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어둠속의 존재

I.P.O 웹소설

by 김태훈

김태산 대리는 여의도역을 빠져 나와 대한증권 본사 영업부로 이한호 대리를 찾아갔다

이한호 대리는 장 끝내고 고객들에게 한참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예 회장님 너무 걱정 마시고 조금만 기다리시면 주가도 회복 되고 수익이 나실 겁니다. 지금은 시장 전반이 어려워서 시장리스크 때문에 약세를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이한호 대리가 전화기 넘어 회장님이라 불리는 분을 안심시키려 주절이 주절히 말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이한호 대리는 손으로 의자를 가리키며 앉아 있으라고 권하며 계속 통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이한호 대리의 통화를 보며 자신도 저렇게 영업을 했나 생각해 보았다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남의 일 같다는 생각마져 드는데 벌써부터 주식영업을 하던 때가 그리워질려고 하는 것같았다

전화통화를 끝내고 이한호 대리가 한숨을 몰아쉬고 김태산 대리에게 인사한다

"미안미안 이번에 좀 쎄게 물린 분인데 화가 좀 나셔가지고 욕받이 해 주느라"이한호 대리가 전화통화를 한 이유를 설명하려 했다

"알아, 나도 어제까지 그 생활 했어"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응 좀 전 통화하신 분 어제까지는 사장님이라고 불렀는데 오늘부터는 회장님이라 불러드려"이한호 대리가 말했다

"야 그렇게 심하게 물렸냐?"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이한호 대리가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우스갯소리지만 증권가에 주식영업을 하는 친구들 사이에 회자되는 말인데 주식시장이 폭락하거나 해서 크게 물린 고객들과 통화할 때 주식에 물려 화난 고객을 달래는데 호칭 인플레이션을 도입하면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즉 어제까지 사장님하고 통화하던 고객에게 오늘 주가가 더 빠져서 화가 난 고객에게 회장님 하고 호칭을 올려 주면 화를 덜 내고 통화도 일찍 끝낼 수 있다는 농담같은 말이 있다

오늘 그 일을 이한호 대리를 통해 리얼로 목격한 것이다

이한호 대리는 책상 위를 정리하더니 김태산 대리에게 나가자는 눈짓을 준다

김태산 대리와 이한호 대리가 본사를 나와 택시를 타고 연희동의 한중장으로 향했다

이한호 대리가 택시안에서 김태산 대리에게 오늘 저녁식사를 이철민 사장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주었다

몇일전 이철민 사장이 김태산 대리를 만나고 싶다고 이한호 대리에게 연락했고 그래서 김태산 대리에게 전화를 했는데 핸드폰을 받지 않고 지점으로 전화해도 휴가갔다고해서 좀 당황했다구

어떻게 그 넓은 여의도에서 같은 식당에서 점심 때 딱 만날 수 있었는지 신기하다구 하면서 오늘 이철민 사장을 만날 운명이었나 보다라고 이한호 대리가 말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래?"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나야 모르지 그저 너 하고 빨리 만나면 좋겠다고 하시니"이한호 대리가 말했다

김태산 대리는 중국쪽에 무슨 일이 터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퇴근시간의 러시아워를 만나 택시가 좀 늦게 연희동의 한중장에 도착했다

김태산 대리와 이한호 대리는 택시를 내려 서둘러 한중장 안으로 들어갔다

여직원의 안내를 받아 예전의 그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좀 있으니 한중장 이철민 사장이 왔다

"안녕하셨습니까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김태산 대리가 일어나 인사했다

"잘 지냈죠?"이철민 사장이 안부를 물었다

"예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오늘 급하게 절 보자고 하셨다구요"김태산 대리가 오늘 자신을 찾은 이유를 물었다

"바쁜 것 같은데 그래도 숨은 좀 돌리고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아서요"이철민 사장이 말하고 손바닥을 "짝"치니 여직원이 차를 갖고 나와 따라주고 나갔다

