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다시 시작된 전쟁

I.P.O 웹소설

by 김태훈

김태산 대리는 아침 회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어제의 술기운이 아직 남아 힘든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어제 장한국 한국태양광 대표와 김요한 IR팀장 그리고 김태산 대리 셋이서 도원결의를 하듯이 적대적M&A에서 승리의 축배를 마셔댄 것이 숙취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옆방의 한용수 대리가 물컵에 생수와 술깨는 약을 김태산 대리방으로 가져다 주었다

"뭔 술을 그리 마셔댔냐?"한용수 대리가 말했다

"응 어제 장한국 대표하고 저녁먹으면서 반주한다는 것이 너무 달렸어, 아이고 머리야"김태산 대리가 머리를 감싸안고 끙끙 앓는 소리를 하며 한용수 대리가 건네는 술깨는 약과 생수를 받아 먹었다

"야 주문은 낼 수 있겠냐? 그러다 사고친다"한용수 대리가 진심으로 걱정해 물었다

전날 술이 안 깬 상태에서 고객들의 주문을 위탁매매했다가 매수를 매도로 잘못 주문내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경우 직원 개인이 고객과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증권가의 관행이기도 해 증권사 영업직원이 큰 빚을 지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응 힘들면 주문지 너에게 넘겨 줄께"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한용수 대리는 그래도 못 미더웠는지 따뜻한 커피를 한잔 갖다 주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

김태산 대리는 한용수 대리가 갖다준 커피를 마시며 역시 동기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냉정한 주식시장에 동기라는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김태산 대리는 늘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오전 9시 시장이 시작되고 어제의 급등세를 이어가며 한국태양광과 중화태양광은 강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중화태양광이 한국태양광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주주사가 되고 2년간 1억 달러 규모의 고비사막 프로젝트 발주를 주기로 했기 때문에 내년에 한국태양광은 흑자전환이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금산의 적대적M&A로 한국태양광 주가가 단기간 급등했다곤 하지만 내년 실적이 흑자전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금이 싼 가격일 수 있었다

금산은 한국태양광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가처분 요구를 법원에 내면서 임시주총을 요구해 여전히 적대적 M&A에 미련을 못 버린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금산과 한중명일자산운용이 사들인 한국태양광 주식에서 100%가 넘는 수익이 나고 있어 한국태양광의 주가가 오르면 오를 수록 잠재수익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금산과 한중명일자산운용은 한국태양광을 끝까지 괴롭혀 자신들이 매수한 지분을 비싼가격에 블록딜로 매수해 달라는 요구를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한국태양광은 중화태양광과 중국 고비사막 프로젝트 뿐 아니라 대륙의 태양광 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성장성에 날개를 달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주가가 상당히 오랜 동안 우상향 할 가능성이 높았다

금산으로써는 최대한 적대적 M&A를 끌고가 가장 높은 가격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이때 김요한 IR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한국태양광 김요한 IR팀장입니다" 김요한 IR팀장이 다급하게 전화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김태산 대리입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예 장영국 변호사님이 연락을 주셨는데 금산측 법률대리인과 내일 법원에서 판사와 만나 일정을 협의하기로 했답니다."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그건 어제 말씀하셨잖습니까?"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예 그런데 법원에서 바로 내일 일정을 조율하자고 양측 법률대리인을 불렀다고 하네요. 매우 이례적인 일이랍니다" 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런다고 하나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장영국 변호사님이 가 봐야 알 수 있는데 법원 기일을 잡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는 합니다"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일정이 당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네요"김태산대리가 물었다

"아무래도 그럴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장영국 변호사님도 이례적으로 법원이 빨리 답을 줘 당황스럽다고 하시네요"김요한 IR 팀장이 말했다

"예 잘 알겠습니다"김태산 대리는 짧은 통화를 끝냈다

술이 확깨는 기분이 들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금산과 한국태양광의 소송전이 확 바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제 장한국 대표와 김요한 IR팀장 그리고 김태산 대리가 너무 일찍 샴페인을 마신 것이 아닌가 우려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 남태령 이사에게 전화가 왔다

