위운 방법이면서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환율방어책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손대는 것은 한국태양광 같이 신기술기업들에게는 불리한 상황으로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들어가는 자금을 마련하는데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하며 투자금을 끌어다 써야 한다는 것으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한국태양광은 이미 자금에 있어 여유가 있는 상황이고 고비사막 프로젝트 참여로 10년치 일감을 마련한 상황이라 금리인상은 다른 경쟁자의 시장진입에 허들로 작용할 수 있어 유리한 측면도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와이프와 저녁식탁에서 말한 바이오톡신 주가와 뉴스를 체크하는데 지난 번 박형탁 박사와 저녁 술자리에서 이야기한지도 일주일이 지나가는데 아직까지 항암제 임상1상 결과가 공시되지 않고 있어 조금 불안하기는 했다
국제학술잡지인 "셀CELL"지에 관련 논문을 게재하고 임상1상 결과를 공시하기로 했는데 아직 관련 뉴스가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고객들이 아직도 한국태양광과 중화태양광을 많이 갖고 있고 바이오톡신은 얼마 갖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내일 출근하면 태양광 종목에서 바이오톡신으로 갈아타게 고객들을 설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금리인상이라는 폭탄이 시장에 떨어지기 전에 고객자산을 대피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