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추천 - 나쓰메 소세키 <마음>
나쓰메 소세키를 처음 알게된 경로는 서울에 위치한 앤트러사이트라는 카페에서 잠깐 일하면서 알게 되었다.커피의 이름을 윌리엄 브레이크, 나쓰메 소세키, 파블로 네루다 등 소설가 또는 철학가의 이름에서 지어졌다. 그중 가장 좋아했던 커피가 적당한 묵직함과 산미가 조화로웠던 '나쓰메 소세키' 였다. 커피를 자주 마시면서 느꼈던 매력이 자연스레 그의 책에도 관심이 갔다. 그의 책 중 가장 먼저 접했던 책은 <마음>이다.
이 책은 19세기 말 일본의 근대화를 배경으로 다뤘으며, 1910년 전후 도쿄를 배경으로 화자인 젊은 청년과 그가 우연히 만난 노인을 다룬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이유는 모르지만, 노인으로부터 압도되는 묘한 분위기를 느끼고 그에게 관심을 가진다. 더 나아가 노인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자주 그의 집을 드나들고, 그가 가는 어디든 따라가거나 찾아간다.
노인은 처음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의 젊은 모습을 보는듯한 감정을 느끼며 주인공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주인공인 화자의 시점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점점 노인의 과거와 속마음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말하지 못했던 비밀들을 더 이상 혼자만 가지고 있기에 벅차 마지막으로 주인공에게 털어놓으며 두 가지 시점에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난 외로운 사람이네." 선생님은 일전에 했던 말을 다시 되풀이했다. "난 외로운 사람이지만 어쩌면 자네도 외로운 사람 아닌가? 난 외로워도 나이를 먹었으니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지만, 젊은 자네는 그럴 수도 없겠지. 움직일 수만 있을 만큼 움직이고 싶겠지."
"자네는 아마 나를 만나도 여전히 어딘가 외로운 기분이 들 거네. 나한테는 자네를 위한 그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없애줄 만한 힘이 없으니까 말이야. 자네는 조만간 다른 방향으로 팔을 벌려야 하겠지. - 33p
"예전에 그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올리게 하는 거라네.
나는 미래의 모욕을 받지 않기 위해 지금의 존경을 물리치고 싶은 거지. 난 지금보다 한층 외로울 미래의 나를 견디는 대신에 외로운 지금의 나를 견디고 싶은 거야. 자유와 독립과 자기 자신으로 충만한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 이 외로움을 맛봐야 하는 거지.". - 50p
무척 매혹적인 인물이지만, 선생님은 남에게 쉽게 곁을 내주는 사람이 아니다. 이 까다로움은 나를 더욱 매료시키고, 이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님은 '남을 경멸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경멸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학교에서의 수업이 그저 생의 수단이라면, 선생님의 자기 멸시와 비사교적 태도는 전혀 다른 삶을 짐작게 한다. 그것은 바로 '마음'이라고 불려야 마땅한 어떤 심리적인 결정체다. 자기 세계, 자아라고 바꿔 부를 수도 있는 것. 내가 나를 반성하는 거리에서 보았을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자아의 핵심, 선생님의 매혹은 그가 반성하는 인물이라는 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 281p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 내면의 이중성에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화자 내면의 은유적으로 아버지를 경멸하는 태도와 어떠한 이유도 없이 노인(선생님)을 존경하는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사회에서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아니라고 하지만 사람 모두 각자의 계산 아래 타인을 대한다. 그것을 드러내거나 드러내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