"예 김태산 대리입니다"김태산 대리는 최대한 사무적인 어투로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어제 달린 것 같은데 해장해야죠. 요 앞 황태해장국 집으로 오세요"남태령 이사의 목소리는 정중했지만 고압적으로 느껴졌다. 막말로 안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아 김태산 대리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황태해장국집으로 향했다

물론 한용수 대리에게 고객과 점심 약속이 있어 먼저 나간다고 말해 주고 지점을 나선 것이다

지점 앞 차길을 건너면 있는 황태해장국집은 지점 회식이 있는 날이면 다음 날 아침 회의를 해장국을 먹으며 하는 곳으로 김태산 대리도 주인을 잘 아는 맛집이었다

황태해장국 문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아저씨가 방갑게 맞아주며 안쪽 방에 덩치 큰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김태산 대리가 방에 들어가자 남태령 이사는 앞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김태산 대리가 의자에 앉자 주인아저씨가 황태해장국 두 그릇을 가져왔다

둘은 아무 말 없이 황태해장국에 새우젓을 넣고 간을 본 후 먹기 시작했다

한참을 말 없이 황태 해장국을 먹다 반쯤 먹었을 때 남태령 이사가 입을 열었다

"김태산 대리가 지금까지 잘 해 왔지만 앞으로는 진짜 힘들어질거야. 이쯤해서 빠지는 것이 좋아"남태령 이사의 말은 한국태양광 편에 서지 말고 이제 그만 빠지라는 소리였다

"그렇게는 못하겠는데요"김태산 대리는 먹던 숟가락을 내려 놓고 단호하게 말했다

남태령 이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도데체 왜 국정원이 민간기업의 적대적M&A에 끼어들어 감나와라 배나와라 하는 겁니까?, 한국태양광은 기술유출이 아닌 거 잘 알잖아요?"김태산 대리가 강하게 따져 물었다

"그런건 상관없어. 회사는 오너를 위해 일하는 기관이야. 우리 명령만 따르면 되는거구. 자네가 지금까지 잘 해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행운이 따라주지 않을 거야. 자네같은 인재가 다치는 걸 원치 않네"남태령 이사가 진심으로 걱정해 하는 말 같았지만 김태산 대리는 그 말이 더 역겨워 오바이트가 쏠릴 뻔 했다

"오너면 뭐 대통령이 명령한 거에요? 그렇다고 민간기업 경영권 분쟁에 국정원이 끼어드는 것이 옳은 일입니까? 이거 명백히 불법이에요"김태산 대리가 강하게 항의 했다

"자네같이 능력 있고 배짱 있는 친구가 같은 편에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군"남태령 이사는 식사를 마쳤다는 듯이 입가를손수건으로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9척 장신이 일어서니 방이 꽉 차게 느껴지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남태령 이사의 거구에 김태산 대리는 주눅이 들 정도였다

"지금까지는 잘 피해 왔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거야. 조심하구"남태령 이사는 이렇게 말하고 방 밖으로 나갔다

"뭐야 사람 불러다 놓고 속만 뒤집어 놓구" 김태산 대리는 식탁 위에 업어 놓은 핸드폰의 녹음을 확인해 봤다

"삐~삐~삐~"김태산 대리는 혹시 몰라 남태령 이사와의 대화를 녹음하기 위해 녹음앱을 켜 놓고 방에 들어왔는데 식탁 위에 올려 놓은 앱에는 삐소리 외에 녹음된 것이 없었다

아무래도 국정원의 녹음방지 장치가 작동한 느낌이었다

"아이씨 되는 일 없네"김태산 대리는 혼잣말을 하고 먹던 황태 해장국을 국물까지 다 먹어버렸다

어쩐지 금산과의 적대적 M&A가 판을 키워 다시 시작된 불길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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