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 뒤에 있는 건 책이 아니라 사람이다.
두 번의 독서모임. 두 사람의 얼굴
<꾸준함 뒤에는 있는 건 책이 아니라 사람이다.>
어제는 독서모임을 두 번이나 했다. 한 번은 답십리도서관에서 대면으로 하고 또 한 번은 저녁에 줌으로 진행했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하지만 두 번의 모임을 하면서, 왜 지금까지 독서모임을 이끌 수 있었는지 알게되었다.
내가 이번에 대면과 비대면으로 두 번을 한다고 하니 회원님들은 힘들지 않냐고 했다. 사실 나도 열정에 휩쓸려 가볍게 내뱉은 약속 같아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두 번의 모임을 준비하고 두 번의 대화를 이어가면서 나는 에너지를 얻었다. 피곤함보다는 즐거움이 컸다. 거기에는 함께 한 사람들이 있었다.
답십리도서관 모임에 오랜만에 미송님이 왔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4~5개월 동안 참석하지 못하다가 다시 얼굴을 보였다. 카톡으로 참석 여부를 묻자 오겠다는 답이 왔다. 반가웠다. 그동안 참석하지 않았을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집안에 복잡한 문제가 있어서 참석을 못했다고 했다. “청아이님이 책먹는 하마 잘 지키고 있어 정리되면 참석할게“라는 말을 했다. 든든했다. 내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언젠가는 돌아온다는 믿음이 생겼다.
도서관내 동아리방문을 열고 미송님이 씩씩하게 들어왔다. 나는 미송님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내가 독서모임을 만들고 만남을 주선했을 때 첫 번째로 온 사람이 미송님이다. 쌍커풀 있는 큰 눈에 북실하게 파마를 한 모습은 고상해보였다. 말없이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것 같은 인상이었지만, 곧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풀어냈다. 늘 생활 속에서 겪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회원들에게 미송님은 낯선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는 금세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인상 깊은 세 문장을 말하며 “이 책에서 배울 건 다 배웠다”고 했다. 이어 내면을 직시하며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덧붙였다. 말은 일사천리였다. 그러다 아들이 빵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밥벌이가 될까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책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 말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우리는 의심한다. 그런 갈등과 모순을 미송님은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래서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현주님은 “처음 봤는데 참 재미있는 분을 만났어요”라며 웃었다.
대면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줌 화면을 켰다. 그곳에는 희영님과 수연님이 있었다. 두 번째 모임은 희영님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몇 년간 독서모임을 하면서 희영님의 취향까지 알게되었다. 유시민을 좋아한다. 마침 이번 책이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희영님은 제주도에 산다. 대면 모임에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다. 그녀가 원한다면 둘이라고 독서모임을 해서 그녀의 얘기를 듣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첫마디는 “살아생전에 유시민 한 번 보는 것이 소원이예요”였다.
희영님이 유시민을 좋아하는 이유는 유시민이라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이다. 엘리트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그의 인격과 사고방식을 사랑한다.
희영님의 삶은 늘 이동과 함께였다. 노원구, 강원도, 의정부를 거쳐 지금은 제주도에 살고 있다. 평생 한자리에 머문 나와는 달랐다. 그녀는 가진 게 없어 어쩔 수 없이 움직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주어진 인생을 즐기며 사는 사람 같다.
“책먹는 하마”는 2019년부터 이어졌다.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 내가 특별히 잘한 건 없지만, 떠난 이들도 그 시간들을 좋아했다는 건 분명하다. 책을 매개로 대화를 나누었고 각자의 삶을 찾아 갔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미송님과 희영님은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독서모임이 좋은 영향력을 준다고해도 나도 사람이기에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하자”고 말해주고 용기를 주는 두 사람이 있었다. 살뜰히 챙겨주고 함께해 준 덕분에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우리가 읽은 책은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대면 모임에서는 “연대”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독서는 혼자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모임을 만들고 사람들이 모인다. 귀찮아도 번거로워도 모임을 하는 이유가 있다. 독서를 지속하고, 독서로써 나의 삶이 나아지길 원한다면 연대해야 발전할 수 있다. 지속하려면 소속감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꾸준함을 개인의 의지에서 찾는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자기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곁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람 때문에, 그 사람을 위해서 해야겠다는 마음이 함께 할때 꾸준하게 지속할 수 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미송님, 늘 곁을 지켜주는 희영님과 함께한 어제의 두 번의 독서모임은 내게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