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게 보내고 싶었는데...
대대장에게 보내는 설문지
아들을 군대에 데려다주었을 때 안내문을 받았다. 편지봉투에는 대대장의 인사말, 앞으로 아들이 어떤 훈련을 받을지, 퇴소식 일정이 담겨 있었다. 그 안에 설문지가 한 장 들어 있었다. 아들의 성격과 장단점, 가정환경을 적어달라는 설문지였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아들의 부족한 점을 써야 대대장이 우리 아들을 잘 알까, 아니면 장점을 강조해야 할까. 결국 다한증이 있고 장이 좋지 않으며 체력이 약하다고 적었다. 장점으로는 온순하고 맡겨진 일을 잘한다고 썼다.
아침에 중국어 선생님과 그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중국 부모들은 아들의 장점을 부각한다고 말했다. 내가 쓴 건 단점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렇기도 했다. 그래서 설문지에 적었던 ‘인간관계를 두려워한다’는 문장을 지웠다.
오늘 아침 신문에는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이 얼차례를 받다가 사망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중대장은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았다. 훈련병 6명이 규정을 위반하여 군기 훈련을 받았다. 도중에 실신한 훈련병 박모씨에게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였다. 기사에는 죽은 훈련병과 형을 선고받은 간부 얘기만 있었다. 그들의 부모가 겪을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기사는 짧았다. 그 뒤에서 고통 받을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란 생각들었다.
나는 아들이 불미스러운 송사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란다. 기사를 읽으면 군대는 사람을 훈련시키는 곳이 아니라 죽이는 곳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학교나 직장, 가정에서도 사고는 일어난다. 하지만 군에서의 죽음은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곳, 상하 위계 질서로 아이가 자기 의견을 마음대로 말할 수 없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군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들을 군대보낸 엄마들은 아버지보다 더 불안한 것 아닐까.
군대에서 고생도 해보고 견뎌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견디지 못할 만큼 힘든데 억지로 참다 잘못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두 가지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그래서 설문지를 쓰면서도 여러 번 썼다 지웠다 했나 보다. 깔끔하게 보내고 싶었던 설문지는 어느새 수정테이프 자국으로 얼룩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