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유배

I.P.O 웹소설

by 김태훈

김태산 대리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와이프에게 회사전화로 연락했다

"여보 난데 오늘 회사에 일이 좀 있었어. 거래처 일로 검찰이 압수수색 들어와 핸드폰을 압수해 갔어. 오늘은 핸드폰으로 연락이 안될거야. 이따가 새로 개통해서 다시 연락할께" 김태산 대리가 와이프가 놀라지 않게 잘 설명하고 통화를 끝냈다

김태산 대리는 덩그러니 놓여 있는 불꺼진 모니터만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한국태양광 적대적M&A에 고객인 장한국 대표편을 섰다고 국정원에 검찰까지 도데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금산 최강희 대표가 이 정도로 파워 있는 사업가인지 모르기도 했지만 일개 기업사냥꾼으로 보이는 최강희 대표가 움직이는 권력으로는 도데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핸드폰이 없으니 외부와 단절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컴퓨터 마져 빼앗겨 9시 개장이 되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김태산 대리는 방에 있는 전화로 고객들이 전화를 해 오는데도 받지 않고 있었는데 컴퓨터가 없는데 전화를 받았다가 주문을 이행하지 못하면 낭패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영업사원들도 모두 컴퓨터를 빼앗긴 것이라 누구 다른이에게 주문을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옆방에 한용수 대리가 김태산 대리 방으로 와 말을 건다

"괜찮아?"한용수 대리의 물음에 김태산 대리는 의자에 앉은채 한용수 대리를 올려다 봤다

"네 휴대폰만 압수한 걸 봐서 널 노리고 들어온 검찰 압수수색 같은데"한용수 대리가 다시 물었다

김태산 대리는 고개를 끄덕일 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괜찮을거야. 너무 걱정 마. 별일이야 있겠어"한용수 대리가 동기라고 위로의 말을 건냈다

김태산 대리는 자신 때문에 지점에 큰 민패를 끼치게 된 꼴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조용한 지점장도 한국태양광 적대적M&A로 장한국 대표의 수백억원이 지점에 들어오고 주식매수에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이 급증하면서 지역본부장 승진을 노리며 기분좋아 했는데 이게 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꼴이었다

"미안해, 나 때문에"김태산 대리가 자책하는 말을 내뱁었다

"뭐야 소심하게 네가 잘못한 것 없어. 이유같지도 않은 이유로 압수수색이 들어온 검찰이 정신나간 거지"한용수 대리가 김태산 대리를 위로했다

"고마워" 김태산 대리는 풀이 죽은 모습으로 한용수 대리에게 답했다

"야, 힘내, 누가 봐도 한국태양광 기술유출 아냐.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다 이해될 수 있는거라구. 결국 진실이 이기게 되어 있어. 너무 쫄지마"한용수 대리가 위로해줬다

김태산 대리는 역시 동기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때 강남지역본부에서 보내온 PC가 지점에 도착했다. 컴퓨터 본체만 온 것이라 모니터에 연결하고 파워만 켜면 작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 PC다 보니 업데이트하는 것들과 새로 다운받아 설치해야 할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오전 영업은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는 PC를 받아 설치하고 윗 사람들 PC도 모두 설치하기 시작했다

윗사람들은 PC를 사용해 주문 내는 것이나 할 줄 알았지 프로그램을 깔고 설치하는 것은 할 줄 모르는 컴맹들이었기 때문에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가 방마다 돌아다니며 PC와 프로그램 설치를 도와 줄 수 밖에 없었다.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PC설치와 프로그램 설치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분주히 일하다 지점장실 PC를 설치할 차례였다.

김태산 대리는 조용한 지점장님 PC는 자신이 설치해 드려야 할 것 같아 지점장실로 새 PC를 들고 들어갔는데 조용한 지점장이 한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조용한 지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자리를 비켜주었는데 여기에 김태산 대리가 PC설치를 하게 되었다

조용한 지점장이 조용한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고 김태산 대리는 조용한 지점장 책상에 PC를 설치하고 프로그램을 깔기 시작했다

조용한 지점장이 전화를 끊고 긴 한숨을 쉬며 PC를 설치하는 김태산 대리를 내려다 봤다

김태산 대리는 조용한 지점장의 눈길이 의식 되었지만 애써 외면하며 프로그램 설치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래걸리나?"조용한 지점장이 물었다

"이제 곧 끝났니다. HTS는 깔았고 MS오피스만 깔면 됩니다"김태산 대리가 답했다

"설치 끝내고 잠깐 차한잔 하세"조용한 지점장이 말하고 지점장실을 나갔다

김태산 대리가 PC를 설치하는데 조용한 지점장이 자리를 비켜준 것이다.

