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한국태양광 적대적M&A 2라운드

I.P.O 웹소설

by 김태훈

김태산 대리는 문세상 기자와 오랜만에 만나 수다를 떨었더니 그 동안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몇 일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낮과 밤이 바뀌는 것도 모르게 정신없이 지나갔는데 강제로 주어진 휴가지만 한숨 돌리며 그 동안의 일들을 복기하니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정신차리고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문세상 기자가 법조 출입한 경험이 있고 여전히 서초동에 끈이 있다고 하니 이번 검찰 압수수색이 누구에 의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김태산 대리가 지금 당하고 있는 일들은 일개 기업사냥꾼이 할 수 있는 선을 넘고 있는 것이라 뭔가 큰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김태산 대리는 여의도를 나와 송파의 한국태양광을 향했다

어제 검찰 압수수색을 당하고 핸드폰을 빼앗겨 연락이 안되다 핸드폰을 재개통했다고 알리자 마자 오후에 만나자는 김요한 IR팀장의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김태산 대리는 잠실지점에 앉아 있을 때가 좋았다고 생각될만큼 휴가 첫날부터 동에 번쩍 서에 뻔쩍 하는 것 같았다

역시나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 안에 있을 때는 아무 일도 할 것이 없었지만 핸드폰을 개통한다고 움직이니 한꺼번에 일들이 몰려들었다

"아무 일도 안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나보다" 김태산 대리는 혼잣말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송파로 향했다

매일 이용하던 전철이지만 낮시간에 타니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에 타던 지하철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란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한시간쯤 이동해 한국태양광 본사에 도착했다

낮시간에 업무를 볼 때 주로 택시를 타고 많이 이동했는데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걸어서 이동하니 생각도 정리되고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김태산 대리는 한국태양광 안으로 들어갔다

"김 대리 괜찮아요?" 김요한 IR팀장이 물었다

"예 걱정해 주신 덕분에 괜찮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답했다

"나도 지난 번 국정원 압수수색에 핸드폰 빼앗긴 거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어요. 이거 새로 개통해서 쓰는데 최신폰이라 손에 아직 익숙하지 않네"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저도 오늘 아침에 재개통했는데 압수수색 당한 폰이 최신 기종이라 돈이 아깝더라구요. 그래서 보급형 제품으로 개통했는데 이것도 쓸만하네요. 괜히 비싼 돈 주고 최신폰 개통할 필요없을 것 같아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그래도 최신폰 나오면 사줘야 기업들도 신제품 개발하는 맛이 있지"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그런데 아까 오라고 하신 건 무슨 일 때문이시죠"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아 오전에 장영국 변호사님이 오셨다 가셨어요. 판사가 양측 변호사를 불러 화해를 권고하셨다는데 금산측이 요구하는 임시주총은 주주권익측면에서 안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고 우리측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회사 영업에 필요한 자금이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양쪽이 소송까지 가지 말고 화해하라구"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화해라면 어떻게 하라는거에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우리가 원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실시하는데 금산이 반대하지 말고 대신 금산이 요구하는 임시주총은 한달 안에 열어주는 걸로 합의하라는 것이지, 그래서 자네 의견을 좀 듣고싶어서, 지금 임시주총을 열어도 우리에게 유불리가 어떤가 해서"김요한 IR팀장이 물었다

김태산 대리는 김요한 IR팀장이 말을 듣고 생각을 정리해 봤다

"자금 장한국 대표님 우호지분이 약 41%이고 금산쪽 우호지분이 약 30%라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을 한다면 금산이 이길 안건은 없을 겁니다. 감사 선임만 문제인데 아직 임기가 있으셔서 감사해임 안건이 올라가지 않는 한 금산이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김태산 대리가 잘라 말했다

"그럼 화해 권고를 받아들여도 문제가 없겠네"김요한 IR팀장이 다시 물었다

"예 임시주총에서는 우리가 불리할 것이 없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다시 한번 확인해 줬다

"지금 장한국 대표님도 오전에 보고를 받으시고 오후에 장영국 변호사님을 만나러 가신 건데 아마도 화해 권고에 대해 조언을 구하실 것 같아요. 그럼 임시주총을 여는 쪽으로 보고를 드리고 준비를 해야겠네"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그럼 안건은 대충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금산에서 요구하는 것이 있을텐데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응 등기임원이 5명인데 2자리를 달라고 하더라구, 감사자리도 포함해서"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물론 안건으로 올려도 표대결에서 장한국 대표님이 쉽게 이길 수 있겠지만 감사자리는 표대결방식이 다릅니다. 3%룰에 따라 최대주주는 감사 선임 투표에서 3%만 행사할 수 있어요. 일반소액주주들이 최대주주 편을 들어줘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죠. 그래서 절대로 감사는 이번 임시주총에 안건으로 올려선 안됩니다"김태산 대리가 힘주어 말했다

