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기지 않는 것들

돈을 읽고서야 다시 읽게 되었다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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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왜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려 한다.

특히 왜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초보 독서가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나는 2022년 봄 보이스피싱으로 억대의 돈을 잃었다. 그전까지 나는 직장을 다니며 꼬박꼬박 저축했다.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돈이라고 믿었다.

결혼 후 30대의 나는 돈으로 미래를 준비했다. 개인연금과 장기 저축을 꾸준히 들었다. 여윳돈이 생기면 적금을 넣었다. 2022년이 되자 통장에 꽤 많은 돈이 모였다.

2026년이 되면 연금이 나오고 장기 저축을 만기 해지하면 목돈이 들어올 예정이었다. 주식과 ETF도 공부했다. 분산투자를 하면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무엇보다 2026년부터는 월급 외에 매달 80만 원이 더 들어온다는 사실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통장을 볼 때마다 흐뭇했다. 직장 일이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주었다.

지금은 2026년이다. 그때 나를 위로하던 통장은 남아있지 않다.

2022년 어느 날 오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고압적인 검사라는 사람의 말에 속았다. 통장도용이라는 말, 내가 가담자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그들이 하라는 대로 했다. 그것이 누명을 벗는 일이라 여겼다. 해본 적 없는 인터넷 대출을 받았다. 부동산을 담보로 고금리 대출도 받았다.

나는 평소 외식 한 번도 쉽게 하지 못하던 사람이었다. 가게에 들어가면 먹고 싶은 음식보다 가격표를 먼저 봤다. 그런 내가 몇천만 원, 몇억 원을 찾아 모르는 사람에게 넘겼다. 그 행동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내가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나에게 위로한다. 누구나 그런 상황에 놓이면 당할 수밖에 없다고.

이 일을 겪고 억울함과 자책이 뒤섞였다. 시간이 지나자, 질문 하나가 남았다.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한 번 당했으니, 이후로는 당하지 않을까.

나와 관련 있는 보이스피싱 현금책 두 명이 잡혔다. 그들은 변호사를 통해 선처를 바란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그 편지를 읽으며 나도 잠시 흔들렸다.

나는 원래 책을 읽고 자기 계발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보이스피싱 이후 책이 읽기 싫어졌다. 책에서 말하는 참고 견디고 배려하라는 말이 나를 이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 같았다. 그때는 책이 미웠다. ‘맞는 말이긴 한데 현실과는 다르다’라고 생각했다. 책과 멀어진 채 6개월을 보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은 다시 모으면 모을 수 있다. 하지만 남은 삶 동안 나를 속이려는 사람들은 계속 생겨날 것이고 나는 과연 그들에게 속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든 돈은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에게서 절대 빼앗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분명했다. 내 몸이 할 수 있는 것. 내 생각. 내 마음. 내 사고력.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다. 가져가려면 대가를 치르거나 내가 베풀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능력이 빼앗기지 않는 자산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독서를 선택했다.

운동의 기본이 달리기라면 인생의 기본은 독서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그 힘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 하는지도 보이기 시작한다.

책을 읽어도 사기를 당할 수 있다. 돈은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실의에서 회복하는 속도는 책을 읽은 사람이 더 빠르다.

사기꾼 또한 내 능력을 공짜로 가져갈 수 없다. 그들도 대가를 치러야 가져갈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돈을 잃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지금 내가 쌓아야 할 것은 돈보다 나 자신이다. 그 바탕에 독서가 있다. 그리고 글쓰기는 그 힘을 확장하는 도구다. 읽은 것을 내 말로 정리하지 않으면 그 생각은 오래 남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안전한 자산이다.

이 이야기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사람마다 재능과 능력은 다르다. 하지만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먼저 책을 펼치고 작가의 말에 귀 기울이며 나를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나는 글을 쓰게 되었고 책을 내게 됐다.

나에게 던졌던 질문을 당신에게 건넨다. 지금 당신에게서 빼앗기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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