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떠나 보내지 못한 원고

독자와 등장인물을 함께 떠오릴며 다시 쓴 주말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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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퇴고를 하고 있다.

편집자는 두 페이지가량 고쳐야 할 부분을 짚어 주었다. 나는 2차 퇴고까지는 알려준 곳만 고쳤다. 그런데 마지막이라는 말을 앞에 두고 나니,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내 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 이은대 문장수업에서 들었던 질문이 떠올랐다.

“독자가 이 글을 읽고 이해할까요?”

나는 내 입장에서 글을 썼다. 상황도 배경도 감정도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독자는 다르다. 독자는 내가 써 놓은 문장 안에서만 상황을 짐작한다. 그제야 자세하고 꼼꼼하게 써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았다.

독자를 생각하다 보니, 글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까지 다시 보게 되었다.

글에는 나 말고도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가명을 썼고 지난 일이라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그 당사자가 읽는다면 자신의 이야기라는 걸 알아차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지레짐작이나 평가로 누군가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글을 읽기 시작했다.

내 판단이 들어간 문장은 없는지 살폈다. 등장인물이 불편해할 표현은 없는지 다시 보았다. 감정을 덜어내고 사실을 남기려 애썼다. 보여주되 단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주말 내내 글과 씨름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 일곱 시에 사무실에 나왔다. 점심시간이 아까워 사발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때는 버거웠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도 나쁘지 않았다.

쳇GPT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독자가 이해하지 못할 법한 부분을 물었다. 누군가 기분 상할 수 있는 대목이 있는지도 물었다. 그렇게 하나씩 고치며 내가 놓친 부분을 다시 채웠다.

완벽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손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나오고 나면 실수도 있을 것이고 부족한 부분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손에 있는 원고에는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퇴고를 하며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읽힌다는 전제를 두었다.

모두를 위한 글이라고 생각하니 대충 넘길 수 없었다. 정성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실제로는 우리 가족도 읽지 않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수정 했다.

내 글을 통해 누군가의 생각이 아주 조금이라도 달라진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런 마음이 들자 글을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겠다. 마감까지는 손 놓지 말고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고 작가가 얼마나 잘 쓸 수 있겠는가.

잘 쓰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할 수 있는 점검을 다 했는지다. 부족함을 알면서도 손을 놓지 않았는지다.

오늘은 모닝저널을 짧게 마무리하려 한다.

아직 못한 퇴고가 남아 있다.

조금 더 다듬고 나서야 이 글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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