"아 그건 걱정말아요. 나도 주총을 매년 해 봐서 감사 선임에 대해 경험해 봤으니까. 그냥 등기임원 2명에 대해서만 안건을 올릴려고 해요"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김요한 IR팀장의 말이 존대말과 평어가 섞여 말하고 있는데 좀 친해지니 형님 동생 하고 싶어하는 것같다는 느낌을 김태산 대리는 느끼게 되었다

"형님이 경험도 있으시니 잘 준비하시겠지만 임시주총을 언제 개최하실 건가요?"김태산 대리가 일부러 형님이라 불러줘 김요한 IR팀장이 나이도 많고 사회생활도 오래한 선배라는 것을 인정해 주었다

"아이구 갑자기 형님은..."김요한 R팀장이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대표님께서 OK하시면 주총 소집에 2주 걸리고 공시하고 하면 한달 뒤에는 열 수 있지"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그 정도면 문제 없이 지분정리도 다 되어 있을 겁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아참 그리고 잠실지점에 동기라고 어제 소개해 준 친구 오늘 인사차 장 끝나고 온다던데 함께 만나고 가지"김요한 IR팀장이 물었다

김태산 대리는 핸드폰 시계를 보고 5시에 대한증권 본사 영업부로 이한호 대리를 만나 함께 이철민 사장을 만나러 가기로한 약속이 생각났다

"오늘은 제가 선약이 있어서 일찍 돌아가야 합니다. 나중에 한용수 대리하고 방이동 가셔서 한잔 하시죠"김태산 대리는 선약을 이유로 오늘은 함께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 어쩐다. 나도 처음 보는거라 자리가 애매할 것 같아서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다 해줘야 하나 생각되기도 하구"김요한 IR팀장이 곤란해 하며 말했다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한용수 대리도 한국태양광 적대적M&A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제가 맡아서 관리하던 우리 법인 계좌하고 장한국 대표님 계좌도 앞으로 한용수 대리가 관리해 드릴 겁니다"김태산 대리가 안심시켜주었다

"아니 김대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거야?"김요한 IR팀장이 물었다

"전 당분간 연수원에서 인재개발 업무를 할 것 같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유배나 진배 없군. 지점에서 한참 일 잘하던 사람을 하루 아침에 연수원이라니"김요한 IR팀장도 연수원 발령이 갖고 있는 의미를 잘 알기에 대한증권 본사를 비난하는 말을 해 주었다. 일종에 위로라고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전 괜찮습니다. 앞으로도 궁금하신 것이 있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도와드리겠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장한국 대표님이라도 오시면 뵙고 가지 시간이 괜찮으면 말야"김요한 IR팀장이 물었다

"예 그러고 싶지만 오늘은 휴가 첫날인데도 바쁘게 일이 자꾸 생기네요. 지금 다시 여의도 본사에 가 봐야 합니다."김태산 대리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모처럼 휴가일텐데 좀 쉬엄쉬엄해요"김요한 IR팀장이 진짜 걱정해 주는 말 같았다

"예 이따가 한용수 대리 잘 부탁드립니다. 제 동기 중에 일 잘하기로는 몇 손가락에 꼽는 친구에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어련하겠어요. 김대리가 추천해 주는 사람이니 믿을 수 있겠지"김요한 IR팀장이 말했다

"임시주총 일정 잡히면 미리 연락 좀 부탁드립니다."김태산 대리는 인사말을 건네고 한국태양광을 나섰다

이제 다시 여의도 이한호 대리에게 가야 할 시간이었다

지점에 앉아서 영업하던 때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몸이 바빠지니 깨닫게 되었다

여의도로 이동하며 김태산 대리는 생각했다. 이번에 확실하게 금산을 밟아 놓지 않으면 저들이 갖고 있는 30%의 지분으로 끝까지 장한국 대표의 경영에 딴지를 걸게 분명해 보였다

금산 최강희 대표의 요구는 분명해 보였는데 저들이 갖고 있는 지분을 비싸게 한국태양광이 자사주로 받던지 아니면 장한국 대표가 인수해 달라는 요구일 거라 생각되었다

김태산 대리는 결코 기업사냥꾼의 탐욕스런 요구를 들어줘선 안된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싸워온 이유도 명분도 사라지는 요구를 들어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한달 뒤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가 펼쳐질껄 생각하니 벌써부터 손에 땀이 쥐어졌다

지하철을 타고 다시 여의도로 돌아가는 김태산 대리는 계속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어떻게 임시주총을 대응해야 할 지 뽀족한 수를 생각하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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