김태산 대리는 능숙하게 MS오피스를 깔고 테스트까지 끝내고 자리에 일어나 조용한 지점장에게 설치가 끝났다는 보고를 하러 갔다

조용한 지점장은 영업사원들 방마다 돌아다니며 PC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영업이 가능한지 체크하고 있었다

"설치 끝났습니다 지점장님"김태산 대리가 조용한 지점장 PC설치가 끝났다고 보고했다

조용한 지점장이 김태산 대리의 보고를 듣고 말한다

"자네 내 방에서 차 한잔 하지"조용한 지점장이 이렇게 말하고 지점장실로 들어갔다

김태산 대리는 여직원에게 커피 두 잔을 부탁하고 지점장실에 따라 들어갔다

조용한 지점장은 김태산 대리에게 지점장 책상 앞 쇼파에 앉으라고 손짓을 하고 또 어디론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쇼파에 앉아 있는데 여직원이 커피를 타서 들아와 테이블에 놓고 나갔다

김태산 대리는 커피를 마시지도 못하고 조용한 지점장의 통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이내 조용한 지점장이 전화통화를 끝내고 김태산 대리를 바라보며 또 긴 한숨을 쉬고 쇼파로 와 앉았다

"자네 이번 일에 놀랐을 것 같은데 어떤가?"조용한 지점장이 물었다

"괜찮습니다. 그 보다 한국태양광 때문에 폐를 끼친 것같아 죄송합니다"김태산 대리가 사과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아무래도 자신이 맡고 있는 한국태양광 탓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응 그 보다 본사 전산실 압수수색에 본사에서 놀란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네"조용한 지점장이 말했다

본사 전산실에 대한증권 고객 전체의 거래내역이 있는데 이를 털린 것이라 검찰은 이 자료들을 분석해 대한증권을 무슨 죄로 엮어 들일지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 전산 기록들 속에 작전세력의 거래내역도 있고 정치인들의 비자금도 숨겨져 있고 기업인들의 차명계좌도 있기 때문에 이를 털렸다는 뉴스는 이런 뒤가 구린이들에게 대한증권 계좌에서 이탈하는 자금들이 나오게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꺼번에 수천억원의 돈이 대한증권을 이탈해 보다 안전한 다른 증권사로 빠져나갈 수 있는 절대절명의 위기였다

"자네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네" 조용한 지점장이 걱정어린 말을 해 주었다

"제가 더 죄송합니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습니다"김태산 대리가 조용한 지점장에게 사과했다

"자네 구로에 있는 그룹 연수원에 좀 가 있지"조용한 지점장의 말은 유배지에 가라는 소리로 대한증권에서 사고를 친 직원들을 연수원 소속 연수팀으로 발령을 내곤 했다

"연수원이요?" 김태산 대리는 깜작 놀란 말투로 대답했다. 이렇게 빨리 회사가 인사조치에 나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곳은 유배지 아닙니까?"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잠시 잠잠해 질 때까지만 좀 가 있게"조용한 지점장이 말했다

"아니 한국태양광 자금 수백억원을 유치하고 위탁매매수수료 수익도 증가해 지점수익도 올려드렸는데 저에게 너무 한 것 아닙니까?"김태산 대리는 유배를 떠나라는 말에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자네가 섭섭해 하는 건 알겠지만 본사 윗분들이 전산실 털린 것에 민감해 하고 있어. 그러니 잠시만 좀 가 있으라구. 본부장님이 지시한 사항일세"조용한 지점장은 오동추 본부장의 지시라고 전하며 김태산 대리를 설득하고 있었다

유배지인 연수원으로 인사발령을 내면 사표를 쓰고 나가는 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인데 조용한 지점장은 김태산 대리를 아끼기에 그에게 조금만 참고 인내하라 설득하고 있는 것이었다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은 참고 인내해야 하는 시절이야"조용한 지점장이 김태산 대리를 다독였다

"그래도 이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김태산 대리도 하소연이라도 하듯이 말해 보았다

"연수원 가서 쉬는 동안 일이 잘 정리되면 다시 불러줄걸쎄" 조용한 지점장이 약속하듯 말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럼 언제부터 연수원으로 출근해야 합니까?" 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자네 여름휴가 안 썼던데 일주일 정도 쉬고 다음 주부터 그 쪽으로 출근하게, 연수원장이 내 동기라 내가 미리 잘 말해 둘테니"조용한 지점장이 말 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휴가계를 내겠습니다" 김태산 대리는 이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졌다

"그래 오늘부터 휴가로 처리해 주지, 경거망동 하지말고 푹 쉬고 연수원가서 좀 리푸레쉬하고 있어요" 조용한 지점장이 말했다

"예" 김태산 대리는 짧게 답하고 자리를 일어나 지점장실 밖으로 나갔다

방으로 돌아온 김태산 대리는 PC로 휴가계를 내고 자리를 정리해 곧바로 지점을 나섰다

김태산 대리 등뒤로 9시 개장과 함께 금일휴업이라 써 붙였던 종이를 떼고 다시 영업을 시작하는 지점의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김태산 대리 앞에 펼쳐질 일들이 앞으로 어찌될지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들이 남아 있었다




이전 05화75. 검찰 압수수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