"들어와요. 진짜 좋은 중국 보이차에요"이철민 사장은 손으로 차를 마셔 보라고 권했다

"감사합니다" 김태산 대리와 이한호 대리가 차를 마시고 음미했다

"아 좋은데요. 향도 좋고 맛도 좋구요"이한호 대리가 선수를 쳤다

"진짜 좋은차 같습니다"김태산 대리도 맞짱구를 쳤다

김철민 사장이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사무적인 얼굴을 하고 서류봉투에서 사진 한장을 꺼내 보여줬다

중국신문을 카피한 것인데 중국어를 모르지만 누군가 쓰러져 있는 사진이 있는 기사였다

"중화태양광 리쩌웨이 전 총경리가 살해되었습니다"이철민 사장이 말했다

김태산 대리는 그 말을 듣고 일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중화태양광의 한국증시 IPO 공모자금을 횡령해 튀었다가 잡혀온 것은 이야기를 들었고 중화태양광 2인자인 조선족 리철산 부총경리에게 총경리 자리를 물려주고 회사를 나간 것까지는 알았지만 이렇게 비참하게 주검이 되어 신문기사에 올라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중국에선 벽에도 귀가 있고 천정에도 눈이 있다고 맘만 먹으면 다 알 수 있는 동네이기도 합니다"이철민 사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게 이번 일과 무슨 관계죠?"김태산 대리가 다시 물었다

"몇 일전 우리 상하이점에 어떤 손님들이 찾아왔어요. 리철산 중화태양광 총경리하고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인데 직원들 보고로는 리철산 총경리보다 높은 사람으로 보였다고 하더군요"리철산 사장이 말했다

"그런데요? 리철산 총경리가 한국인을 만난게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나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그 자리에서 리쩌웨이 전 총경리를 해결하라고 한국인이 리철민 총경리에게 지시했다고 하네요"이철민 사장이 말했다

"해결하라는 것이 죽이란 소리였다는 건가요?"김태산 대리가 다시 물었다

"그야 알 수 없지요. 다만 리쩌웨이 전 총경리가 그 일이 있은 후 이틀 후에 길거리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어요"이철민 사장이 말했다

"리쩌웨이 전총경리 죽음이 살인사건이란 말인가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이철민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김태산 대리가 하고 있는 한국태양광 건이 단순한 경영권 분쟁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드네요"이철민 사장이 말 했다

김태산 대리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한국태양광 적대적M&A를 그저 기업사냥꾼의 탐욕이 부른 사건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무언지 모를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철민 사장이 핸드폰을 꺼내 뭔가를 보여주는데 국내에서 양산된 적 없는 롤러블폰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커진 화면에 중화태양광 리철산 총경리와 그 한국인이 앉아 있는 방의 모습이 보였다

작지만 목소리도 들렸는데 한국인이 리철산 총경리에게 리쩌웨이 전 총경리를 해결하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한국인은 카메라를 등지고 앉아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분명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리철산 총경리는 깍득하게 한국인에게 답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철민 사장이 왜 중국에는 벽에도 귀가 있고 천장에도 눈이 있다고하는지 알 수 있었다

"리쩌웨이 총경리가 횡령한 돈도 다 돌려주고 총경리 자리에서도 물러 났는데 왜 죽인거죠?"김태산 대리가 이철민 사장에게 물었다

"아마도 뭔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이철민 사장이 답했다

김태산 대리는 이철민 사장의 답에 움찔 할 수 밖에 없었는데 뭘 알았기에 목숨까지 내줘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두려울 수 밖에 없었다

"뭔가가 뭘까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지금까지 김태산 대리가 궁금하다고 했던 호기심의 답이 아닐까?"이철민 사장이 말했다

"그럼 우리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들의 진짜 주인?"김태산 대리가 말을 잇지 못했다

이철민 사장은 고객를 끄덕였다

김태산 대리가 그 동안 그 토록 찾고 싶었던 존재가 이철민 사장의 핸드폰에 뒷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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