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김태산 대리는 다시 전화벨이 울리는 지점을 나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주차장 앞에 그냥 서 있었다
항상 아침시간에 회의를 하고 고객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뭔가를 생각하며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을 시간에 아무런 일을 안하고 그냥 조용한 평일 아침시간을 보낸 게 얼마만인지 실감이 되지 않았다
당장 연수원으로 출근하면 이런 무료한 나날이 계속될텐데 하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 홀가분하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 심심하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당장 뭘하고 어디로 가야겠는지 알 수 없었던 김태산 대리는 그냥 걷기로 했다
목적지 없이 그냥 걷다보면 뭔가 답이 나오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냥 걷기 시작했다
오전9시가 되니 이제 상점들이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하는데 출근시간이 끝난 거리는 좀 한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김태산 대리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덧 한강에 도착해 있었다
항상 시장이 큰폭으로 밀리고 종가를 기록하면 한용수 대리와 함께 와서 캔맥주 한잔하던 곳으로 자신도 모르게 걸어오고 만 것이다
항상 힘들고 어려울 때 동기라고 함께 할 친구가 있어 좋았는데 오늘은 김태산 대리 혼자 오게 되니 웬지 외로움이 느껴졌다
김태산 대리 혼자 둘이 함께 캔맥주를 마시던 벤치에 앉아 아침운동 나온 사람들을 지켜보며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게 한강을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남태령이사가 검정 비닐봉다리를 들고 서 있었다
"앉아도 되겠나?"남태령 이사가 말했다.
190cm의 장신이 서서 내려다보며 말하는 것이 거슬리기도 했고 물어볼 말도 있어 김태산 대리는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물론 남태령 이사는 김태산 대리가 허락을 하던 안하던 앉았을 것이다
남태현 이사는 김태산 대리와 약간 거리를 두고 앉아 검정비닐 안에 캔맥주와 마른안주를 꺼냈다
남태령 이사가 캔맥주를 건네며 오픈하니 하얀 거품이 흘러나왔고 김태산 대리는 반사적으로 캔맥주를 받아 거품을 입으로 받아 마셨다.
"자네가 다치는 걸 원치 않네. 이번 싸움에 자네가 상대할 분은 감당할 수 없는 분이네"남태산 대리가 한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데체 날 걱정해 주면서 왜 이러는 건데요?"김태산 대리는 남태령 이사의 말을 듣고 갑자기 설움이 복받쳐 올라왔다
"자네에게 사적인 감정은 없네. 자넨 최선을 다 했고 멋지게 성공했어. 그런 자네가 나와 같은 편이 아니란 것이 아쉬울 정도일세"남태령 이사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지금 병주고 약주는 겁니까? 저 이제 지점에 없어요. 연수원으로 유배가게 생겼습니다"김태산 대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알아. 그렇게 빠져 있는게 김대리에게 좋은거야. 자네 정도 실력이면 더 좋은 기회도 있을 걸세"남태령 이사는 위로라도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왜 국정원이 사기업 경영권 싸움에 끼어들어 이러는지 이유나 알 수 있을까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남태령 이사는 한강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 아무말이 없었다
김태산 대리도 캔맥주를 한모금하며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국가에 충성하는 사람이야. 국가가 시키면 그냥 하는 것이고 자네같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 나랏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말야"남태령 이사가 입을 열었다
"도데체가 그 국가라는 것이 뭐냐구요. 뭔데 사기업 경영에 끼어들어 이렇게까지 횡포냐구요?"김태산 대리가 답답한 맘에 하소연을 해댔다
"그 국가를 선택한 것이 국민이야. 우리가 누굴 위해 일하는 것인지 선택을 그렇게 만든게 너희 국민들이라구" 남태령 이사도 조금 흥분했는지 목소리 톤이 좀 올라갔다
"그럼 대통령이 이 일을 시키고 있는 거라구요? 왜?"김태산 대리는 남태령 이사의 말이 이해가 안되었다
지난번 인왕산 등산에서도 손가락으로 청와대를 가르키기도 해 막연히 그렇게 생각해 봤지만 대통령이 사기업 경영에 끼어들어 국정원을 통해 이렇게 전횡을 부리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넨 아까운 인재야. 자네같은 인재들이 사회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 해줘야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가 살아날텐데 말야"남태산 대리가 말을 바꾸었다
김태산 대리는 머릿속이 혼돈으로 가득해졌다. 도데체 왜라는 질문에 자꾸 이상한 답을 꺼내놓는 남태령 이사의 말들에 혼란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난 자네가 더 다치지 않기를 바라래. 다음에는 같은 편에 서서 함께 일하고 싶기도 하구. 그러니 지금은 연수원에 가서 조용히 좀 쉬고 있게"남태령 대리가 말했다
"만약에 거절한다면 어떻게 되나요?"김태산 대리가 비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비극으로 끝날 수 있지" 남태령 이사가 김태산 대리를 돌아보고 의미심장한 말을 내뱁고 일어나 걸어간다
"어떤 비극?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말해줘야 할께 아냐?"김태산 대리는 다 마신 빈깡통을 남태령 이사가 걸어가는 뒷모습에 던졌지만 빈깡통은 얼마 날아가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김태산 대리는 한 동안 벤치에 앉아 계속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태령 이사가 마지막에 남기고 간 비극이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었다
하지만 한국태양광 적대적M&A에 국정원과 검찰을 움직일 수 있는 권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사리사욕을 챙기려 국가공권력을 움직이면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나 생각하니 처음부터 해서는 안되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산 최강희 대표가 대통령 아들도 아니고 도데체 무슨 관계길래 대통령까지 움직여 이렇게까지 일을 키우고 있는지도 이해가 안되었다
혹시나 남태령 이사가 겁을 주기 위해 대통령을 파는 건 아닌가 의심되기도 하는데 하여간 알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을 니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빈 속에 맥주를 마시니 속이 부대끼기도하고 한강 벤치에 앉아 찬 바람을 계속 맞고 있자니 감기에 걸릴 것도 같아서 김태산 대리는 검정 비닐봉다리를 챙겨 자리 떠났다
아까 남태령 이사에게 던지 빈깡통을 주워 검정봉다리에 담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김태산 대리는 한강변을 따라 걸으며 계속 생각했다
남태령 이사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자신이 지금 싸우고 있는 건 무모한 저항일 뿐 함께 일하는 모든이에게 희망고문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산 대리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송파에 있는 한국태양광을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